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고시 합격 2년 전 ‘좌익 전력’이 있던 부친을 둔 부인과의 결혼부터 시작해 부림 사건 이후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변호사 시절, 그리고 영남 출신으로는 드물게 호남에 기반을 둔 정당인으로 출마해 4번 낙선한 것 등 그의 행보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소위 ‘표준적 출세길’에 비춰 충분히 ‘비주류’로 여겨질 만했다.

 그런 그에게 6월은 항상 신념에 대한 보상으로 돌아왔다. 2000년 4월 총선에서 낙선한 직후 2000년 6월에는 그런 비주류 노무현을 지지한다는 이들이 ‘노사모’를 창립했고, 2002년 민주당 경선 당시에는 부역자의 딸을 아내로 뒀다는 이유로 위기를 맞았으나 “부역자의 딸을 사랑한 것도 죄가 된다면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라고 한 연설이 결정적 역할을 해 그해 6월 끝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대통령 재직 시절인 2004년에는 야당의 공세에 탄핵 직전까지 갔지만 국민의 촛불이 추동력이 돼 5월 1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 소추안을 기각함으로써 다시 한번 기적적으로 6월을 맞이할 수 있었다.

 집권 내내 보수 언론을 비롯한 극우 세력이 ‘무능한 좌파’라고 비난했지만, 진보 진영에서는 사실상 ‘중도 우파’로 규정하는 만큼 그를 명확한 이념의 잣대로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가졌던 약간의 개혁적 성향조차도 보수 세력에겐 ‘좌 편향’으로 비쳤으며 퇴임 후 이뤄진 검찰의 수사도 그것에 맞게 ‘정치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대두하고 있는 마당에야, 스캔들에 연루됐으니 도덕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세간의 논평보다 “세상을 바꿔 보고자 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라고 하던 그의 고백에 더 큰 진정성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가 맞이하지 못 한 올 6월은 대한민국의 토양이 ‘개혁’의 씨앗조차 틔우기 어려울 정도로 척박하기 그지없음을 증명한 서글픈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