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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국제사회의 패자(霸者)가 될 수 있는가?
제 951 호    발행일 : 2020.09.01 
중국의 소프트파워(Soft 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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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pandemic)’상황을 초래하였다. 코로나19는 강대국, 약소국 혹은 선진국,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국가에 위기상황을 불러왔다. 이러한 와중에 이른바 G2라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코로나19를 둘러싸고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의 한 일간지는 코로나 상황에서 이 두 국가가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국제사회에서의 지도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을 국제사회에 지도국이 없는 시대, ‘G0(제로) 시대’라 칭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정확히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이전까지 미국은 명실상부한 국제사회의 지도국이었다.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과 같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을 수호하고 전파하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던 것이다. 아울러 세계 각지에 동맹국들을 두고 이들에게 ‘안보’라는 공공재를 제공하며 동맹국들의 맹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전쟁 등 중동에서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그 명분이 점차 사라지면서 동맹국들의 이탈과 아울러 국내 경제적 위기상황을 맞게 되었다.
  이러한 와중에 백인 노동자층과 농민들의 지지를 얻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외교적 행보를 걷게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이른바 ‘신고립주의’를 추구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주도하고 있던 지도국의 위상을 스스로 걷어내고 있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분담금을 둘러싸고 전통의 유럽 동맹국들과 마찰을 일으키더니 한국, 터키 등의 지정학적 전략요충지의 동맹국과도 마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편, 미국의 침체를 이용해 자국의 위상을 높이려는 중국과는 무역전쟁을 시작으로 다방면에서 패권경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미국와 중국의 패권경쟁은 물론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개혁개방 이후 놀라운 속도로 경제 성장을 거듭한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중국의 이 같은 부상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 사회는 ‘중국위협론’을 부각시키며 중국의 부상을 견제해왔다. 반면,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제기되는 중국위협론은 허상이며 중국의 평화적 부상은 국제사회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화평굴기(和平崛起-평화로운 부상)’로 맞서고 있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의 쇠퇴가 점차 가시화되고 중국의 부상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미국은 중국을 ‘경쟁자’로 공식화하며 강하게 견제하기 시작하였다. 트럼프 이전 시기 미국의 대(對)중국 전략은 대체로 군사·안보 분야에서는 대립을, 정치·외교 분야에서는 견제를, 경제 분야에서는 협력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며 대립과 견제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 또한 시진핑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제사회에서 보다 공세적인 외교적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 정권은 ‘중국의 꿈(中國夢)’을 이룩하기 위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부르짖고 있다. 이것은 과거 중화제국의 부활을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외교 전략이 현실화 된 것이 바로 ‘일대일로(一帶一路)’이다. 중국이 구상하고 있는 ‘일대일로’는 65개 국가와 연계되어 있으며 이 연선 국가들에는 세계인구의 63%인 약 44억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또한 이들 지역의 경제규모는 세계 GDP의 29%인 21조 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이들 일대일로 연선국가들과의 경제 교류를 통해 엄청난 규모의 경제적 효과와 아울러 국제적 영향력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일대일로는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로도 불리는데, 과거 ‘실크로드’가 중화제국의 경제와 문화를 세계에 전달했듯이, 이 경로를 통해 중국은 과거 중화제국이 누렸던 국제적 위상을 되찾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경제적 효과와 국제적 영향력을 얻기 위해서는 이것을 뒷받침하는 정치.외교적 역량과 나아가 군사적 역량까지도 필요하다.
  중국의 이 같은 공격적 외교 전략은 이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하드파워(Hard Power - 경성권력)’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드파워’는 군사력, 경제력 등의 전통적 국가권력을 의미한다. 중국은 막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군사안보적 역량을 키워왔다. 아직 미국에는 미치지 못하나 2019년 기준 중국의 국방비 지출은 2,500억 달러로 전 세계 국방비 지출의 14%를 차지하며 미국에 이어 2위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하드파워’만으로는 결코 국제사회의 리더가 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민주주의, 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와 규범이라는 ‘소프트파워(Soft Power-연성권력)’의 보유 또한 필요하다. ‘소트프파워’는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조지프 나이(Joseph S. Nye, Jr)가 제시한 개념으로 강압이나 보상이 아니라 매력으로 타국의 선호(preference)에 영향을 미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는 소프트파워의 주요 자원으로 문화와 정치적 가치관 그리고 외교정책을 꼽고 있다.
  또한 소프트파워와 함께 자주 사용되는 용어가 있다. ‘매력 공세(Charm Offensive)’라는 용어인데, 이는 일반적으로 개인의 카리스마나 신뢰감 등을 강조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가는 행위를 지칭한다. 이것은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적용된다. 특히 타국에 대해 자국의 호감도를 높여 외교적 성과를 이루고자 할 때 이 ‘매력 공세’는 매우 유용한 외교전략이 될 수 있다. 매력 공세는 다양한 형태로 표출될 수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것이 민간차원의 문화 교류이다. 문화는 한번 그 지역에 뿌리내리면 그 생명력이 매우 길다. 또한 대중의 ‘선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소트프파워를 갖고자하는 많은 국가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이러한 ‘소프트파워’를 지니고 있는가? 19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동아시아에서는 지금의 국제질서와 다른 중국 중심의 국제 질서가 존재했다. 현재의 국제질서는 서구의 국제질서인 ‘조약체계’에서 비롯되었다. 주지하듯 조약체계는 형식적으로 수평적인 국가 간의 ‘조약’을 통해 유지되는 국제체계이다. 이와는 달리 과거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국제체계는  중국 중심의 위계적인 국가 간 서열을 바탕으로 하는 ‘조공-책봉(朝貢-冊封)체계’였다. 즉 ‘천자(天子)’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과 이를 정점으로 주변 민족들이 위계적으로 구성되는 피라미드적 구조를 갖는 국제체계인 것이다. 이것은 중국을 ‘화(華)’로 주변 민족을 ‘이(夷)’로 구분하는 ‘화이관(華夷觀)’의 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여기서 ‘화’와 ‘이’는 민족적 혹은 종족적 구분이라기 보다는 문화적, 정치적 구분으로 보는 것이 옳다. 화이관은 중국인 스스로 중화(中華)라 칭하며 자기 민족의 우월성을 내세우고 주변 민족에 대해 비하하는 세계관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민족적 우월성은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문화적 자긍심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곧 정치적 차별을 통해 지배체제에 반영되었다. 즉 중국 대륙을 통일한 정치집단을 ‘화’ 그리고 그 주변부 국가들을 ‘이’라고 칭한 것이다. 중국을 통일한 국가는 스스로를 ‘화’로 칭하며 천자의 정통성을 이어받았음을 주장하였고, 주변국들은 이를 강요받거나 자발적으로 수용하면서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유지되었다.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존 킹 페어뱅크(John King Fairbank)는 이 같은 중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중국적 세계질서(Chinese World Order)’라 지칭했다. 페어뱅크는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질서가 서구의 ‘조약체계’와는 대비되는 ‘조공체계’였음을 주장하였다. 그에 의하면 중국적 세계질서는 중국과 주변국들이 정치와 경제의 교환적 관계를 통해 유지될 수 있었다. 즉, 중국은 정치적 권위를 주변국으로부터 얻음으로써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였고, 반면 주변국은 중국에 정치적 복종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풍부한 경제적 혜택을 받으며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의 중국사학자인 니시지마 사다오(西島定生)는 이러한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질서를 ‘동아시아세계’라 칭하며 이론을 발전시켰다. 그의 ‘동아시아세계론’의 핵심은 중국 기원의 문화 특히, 한자, 유교, (중국식) 불교, 율령과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한국, 베트남, 일본 등의 ‘동아시아문화권’을 상정하고, 이들 문화권의 독특한 정치체제를 ‘책봉체제’로 규정했다. 즉, 중국 황제가 주변국가들의 정치적 수장에게 중국의 신하로서 작위를 내려줌으로써 중국과 주변국이 ‘군신관계’를 맺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앞서 언급한 문화적 전파와 수용이 이루어졌으며 이를 통해 정치적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두 학자들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동아시아에는 서구와는 다른 독특한 국제질서가 존재하였으며, 그 질서의 유지에는 ‘문화’라는 강력한 매개체가 존재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이 질서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었으며 질서 유지에 필요한 ‘문화’라는 매개요인을 중국이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도 있지만, 두 학자의 주장이 나온 이후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이를 대체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전통시대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국제질서는 분명 존재하였다. 그리고 이 같은 ‘조공-책봉체제’의 유지는 현실적으로 중국의 왕조가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군사력으로 국제질서를 창출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유지하기는 어렵다. 과거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핵심은 ‘문화’라는 소프트파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도 우리 일상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한자와 유교 사상은 이 같은 문화적 영향력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금의 중국 또한 소트파워전략의 일환으로 자국의 문화를 활용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공자학원(孔子學院, Confucius Institute)’이다. 공자학원은 중국어 뿐만 아니라 중국 문화를 널리 알리고 홍보하기 위한 중국의 교육기관이다. 2020년 1월 기준 162개 국가에 545개 공자학원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 등지의 국가에서 공자학원이 퇴출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공자학원이 문화 홍보의 역할을 넘어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선전기관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문화는 세계적으로도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유산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중국 문화의 이러한 역사성이 오히려 중국에게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국의 문화의 우수성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애국주의 혹은 중화민족주의가 지나치게 강조되어 중국 문화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 공산당의 지도부가 그것을 정치적 선전수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중국 문화에 대한 신뢰 또한 감소시키고 말았다. 중국의 문화는 더 이상 세계 각국의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게 된 것이다. 중국의 소프트파워 전략이 고민해야봐야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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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 중심의 국제질서가 반세기 이상 유지되면서 세계 각국은 민주주의와 인권과 같은 이념을 인류의 보편적 규범으로 인식해왔다. 그러나 중국의 소프트파워 전략은 지나치게 과거의 역사적인 문화유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자국에게는 매력적일지 몰라도 타국에게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중국은 과거 제국의 영광을 찾고 싶어하지만 현재의 주변국들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나머지 세계 또한 중국의 영광에 동의하지 않는다.
  영국의 포틀랜드커뮤니케이션이 발표한 ‘2019 소프트파워 30’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30개국 중 27위에 머물렀다. 반면 한국은 전년도 20위에서 한단계 상승한 19위를 차지했다. 이 단체는 매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공공외교센터와 페이스북의 협조로 세계 30개국을 대상으로 소프트파워 순위를 매기고 있다. 2019년 1위는 프랑스, 2위는 영국이며 미국은 5위를 차지했다. 서구 중심적 가치 기준에 근거한 것이라는 비판을 떠나서 중국에게 주는 함의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소프트파워 전략의 전형적인 예는 공자학원이다. 그러나 공자학원의 한계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명확해졌다. 중국이 보다 유연한 소프트파워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현실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식을 담은 가치와 이를 포함하고 있는 새로운 중국의 문화를 제시해야 한다. 그것은 중국의 과거(특수성)와 현재(보편성)가 어우러진 것이어야 한다. 그랬을 때 세계 각국의 대중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국은 자국 문화의 특수성보다는 보편성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보편성 위에 특수성이 가미될 때 그것은 매력적일 수 있다.
  BTS(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세계 젊은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음악이라는 보편성과 한글 가사라는 특수성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최근의 K-방역이 한국의 위상을 높인 것은 정보의 투명성이라는 보편적 민주적 가치와 한국의 독특한 공동체적 관습이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공산당 지도부가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
  향후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위협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중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 또한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외교적 수사로써 ‘평화적인 부상’을 언급하기 전에 국제사회에 자신의 ‘위협’적 이미지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것은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실제적으로 보여주는 평화적인 행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소프트파워 전략의 대대적인 전환 또한 필요하다. 중국이 지금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행위와 국제사회가 열광하는 매력적인 소프트파워를 보유할 때 중국은 진정한 국제사회의 강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중국의 패자(霸者)로의 길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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