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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사왕
<학술>자연과학의 미래, 융합과학에 주목하라
제 796 호    발행일 : 2008.11.05 
요소환원주의부터 복잡계 과학까지
발상의 전환이 학문의 융합 도모하다

  BC 6세기경 그리스의 자연주의 철학자들은 세계의 근원 (Arche, 아르케)를 찾으려 하였다. 탈레스는 세계의 근원은 물이라 하였고, 그의 제자 아낙시만드로스는 무한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500년이 지나갔다. 1965년에 양자전기역학에 대한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파인만은 후세에 전달해야할 단 하나의 문장이 있다면 그것은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있다”라고 이야기 한바 있다. 만물의 근원을 찾고자하는 인간의 변함없는 의지는 자연주의 철학을 과학이라는 학문 형태로 발전시켰고 하나의 대상으로만 여겨진 것을 좀 더 작은 단위로 분해하여 이해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가 자연과학의 모든 분야에서 통용되는 “원자론”이다. 즉, 관찰의 대상을 이루는 화합물을 분자로, 분자는 원자로, 원자는 다시 미립자의 구성체로 바라봄으로써, 더 작은 입자 또는 단위를 통해 대상의 근원과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우리는 이처럼 하나의 대상을 최소화하고 단순화하여 본질을 이해하려는 접근 방법을 환원주의 또는 요소환원주의라고 한다. 따라서 인간이 처음 만물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원자론을 정립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요소환원주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환원주의의 배경에는 “부분의 합은 전체와 같다”는 명제가 전제되고 있다. 이 요소 환원주의적 접근은 현재 자연과학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환원주의의 성공: 현재 문명의 어머니


  원자의 종류에 따라서 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 에너지가 고유의 값을 가지고 양자화 된다는 사실은 20세기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오는 핵심 기반 기술이 되었다. 이 현상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물질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는데, 현재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 화학분석 시스템, 의료장비는 이 원리를 응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핵 주위에 돌고 있는 전자가 가장 낮은 에너지 궤도 (ground state)에서 빛을 흡수하여 높은 에너지 궤도 (excited state)로 옮겨가고 다시 빛을 방출하여 다시 낮은 궤도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것은 원자 단위의 스위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되며 이를 응용하여 반도체 소자가 탄생하게 되었고, 이 반도체 소자는 원자 단위의 신호 조절을 통하여 정보를 대용량으로 집적화하여 20세기 정보화 및 디지털 시대를 가능하게 하였다.

  현재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과학지식의 50%는 지난 50년 사이에 물리학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되었던 환원주의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환원주의적 방법론은 물리학에서 뿐만 아니라 화학, 생명과학, 경제학, 사회학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되어 왔다. 그 중에서 생명과학에서의 발전은 눈부실 정도로 크다고 하겠다. 왓슨과 크릭에 의해 발견된 DNA의 이성나선구조의 발견은 현대 생명과학의 태동을 알리는 나팔소리였으며, 기존의 현미경을 통해서 생명체를 들여다보는 수준을 뛰어 넘어 분자 수준에서 생명체를 규명하게 되었다. 이 중 가장 획기적인 발견은 유전자에서 단백질이 합성되는 일련의 과정을 밝히는 것으로 한 단계가 밝혀질 때마다 노벨수상자를 탄생시키는 쾌거는 곧 생명과학의 위상 자체가 되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복제양 돌리의 사례는 발생학 교과서를 처음부터 다시 쓰게 만들었으며 또한 인간 복제의 가능성을 시사하였고 더 나아가서 생명윤리 문제를 야기하는 이슈로 등장되기도 하였다.

  생명과학을 포함한 자연과학 전 분야에서 괄목한 성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계점을 느끼고 있다. 예를 들면, “생명체를 구성하는 모든 성분을 모아 합성했을 때 생명체를 탄생시킬 수 있을까?” “우리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인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기후의 변화를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것인가?” 이러한 복잡한 구성성분으로 구성되어있는 자연현상은 여전히 해결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그 동안 자연과학의 발전의 근간이 되는 환원주의적 접근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정말, 부분의 합은 전체일까? 20세기 말에 태동하기 시작한 이 의문은 21세기의 서두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우리들에게 우리 스스로가 던지는 명제다.

 

환원주의 그 이후 : 부분의 합은 전체일까?

 

  정보과학의 꽃은 컴퓨터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이 컴퓨터를 사용한다고 해서 전공자가 아닌 우리가 컴퓨터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만들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이를 위해서는 컴퓨터의 모든 부품을 모아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 주는 설계도가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의 설계도가 필요 할 것이다. 컴퓨터 설계도는 인간이 만들었지만 자연의 설계도는 누가 만들었으며 어디에 있는가? 분명한 것은 이 자연의 설계도는 인간이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컴퓨터의 설계도는 환원주의 방법론에 입각하여 인간이 만들었기에 작동원리와 재생이 가능하지만 과연 자연 현상도 환원주의 방법론으로 이해하고 작동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하나의 법칙을 바탕으로 현상을 유추하다가 또 다른 적절한 법칙이 추가되면 두 법칙이 공존하는 현상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계속해서 새로운 법칙을 추가하게 되면 지금까지 진행되는 것과는 달리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창발적 현상 또는 행위(emergent behavior)라고 한다. 즉, 한 부분에서는 나타나지 않지만 전체에서는 나타나는 현상으로 자연현상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 생활에서도 발견된다. 고차원의 생명체에서 나타나는 현상, 비선형 동력학으로 이해하려는 물리 현상,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제 활동, 예측 불가능한 기상 현상 등과 같은 다양한 현상들은 부분적인 현상은 이해되지만 이 이해되는 부분을 모아 전체를 이룰 때는 전혀 예상치 못하고 이해되지 않는 전체로서의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수많은 구성 요소들이 함께 모여 예측 불가능한 현상이 나타나는 계를 복잡계 (complex system)라고 한다.

 

전체주의적 접근법 : 복잡계과학

 

  전체는 부분의 합 이외에 다른 그 무엇 즉, 창발적 현상을 유발하는 그 무엇이 있다. 이러한 명제를 바탕으로 한 전체주의적 접근을 통해서 그 동안 인간이 풀지 못한 다양한 자연 현상 특히, 생명현상을 이해하려는 학문이 복잡계과학이며 이것은 21세기 자연과학의 새로운 추세라 하겠다. 동양과 서양의 철학적 사고의 가장 큰 차이는 그 접근방법이 하나가 될 수 있다. 즉, 서양철학의 근간이 환원주의적 사고가 바탕이었다면 동양철학의 근간은 전체주의적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질병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에서도 같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환원주의적 접근 방법에 의해서 이루어 놓은 자연과학의 발전은 실로 엄청나다. 따라서 이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한 서구세계가 인류에게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직도 우리는 전체주의 사고를 바탕으로 한 동양의학이나 자연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에 비과학적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없지는 않다. 그 동안 전체주의적 접근 방법을 통해 이해하려는 시도에 가장 큰 장애요인은 ‘복잡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컴퓨터 성능이 급속도로 발전하여 많은 양의 정보를 초고속으로 다룰 수 있게 되어 복잡한 자연 현상을 컴퓨터로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전체주의적 접근 방법을 통한 복잡계 현상인 자연현상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21세기의 복잡계과학 또는 융합과학을 통해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서 융합이란 단순한 두 학문의 융합이 아닌 복잡계를 이해하려는 전체주의 사고가 함께하는 융합을 의미한다.

 

융합과학 : 미래기술의 아버지

 

  세계는 현재 과학기술의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과학기술의 르네상스는 융합과학의 도래를 의미한다. 이 시점에 현재 문명의 어머니는 21세기의 시작에 서있는 우리에게 발상의 전환과 더불어 학문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고의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물리학, 수리학, 컴퓨터학, 생명과학은 기본이고 학문 간의 융합을 통한 BIT, BNT, BINT의 융합과학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요즈음 우리에게 전달된 슬픈 소식은 에너지 문제이다. 일부 과학자는 화석 연로에 의한 에너지가 고갈되면 대안으로 바이오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10억 와트 전기 생산에 필요한 면적은 태양광전지의 경우 50 km2이며, 풍력인 경우 70 km2이나 바이오연로는 6,500 km2이다. 해조류를 이용한다면 83 km2만 있으면 된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경쟁력이 없으며 대안이 될 수가 없다. 원자력 에너지는 어떤가? 우라늄이 고갈되면 그때는 무엇으로 충당 할 것인가? 이것도 대안이 아니다. 지금 사용되고 있는 태양에너지의 경우 수많은 파장 중에서 단 하나의 파장만 이용하고 있다. 식물은 가시광선 영역의 전 파장을 사용하여 광합성을 한다. 태양의 단 몇 개의 파장을 우리가 식물에서 배워 사용한다면 그 효율은 엄청날 것이다. 이제 자연과학은 발상의 전환과 함께 서로 다른 학문이 융합되어 새로운 미래기술의 아버지로 재탄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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