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컬러링북은 어른들의 색칠놀이라 불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얀 종이에 노란색, 파란색 등의 고운 색깔로 종이를 채우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집중이 되고 차분해 지는 느낌이 든다. 이와 같은 색의 힘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모든 색에는 각자만의 힘이 있으며, 색의 힘은 우리의 몸에 변화를 준다. 이러한 색의 힘을 이용해 색으로 사람을 위로하고자 하는 것이 ‘컬러테라피’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컬러테라피’는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숨어 있다.
단순 이미지에서 기술로
컬러테라피(Colortherapy)는 컬러(color)와 테라피(therapy)의 합성어로 색의 에너지와 성질을 심리치료와 의학에 활용해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삶의 활력을 키우는 정신적인 요법이다. 컬러테라피가 가장 활발한 곳은 유럽이다. 일조량이 적은 북유럽에서 시작돼 현재는 전 세계에 퍼졌다. 최근에는 컬러테라피에 대한 각종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에서는 대체의학으로도 자리 잡았다. 한국컬러테라피협회 김규리 회장은 “현재 우리 사회 분위기가 여유가 없어지고, 경쟁적으로 바뀜에 따라 사람들이 자신에게 찾아온 불안감이나 초조함을 없앨 수 있는 콘텐츠를 원하고 있다”며 “컬러테라피는 이러한 필요에 의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컬러테라피는 다각도의 접근이 가능하다. 내담자(자신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사에게 도움을 받으러 오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색을 추천하기도 하고, 내담자가 고른 색을 바탕으로 심리를 진단하는 ‘컬러미러’를 하기도 한다. 컬러미러는 2개의 색으로 이뤄진 총 59개의 병을 가지고 내담자를 진단한다. 자신이 선택한 색을 가지고 컬러테라피스트와 자신의 심리에 대해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기 이해가 일어나고, 자신에 대한 분석이 명확해진다. 나아가 타인과의 갈등이 줄어들고, 타인과의 관계도 자연스러워지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컬러테라피 인기를 끌다
컬러테라피의 기본 원리는 ‘색깔이 가지는 모든 에너지가 사람의 마음과 상호 작용한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즉, 컬러테라피는 우리가 색을 가진 물건을 보거나 만지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컬러링북도 컬러테라피의 일종이다. 색이 없는 도안 위에 색을 입히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심리적인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일상생활 속에서 컬러테라피를 이용한 사례들은 많다. 맥도날드의 브랜드 로고는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이뤄져 있다. 빨간색은 ‘생존’을 뜻하고, 노란색은 ‘즐겁게 먹는 것’을 의미한다. 맥도날드는 빨간색과 노란색을 사용해 패스트푸드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식욕을 돋게 만들었다. 또 우리가 흔히 보는 소주병의 색깔은 색채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이다. 원래 소주병의 색깔은 투명한 흰색이었다. 그러다 1994년 초록색으로 출시된 ‘그린소주’가 소주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초록색은 ‘숲’, ‘정화’ 등을 의미하며 소주병에 초록색이 들어가 있는 것 자체로 덜 취하는 느낌, 간을 보호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의 컬러테라피는 훨씬 더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고 있다. 인테리어 컬러테라피, 플라워 컬러테라피 등 예술적인 분야뿐만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서비스 분야에도 이용된다. 김규리 회장은 “일반인들도 컬러테라피를 배우러 많이 오지만, 전문가들도 많이 온다”며 “변호사, 기업에서 강의하는 사람, 연애 컨설팅 업체 등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직업 종사자들이 주로 찾아온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컬러테라피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강하게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며 “컬러테라피는 많은 분야에 쉽게 접목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여러 직업군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무채색의 오명을 벗기다
무채색 또한 컬러테라피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무채색은 채도와 색상이 없고 명도(밝기)만으로 구분되는 색으로, 흰색, 회색, 검정색 등이 이에 속한다. 컬러테라피에서 흰색은 진정 효과,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계열은 몸 속 노폐물을 처리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사람들에게 무채색은 대체로 생기 없고, 칙칙한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인식돼 왔다. 2007년 출판된 한강의 단편소설 <채식주의자>는 남편이 아내를 ‘개성 있어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한 무채색의 옷차림’으로 묘사했다. 또한, 2015년 출판된 하우석의 자기개발서 <내 인생 5년 후>는 ‘무채색 인생은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다’며 무채색을 존재감이 없는 것에 비유했다. 이에 우리 학교 디자인학과 심복섭 교수는 “일반적으로 무채색은 죽음이나 침울함 같이 부정적인 상태나 이미지를 표현할 때 많이 사용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무채색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2012년 발표된 <대학생의 색선호도와 낙관성의 관계> 논문에 따르면 천안 A대 재학생 414명의 색 선호도 조사 결과 ‘검은색’이 가장 높은 분포를 보였고, ‘흰색’이 그 뒤를 이었다. 대학생들은 무채색의 어떤 매력에 빠진 것일까? 심복섭 교수는 “옷 색이 너무 돋보이면 오히려 개인의 성격과 이미지가 색에 가려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멋쟁이로 불리는 사람들은 개성이 약한 무채색을 입음으로써 자신의 개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또한, 화장품은 독극물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검은색을 지양했지만, 최근 들어 반트와 입생로랑 등 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신상 제품의 용기를 검은색으로 출시해 ‘고급스러움’을 내세움으로써 젊은 고객층에게 호응을 얻었다.
무채색이 영화의 의도를 강조한 사례도 있다. 작년에 개봉한 영화 <동주>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흑백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감독은 ‘윤동주 시인의 사진이 흑백이었고, 흑백이 당시 시대 상황을 더욱 잘 표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감독의 의중은 ‘어둡던 시대에 윤동주 시인이 한 점의 촛불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흑백 화면이 엽서처럼 펼쳐지고 시 내레이션이 더해져 한 편의 시집 같았다’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유채색과 무채색의 만남, 성공적
무채색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특성은 ‘조화’다. 유채색과 유채색의 만남이 과한 느낌을 줄 때 무채색이 중간에 삽입돼 이를 중화시키거나, 무채색 바탕에 유채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처럼 무채색은 색의 조화에 있어 중개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컬러테라피도 이러한 무채색의 특징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는 특히 주거 공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약 2~3년 전부터 실내 디자인은 ‘내추럴 모던(목재와 무채색으로 이뤄진 디자인)’이 유행 중이다. 이는 1인 가구가 늘고 주거 공간이 좁아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따뜻한 느낌을 주는 목재와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하는 밝은 계열의 무채색을 접목해 아늑함과 시각적인 공간 확장을 동시에 꾀한 것이다. 또한, 무채색으로 디자인한 실내는 가구와 장식품의 색상을 잘 살려 주기 때문에 인테리어 업계에서 즐겨 사용한다. 우리 학교 주거환경학과 김미경 교수는 “요즘 주택 마감재는 회색이 섞인 목재를 많이 쓰고, 흰색이나 검은색 타일도 출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2일 KBS에 방영된 <똑! 기자 꿀! 하우스>에서 김기훈 디자이너는 깨끗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원하는 출연자의 요청에 따라 무채색과 유채색을 조화롭게 활용해 주거 공간을 꾸몄다. 무채색으로 전체적인 틀을 잡은 후, 수납장 손잡이를 금색으로 칠하고 원색 놀이 텐트를 설치해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생동감을 살렸다.
색은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색깔별로 다양한 힘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은 우리에게 심리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준다. 만약 색다른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주변 색에 변화를 줘 보자. 색이 가진 힘을 직접 경험하게 될 것이다.
김노을 기자
doce26@cbnu.ac.kr
유민지 기자
nice9710@cbnu.ac.kr








김노을 & 유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