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800년 12월 25일, 로마의 성 베드로 교회에서 교황 레오 3세는 손수 샤를마뉴를 황제로 대관했다. 이 크리스마스 미사에 참석한 로마인들은 ‘신으로부터 대관한 황제’라며 샤를마뉴를 환호하였다. 사실상 신성로마제국의 시작이었다.
이 때에 출현한 제국은 이름만 ‘로마’였지 실질적으로는 프랑크인(독일인의 조상 격)들의 제국이었다. 사라져 버린지 330년이나 지난 고대 로마제국이 다시 부활할리는 만무했다. 다만 그것은, 약해진 교황권을 회복하고자 당시 교황이던 레오 3세가 프랑크인 중 세력이 가장 강했던 샤를마뉴를 ‘교회의 보호자’로 세우고 교황권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한 제국일 뿐이었다. 교황은 신의 뜻을 끌어들여 샤를마뉴제국의 수립을 정당화했고, 적대관계에 놓여있던 비잔틴제국에게서 고대 로마 계승의 정통성을 빼앗았다. 당시 비잔틴은 실질적인 고대로마제국의 계승국가였기 때문이다. 결국 샤를마뉴는 신에 의해 세워진 황제, 즉 신성한 황제가 됐고 그 제국은 ‘신성한 황제’가 다스리는 제국이었기 때문에 ‘신성한 제국’이 되었다. 이 제국은 기독교가 중심역할을 하는 기독교제국이었고 샤를마뉴는 황제로서의 역할과 신성한 군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겸하였다. 엄밀히 말해 정교일치(종교와 정치가 하나인 통치형태) 제국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미국 같은 경우 정교분리를 헌법상에 명시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던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정치적 이념과 종교적 이념이 대립할 때는 과감히 종교적 이념을 버릴 것”이라고 단언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슬람권의 중동국가와 끊임없는 대결구도를 만들어간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는 철저한 정교일치 통치스타일을 보여 왔다. 그들의 정책에 종교적 가치판단이 개입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외국 언론의 분석이 나왔을 정도다. 우리나라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대통령은, 과연 종교적 이념을 정치에 투영시키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윤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