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학이란?
생활과학은 가정학에서 출발한 학문이다. 초기 가정학은 20세기 초의 급격한 사회 변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적응을 돕고, 새로운 상품과 기기 사용에 대한 정보를 보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정학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대학에 학과가 설치되었다. 가정학과 전공자는 각급 학교 학생에게 가정과 교육을 실시하고, 일반인에게는 생활개선 교육을 통하여 일상생활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가정학 관련 정보를 제공하였다.
초기 가정학 교육은 여성들이 효율적, 과학적으로 가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수공예, 가사, 기술 등에 중점을 두면서 주로 자연과학에 기초한 생활 원리를 중심으로 교육하였다. 따라서 그 당시에는 생활개선이 교육의 기본 목표였다. 즉, 초기 가정학은 가정의 생활개선을 중심으로 하는 구체적인 지식과 기술의 전달 기능을 담당했으며 여성 교육의 기능도 수행하였다.
가정학은 학문의 발전 추세와 사회적 수요에 따라 생활과학으로 개념이 변화하게 되었다. 즉, 산업의 발전, 그리고 가계소득의 증가와 함께 전통적으로 가정의 고유한 기능 중 정서적 기능, 자녀 양육 기능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기능이 사회로 이양되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면, 개인 혹은 가족이 필요로 하는 옷을 집에서 만들어 입는 가정은 이제 없으며, 드라이클리닝은 물론 물세탁, 다림질 역시 전문 세탁소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등 가정생활 영역이 산업화되어 감에 따라 이 분야에서 필요한 전문인을 양성하기 위해서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는 학문 영역으로 생활과학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생활과학은 개인과 가족의 삶에 직접 관련되는 산업사회의 제 부문에 대하여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생활과학에서 연구된 결과를 산업사회의 기업 및 공공 분야에 적용시킴으로써 개인과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개인과 가족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학문이다.
생활과학의 학문적 구성
생활과학은 인간이 공통적으로 영위하는 기본적인 생활 영역들을 모두 포함하며 생활의 영역에 따라 다양한 전문 분야 즉, 의류학, 식품영양학, 주거학, 아동?가족학, 소비자학, 가족자원관리학, 시설경영학, 노년학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울러 전문 영역 사이의 학제적 연구가 활발해짐에 따라 각 전문 영역들이 함께하는 부분에서는 2개 이상의 영역이 합쳐져 새로운 관심 분야를 창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색생활 분야와 소비생활 분야가 만나서 식품소비에 관한 영역을 창출하거나 시설경영 분야와 주거생활 분야가 만나서 공동 주거 시설의 공간에 관한 영역을 창출할 수 있다.
생활과학 내의 각 전문 분야별로 학문적 특성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의류학은 옷감 소재에 대한 섬유과학, 인체와 의복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피복 환경학을 비롯하여 패션 마케팅, 패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의복 생활 전반에 관한 내용을 다루며, 식품영양학은 인간의 건강을 위하여 필요한 내용으로 인체의 생리, 그리고 인체와 식품의 상호 관계에 관한 내용과 관련된 식품과학, 식품위생, 조리과학, 식품영양정책, 식생활문화 등을 다루는 학문이다. 주거학은 주택을 중심으로 인간의 생활공간, 생활환경을 계획, 설계, 디자인하고 생산, 유통, 판매하며 운영 관리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생기는 거주자의 생활문제, 주택 문제를 총괄적으로 접근하는 학문이다. 아동?가족학은 출생부터 노년기에 이르는 인간 개체의 건강한 발달과 가족 내 상호작용과 사회적 적응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영아기 보육, 유아교육, 청소년 상담과 지도, 가족생활의 상담과 교육을 통해 아동 가족 문제와 가족의 병리현상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이를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학문이다. 소비자학과 가족자원관리학은 소비자와 소비자를 둘러싸고 있는 시장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소득의 획득, 가정자원의 합리적인 배분과 관리 및 사용에 관한 소비자 의사 결정을 연구하고 소비자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학문이다. 시설경영학은 공공가정(예, 양로원, 보육원 등)과 영리를 목적으로 한 가족 부양 경영체의 효율적 관리와 운영에 관한 학문으로 생활과학의 미래 지향적인 학문분야이다. 이 분야는 공공 가정 경영, 호텔 경영, 급식 경영을 위해 필요한 내용을 다루며, 미국에서는 매우 사회적 요구가 높은 분야이다. 노년학은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 추세와 함께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노인의 경제적, 신체적, 심리적 특성과 질병, 영양을 비롯한 여가 활용, 가족 관계 등을 다루는 학문이다.
정보화?세계화 시대, 생활과학의 새로운 지평선
정보화, 세계화와 함께 생활과학의 중요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보화, 세계화와 함께 학문과 산업 활동에서는 ‘개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즉, 지금까지의 생활과학이 하나의 집단으로서의 소비자 또는 가계를 상정하고 있었다면 미래의 생활과학은 개인으로서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여야 할 것임을 의미한다. 이는 산업사회에서의 소비자는 생산된 기성품의 선택을 통하여 자신의 개성을 실현하였던 반면, 정보화 시대의 소비자는 자신의 개성과 요구를 생산과정에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개성화된 소비의 대표적인 예는 고감성화와 탈획일화된 소비이다. 소비의 기호가 개성화됨에 따라 소비의 의사 결정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의류학 분야와 식품 알레르기, 비만 등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식생활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또 하나의 경향은 환경과 안전에 대한 관심의 증대이다. 환경과 안전의 문제는 다음 세기의 가장 뜨거운 화두의 하나이며, 세계화에 따른 범세계적 표준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제품의 생산-소비-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 환경표시(eco-labeling)와 같은 환경 개념이 적용되고 있으며, 안전의 문제도 중요한 소비자 문제로서 식품과 주거의 영역에서 특히 중요시되는 이슈이다. 기능성 식품이 강조되고 새로운 식품의 종류와 가공 방법이 식탁을 풍성하게 할수록, 첨단 주거 편의 시설들이 삶을 풍요롭게 할수록 역설적으로 가장 위협받는 것은 안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다음 세기 생활과학의 가장 중요한 이슈의 하나는 안전의 문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범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한 문화의 전통성과 고유성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사실상 세계화의 표준이 서구적인 기준에서 대부분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전통적인 의복과 식품, 주거 및 가족생활의 한국적 고유성 등을 어떻게 담보하고 계승?발전시킬 것인가가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인 것’이라는 상투어처럼 전통에 관한 연구가 세계화의 시기에 새로이 생활과학 분야에서 조명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생활과학의 미래
생활과학의 개념에서 잠시 설명한 바와 같이 생활과학은 전통적으로 가정의 고유한 기능이 점차 사회로 이양되면서 창출된 학문 영역이다. 가정 기능이 사회로 이양되는 현상을 가정 기능의 사회화라고 하며, 예를 들면, 전통적으로 가정의 고유한 기능으로 인식되어 온 식생활기능은 매우 급격한 속도로 사회화가 진행 중에 있으며, 학생들은 물론 대다수의 사회인이 도시락을 갖고 다니는 것은 옛말이고, 대부분 학교나 기관에서 점심은 물론 저녁 식사까지 단체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주거 생활의 경우, 새집 증후군의 문제, 인테리어, 리모델링 등을 위한 사회적 요구가 점차적으로 매우 커지고 있으며, 가정의 자녀 양육 및 교육의 기능 역시 어린이집(유치원)을 비롯하여 학원 등으로 이양되어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라이프 사이클 중 청소년, 중장년층, 노인을 위한 가족 갈등을 비롯한 심리적 문제를 돕기 위한 가족 상담 역시 가정이 아니라 사회가 담당하고 있다. 즉, 가정의 대부분의 기능이 산업화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은 가정의 기능은 소득의 증가, 정보화, 세계화가 이루어지면서 더욱 더 사회로 이양될 추세이다. 이러한 기능을 사회에서 담당할 전문인의 필요성은 이미 커져 버린 상태이며, 생활과학은 바로 이러한 분야의 전문인 양성을 위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걸음 나아가, 참살이(Well-being)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가정 기능이 사회화된 모든 산업 역시 웰빙을 최고 목표로 하게 되었고, 아울러 자연환경을 유지하면서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자연과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산업, 즉 저탄소 성장 산업이 강조되고 있다.
생활과학의 영문명은 Human Ecology이다. 이는 생활과학이 인간과 자연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임을 시사하고 있으며 인간으로 하여금 진정한 참살이(Well-being)를 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교육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소득이 증가하면서 삶의 질에 대한 요구eh 점차 증가할 것이고 그만큼 생활과학에 대한 학문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다.








최윤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