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문이 시대를 반영하고 그 시대에 부응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특히 교육학은 시대의 요구와 사명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발전해 왔다. 지난 세기말 이후 교육과 교육학은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교육은 개인의 삶의 질을 결정하고 국가 발전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중시되고 있다. 지식 기반 사회, 정보화 사회가 성숙되면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그 개념도 확장되어 왔으며 교육학의 영역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교육학의 탐구 영역과 쟁점을 개관하고 교육학의 미래를 전망하며 발전 과제를 탐색하기로 한다.
 
교육학의 탐구 영역
 교육학이라는 학문은 철학자 헤르바르트(1806)가 『일반교육학』을 출판함으로써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교육학은 윤리학과 심리학이라는 두 가지 기초 학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교육목적론은 윤리학에서, 교육방법론은 심리학에서 도출된다고 보았다. 이후 교육학은 ‘무엇을 가르치느냐’와 ‘그것을 어떻게 가르치느냐’의 문제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무엇을 가르치느냐’를 탐색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의 철학에 의존하게 되는데, 지식이란 무엇이며, 지식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리고 그 지식들 중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들은 어떤 것인가 등이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 이렇게 철학을 교육과 연관지어 교육의 문제를 연구하는 학문 영역을 ‘교육철학’이라고 한다. 가르칠 내용을 교과로 구분하거나 관련시키고, 그 교과를 나이에 따라 체계적으로 조직하는데 관심을 갖는 분야를 ‘교육과정학’이라고 하는데, 교육과정은 학교에서 가르치려고 의도하는 교육 내용이나 경험을 총망라한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의 관점에서 보면, 우선 인간은 유아기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지적인 사고 과정, 도덕 발달 과정 그리고 성격 형성 과정 등이 모두 변화하게 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나이에 따른 인간의 발달 단계를 연구하며, 각 단계에서는 어떻게 학습이 이루어지고 가장 효율적인 학습지도 방법은 어떤 것인지를 연구하는 분야가 ‘교육심리학’이다. 또한 수업에서 활용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도입하여 교육에 관련된 문제들을 통합적으로 해결하려는 영역이 ‘교육공학’이다. ‘교육평가’의 영역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내용의 적절성이나 교사의 수업 방법, 그리고 교육의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분야에 대한 평가를 포함한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이루어지지만, 교육 내용과 교육 방법은 개인차원뿐만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으로 중대한 관심사다. 올바른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려면 교실을 넘어서 학교, 사회, 국가적 차원에서 교육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학교 안에서의 학생 간의 관계,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 학교와 그 밖의 사회 기관들 간의 관계를 연구하고 교육 내용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는 영역을 ‘교육사회학’라고 한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잘 가르치도록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인적, 물적 조건을 갖추어야 하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목표를 도출하고 적정 수준의 투자를 유도해야 하며, 학교 단위뿐만 아니라 지역 단위별로 그리고 국가 단위로 교육정책을 수립렘쳬璿瞞?하는데 이와 관련된 영역이 ‘교육행정학’이다.
 
교육학의 쟁점
 이렇게 교육학은 가르칠 내용과 방법적인 측면에서 관련 학문과의 다양한 교류와 연구를 통해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들이 대립하면서 여러 가지 쟁점들도 제기되어 왔다. 첫째, 이론적인 측면에서 실증주의적 관점과 사변적 관점은 상당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교육에 관한 실증적 연구를 선호하는 학자들은 사변적인 교육학이 단순한 사상과 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교육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를 발견하고 처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각종 검사와 통계적 방법을 사용하여 교육 문제를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그러나 복잡한 교육 현상을 파악하는 데 실증적인 연구 방법만으로는 제약이 많고, 교육의 이념이나 목적, 본질과 같은 철학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변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관점도 설득력을 얻고 있고, 질적 접근을 통한 다양한 연구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그동안 교육학은 교육 현장의 문제를 분석하며 이해하고 설명하는 실제적인 개선을 위한 대안적인 처방을 제안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연구 주제가 교육 현장의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고, 연구 성과가 교육 현장의 문제 해결에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많은 교육학자들이 우리 교육 현장의 문제를 분석렝鎌慢설명렷莫簫歐?위한 이론적 정치화와 적합한 이론 개발에 집중하기보다는 외국의 이론들을 습득하고 전달하는 역할에 더 익숙하였다. 이 점에서 우리의 학교 교육 현장을 의미 있게 설명하고 교육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는 지식 체계를 제공하는 교육학의 토착화가 교육학계의 과제로 다루어져 왔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실천지향적 교육학의 전통에 대해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교사 양성을 위한 교육학, 교육 개선을 위한 교육학보다는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여 교육의 고유한 면모를 이론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교육학의 사명이자 본질이라고 보는 것이다. 본질주의적 혹은 근본주의적 관점에서는 다른 학문들의 개념을 배제한 상태에서 교육학의 고유한 개념 체계를 형성함으로써 교육학의 정체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급박한 교육 현안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도 교육 현상을 의미 있게 인식할 수 있는 교육의 개념, 교육에 관한 개념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전통적으로 교육학은 학교교육을 중심으로 탐구 문제를 설정하고 이론을 발전시켜왔으나, 최근에는 성인교육, 평생교육, 노인교육, 대학교육으로 그 대상이 확대되고 탐구 영역도 더욱 확장되고 있다. 공교육제도에 대한 다양한 대안교육, 사교육이 등장하면서 아동 중심 교육학의 개념과 논리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고, 이른바 공급자중심, 교사중심의 교육을 개념을 초월할 수 있는, 학교학의 경계를 넘어서 학습학의 발전도 기대되고 있다.
 
21세기 교육학의 미래
 근래 들어서 전통적인 학문 계열의 구분이 오히려 학문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보고 여러 학문간 연계를 강화하고 통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세기말에는 다학문적 혹은 간학문적 접근(interdiscipline)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어 왔고, 최근에는 융합학문, 복합학문, 통섭 등의 개념도 등장하고 있다. 교육학은 교육 현상을 기술렐낯疵예측렴陸┎狗졍?종합학문으로서 그 출발에서부터 교육 문제를 중심으로 관련 학문의 관점, 개념, 이론을 통합렝好淪歐?위해서 노력해 왔다. 앞으로도 교육의 개념을 중심으로 교육학의 내포를 정치화하고 외연을 넓히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세기는 흔히 ‘교육의 세기’라고 불린다. 세계의 모든 민족과 국가가 전례 없이 교육에 전폭적인 열정을 쏟았다. 교육 활동과 사업이 팽창하게 된 이유와 원인이 많지만 효과적인 교육이 사회적 조화와 국가 발전에 본질적인 요소라는 인식이 가장 크게 작용하였다. 그리하여 나라마다 교육은 가장 큰 국가사업이 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교육의 보편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지만 그에 못지않은 부작용도 가져왔다.
 21세기 한국 교육학은 교육의 가장 중요한 터전인 학교와 대학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론적 논의를 심화시키고 방법을 구체화할 사명이 있다. 교육기관들이 직면한 문제들의 원인을 찾고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교육철학과 교육과학의 협력, 교육 이론과 교육 실천의 연계가 절실하다. 교육의 개념, 목적, 이념, 제도에 관한 종합적인 논의를 바탕으로 교육에 관한 분명한 비전을 설정하고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현상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교육학의 개념과 이론을 씨줄과 날줄로 연결할 수 있는 통합적 사고가 절실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교육학자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국민들이 교육의 문제를 인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학력 저하, 사교육 심화, 교실 붕괴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교육의 문제들이 거론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교육적 맥락에서 찾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학 연구 방법과 절차 면에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교육학 연구의 방법과 절차를 교육 현장과 더욱 밀접하게 관련되는 방식으로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학교 교육현장에 대한 자료 수집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고,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의 의식, 관행, 가치관 등을 살필 수 있는 자료 수집 이외에 교육연구과정에 교육 현장의 관계자들의 참여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서 연구 결과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교육학을 전공한 학생들의 진출 범위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교육학 전공자들은 교사, 학교상담가, 학교행정가, 교육학자 등 학교교육분야에 주로 진출해 왔고, 기업교육 분야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양성되었다. 교육의 개념과 교육학의 탐구 범위가 더욱 확대되면서 앞으로는 학교교육 이외에 다양한 평생교육분야, 방송, 언론 등 미디어분야, 그 외 교육산업 전부문의 교육전문가가 배출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