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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호 & 이지영
도자기에 반(盼)하다
제 912 호    발행일 : 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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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 가마, 화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오늘날에는 대체품이 나와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다. 이처럼 물건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남다른 조형미와 실용성으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있다. 바로 도자기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널리 사용되는 필통, 찻잔, 밥그릇 그리고 화장실 변기까지 수많은 물품이 도자기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아는가? 사람들이 반(盼)한 그것, 도자기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인간과 함께한 ‘흙의 역사’

  질흙으로 빚어내 높은 온도에서 여러 차례 구워낸 제품을 우리는 일반적으로 도자기(陶瓷器)라 부른다. 도자기를 만드는 원료는 규석·도석·장석으로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흙이다. 또한 이 원료를 굽는 온도에 따라 사용하는 용어도 달라진다.
  우선, 최초로 만들어진 도자기는 토기(土器)라고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원전 5,000년부터 토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고산리에서는 한반도 최고(最高)의 토기가 발굴됐다. 이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선사시대의 토기 사용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 당시 토기는 기능과 용도가 다양하지 않아 주로 음식물을 담아 보관하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우리 학교 고고미술사학과 이종민 교수는 “물레가 아닌 기초적인 수준으로 만든 토기는 현대 도자기보다 재질이 견고하지 않다”며 “선사시대 토기는 음식물을 다루는 용도로만 사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도자기의 역할이 나눠진 시기는 삼국시대부터다. 그중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했던 백제는 고구려, 신라보다 기술 수준이 높았다고 알려졌다. 당시 백제가 지배한 한강유역과 서해안은 고구려와 신라에 비해 중국과의 교류하기에 유리한 지역이었다. 실제로 과거 백제의 수도인 서울(한성), 공주(웅진), 부여(사비)지역의 주요 발굴지에는 벼루, 찻잔, 필통, 변기까지 발견됐다. 현대 사회에 쓰는 도자기의 용도와 큰 차이가 없다.
  고려·조선시대에는 도자기의 미적 감각이 꽃을 피운 시대다. 흔히 고려는 청자시대, 조선은 백자시대로 불린다. 당시 고려에서는 중국 송나라의 청자가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수입 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자체적인 청자 생산을 시도했다. 이에 여러 차례 기술적인 시도로 나온 것이 바로 ‘고려청자’이다. 이때 역사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상감기법이 절정을 이뤘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이르면서 청자의 수요는 하얀 백자로 대체된다. 이는 성리학이 유행하면서 화려함보다는 소박한 무늬의 도자기가 유행했기 때문이다. 이종민 교수는 “시대의 가치관에 따라서 도자기의 색감과 모양이 바뀌기도 했다”며 “그러나 양식이 바뀜에도 도자기는 늘 국가적인 핵심 산업으로 유지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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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이제는 사라지나?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 이르기까지 도자기는 수천 년간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았다. 당시에는 도자기를 대체할만한 제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는 화학 산업이 발달하면서 값싸고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 제품이 등장했다. 결국 예전보다 도자기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종민 교수는 “1960년대부터 도자기를 대체하는 다른 재질의 제품이 늘어나면서 도자기에 대한 소비가 감소했다”며 “가격 면에서도 불리하다 보니 선호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전 세계적인 도자기 소비저조로 인해 세계 도자기시장 1, 2위를 다투던 레녹스사(미국)와 웨지우드사(영국)가 도산했다. 더불어 세계 4위,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한국도자기도 매출하락에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 2010년 한국도자기의 매출은 517억 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39억 원까지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매출이 연평균 7.1%씩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7월에는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현재 당기순이익마저 적자를 기록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실정이다. 심각한 내수 불황이 주요 원인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도자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업계 2위인 ‘행남자기’ 역시 경영부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른 기업에 매각됐다. 3위인 ‘젠한국’마저 경영난으로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영세 도자기 업체도 매출타격을 입는 것은 마찬가지다.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는 김지혁 도예가는 “오늘날에는 합성 재질의 제품이 출시되면서 도자기를 실생활 용기보다는 사치품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언제든지 값싼 다른 제품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산에 필요한 원료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음에도 판매가는 전혀 오르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제2의 전성기를 노리다

  현대 도자기는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 제품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흉내 낼 수 없는 도자기만의 질감과 색감을 살린 제품을 제작하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화려하게 재도약 중이다. 이렇게 탄생한 도자기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고 있다.
  최근에는 도자기가 실생활 용기는 벗어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이는 추세이다. 평범한 책장이나 장식장 위에 단순히 도자기를 올려놓기만 해도 인테리어 효과가 있다. 더불어 이러한 트렌드와 맞게 일괄적으로 찍어낸 감상용 도자기보다 고객 맞춤형으로 소량 생산된 도자기가 더 인기다. 김지혁 도예가는 “과거에는 도자기를 대량 생산하다 보니 디자인이나 용도 부분에서 소비자의 선택폭이 좁았지만, 요즘에는 직접 본인에게 알맞은 도자기를 만드는 것이 유행”이라며 “도자기 공방차원으로 체험적인 활동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도자재단 도예지원팀 강정원 차장도 “도자기가 인테리어 액세서리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며 “도자기 공방에서 소량 생산돼 디자인이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도자기가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이제는 전통적인 청아한 디자인과 더불어 경쟁력을 위한 신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이종민 교수는 “일본, 중국에서는 원료 배합을 통한 신기술 개발로 매출을 늘리고 있다”며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도자기에 대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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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기자
preference@cbnu.ac.kr
이지영 기자
jy905@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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