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미래
박우윤 (의과대학 의학과)
생명연장, 감염병 확산 저지
병 없이 오래 사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류의 소망일 것이다. 인간은 어머니 몸에서 새 생명으로 잉태되는 순간부터 각종 질병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지구상에서 질병에 의해 사라질 위기를 겪으면서 수 만 년을 살아남았다. 의학은 인간을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하고 무병장수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가장 실제적인 학문 중에 하나이다. 의학의 역사와 현재 상황을 살펴봄으로써 앞으로 의학의 발전 방향을 예상해 본다.
금년 3월에 첫 발병이 보고된 신종 플루 (인플루엔자 H1N1)는 6월 현재 전세계적으로 5만 명이 넘는 감염자와 2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우리나라도 100명이 넘는 감염자가 보고되었고 현재도 계속 진행중이다. 최근 WHO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은 남자가 76세, 여자가 82세이다. 일본과 산마리노의 국민이 82.5세로 가장 오래 산다. 그러나 100년 전에 인간의 평균 수명은 현재의 절반 정도였다고 한다. 이처럼 평균 수명의 연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항생제의 개발일 것이다. 과거 인류의 생존을 가장 크게 위협해온 것은 세균에 의한 감염병이다. 위생관리를 통한 전염병의 예방, 백신 및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을 통하여 감염병에 의한 사망률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아직 후진국에서는 감염병이 중요한 사망원인이며, 항생제의 남용으로 인해 기존 항생제로 처치할 수 없는 슈퍼박테리아의 출현, 사스, 신종 플루 등 동물과 사람을 오가는 인수 공통 병원균의 출현은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감염병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으므로 감염병의 관리, 진단, 치료법의 개발은 앞으로도 의학의 중요한 분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 몸 구석구석을 영상으로 진단
1895년 독일의 물리학자 Wilhelm Conrad Roentgen(1845-1923)이 엑스선을 발견함으로써 우리 몸을 투시해 볼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엑스선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최근 영상기기의 발전은 3차원을 넘어 4차원 영상으로 향하고 있다. 숨 한번 참고 있는 동안 초고속의 CT가 전신을 스캔하여 우리 몸 구석구석을 순식간에 리얼한 칼라의 3차원 화면으로 눈앞에 나타낸다. 삼차원 영상은 우리 몸을 실제에 가깝게 재현하여 해부학적 구조의 이해, 질병의 정확한 진단, 적정한 치료의 선택, 수술이나 시술의 결정 등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3차원적 영상 구성은 관(pipe) 구조 즉, 위장관, 기도, 혈관, 뇨관 등의 내부를 실사화하여 가상 내시경(virtual endoscopy)도 가능하게 하였다. 가상 내시경은 실제 내시경보다 기계적인 접근이나 각에서 제약이 적으므로 실제 내시경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은 고자장(magnet)과 라디오파(radiofrequency)를 적용하여 인체의 단면을 컴퓨터로 영상화하는 것으로 CT에 비해 인체 내 상이한 조직들의 구별 능력이 월등하며 방사선의 위해성이 없는 장점이 있다. MRI로 인해 뇌신경계 분야는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으며, 근골격계 질환에서도 CT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MRI는 해부학적 구조뿐만 아니라 기능적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 및 자기공명분광법(magnetic resonance spectroscopy; MRS)을 통하여 뇌에서 일어나는 생리, 기능, 대사 등의 과정을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어 앞으로도 계속 발전될 분야이다. 양전자(positron)는 핵 내에서 양성자가 중성자로 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로 핵에서 탈출한 후 주변 조직의 전자와 반응하여 소멸하면서 물질 형태에서 에너지 형태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발생된 에너지가 환자 몸 밖으로 방출(emission)되면 이를 모아서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양전자방출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이다. PET 영상에서는 우리 몸의 구성이나 대사과정에서 중요한 물질에 양전자를 붙여 영상을 얻는다. PET의 가장 큰 장점은 분자 및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영상화하여 기능적 분석이 가능하므로 질병을 초기에 진단하고, 치료 반응을 조기에 평가하며, 유전자치료(gene therapy), 신혈관생성(angiogenesis), 세포고사(apoptosis) 등 다양한 생체 현상을 추적할 수 있어 분자생물학 연구를 비롯하여 활용 범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CT, MRI, PET는 각각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도 있으므로 이를 서로 보완하고자 융합(fusion) 영상법이 개발되고 있다. 일례로 PET는 해상도가 낮아 해부학적 위치를 알기 힘들어 CT와 융합 영상이 현재 보편화되어 있다.
첨단기술과 의학의 접목
첨단 정보기술과 의학의 접목은 의료 환경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전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엑스레이필름을 요즘은 구경하기 힘들어졌다. 관찰 박스에 필름을 걸어보는 대신 의사는 마우스 클릭으로 컴퓨터 화면에 엑스선, CT, MRI 검사 영상들을 불러낸다. PACS(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는 디지털영상기술을 사용하여 필름 없이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영상을 진단하고 영상 정보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영상의 종합정보시스템을 말한다. 담당 의사는 환자가 엑스레이 검사 후 진료실로 오는 동안 PACS로 영상을 미리 보고 다음 처치를 준비할 수 있고 다른 곳에 있는 동료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모니터를 보면서 진료 방침을 협의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치료 기간이 단축되고 결과적으로 의료비용이 감소한다. 3차원 또는 4차원 영상은 기존 방식보다 수십 수 백 배의 데이터 양을 가지므로 이를 처리하기 위한 기술이 더욱 발전해야 한다. 한편 4차원 영상 처리 기술보다 더욱 문제되는 것은 많아지는 영상을 판독해야 하는 의사의 업무량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컴퓨터보조영상진단(computer aided diagnosis; CAD) 시스템이다. 지능적인 컴퓨터가 의사와 대화하면서 영상판독을 보조한다. CAD시스템은 영상의학 전문의들의 경험과 지식을 이식받은 지능적인 켬퓨터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스스로 물체를 인식하는 기계시각기술, 학습을 통해 병소와 정상 부위의 분간능력을 향상시키는 인공신경망기술, 그리고 전문가의 지식을 내장하고 대화식으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인공지능기술 등이 총망라 동원된다. 또한 첨단정보 기술, 컴퓨터 기술과 의학의 만남은 21세기 암과의 전쟁을 무침습 내지 최소 침습적 치료가 가능하게 하여 정상세포는 다치지 않고 암세포만을 정확하게 파괴시켜 암을 치료하고 쾌유를 가져오게 할 것이다.
원격진료
세계 최고를 다투고 있는 한국의 통신 인프라 덕분에 가정에서도 자신의 의사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의사는 자신의 진료실에서 영상회의를 통해 왕진을 가고 가정용 진단 기구를 통해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지시를 하는 등 실제의 왕진과 똑같이 할 수 있다. 원격진료기술은 재택응급처치, 재택 종합검진 및 질병 감시 등에도 응용될 수 있다. 좌변기에 앉아 있으면 체중 및 소변검사가 되고, 집안에 있는 런닝머신을 하면서 혈압, 맥박, 심전도, 체지방 등이 검사되고 이것들이 유·무선통신을 통해 의료진으로 전송된다. 앞으로 무선통신이 발달할수록 원격진료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됨 없이 필요한 곳 어디에서나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인공장기 개발기술의 발달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장기의 수명이 다하거나, 질병 또는 사고 등으로 신체의 일부분이나 장기의 손상이 심한 경우 이를 대체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인공장기의 개발기술은 현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의한 윤리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기도하다. 현재 의수, 의족에서 부터 인조혈관, 인공판막, 인공관절 등 기능성 치환제까지 이미 많은 종류의 인공보철과 인공장기들이 환자의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또한 더 복잡한 기능이 요구되는 인공폐, 인공신장, 인공췌장 등도 상용화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이식형 인공심장, 인공간, 인공눈 등이 개발되어 임상에 적용되고 있다. 향후 인공 장기는 기존의 전기-기계 방식에서 세포와 생반응기(bioreactor)를 이용한 바이오인공장기방식, 조직공학방식, 줄기세포를 이용한 장기 재생방식, 이종 자기의 활용 등 생물학적 접근 방식 위주로 발전할 전망이다.
아시안 게놈 프로젝트
2001년 2월 초 미국 국립보건원과 생명공학기업인 Celera Genomics는 인간 게놈프로젝트 (human genome project)가 종료되었다는 발표를 했다. 현재 인간뿐만 아니라 이미 수 십 종의 생명체에 대한 유전자 프로젝트가 종료되었거나 진행 중이다.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는 금년 6월 아시안게놈센터(Asian Genome Center)를 개소했다고 밝혔다. 이 센터의 첫 과제는 인종별 게놈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아시안 100 게놈 프로젝트'로써 한국인 등 아시아인의 유전정보를 분석해 현재까지 선진국에서 진행된 백인 중심 게놈프로젝트와 차별화한다는 계획이다. 유전자지도에는 한 개인이 갖고 있는 모든 유전정보가 담겨있다. 사람의 성격과 생김새 등을 결정할 뿐 아니라 특정 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다. 유전자지도 분석이 활성화되면 의사들은 현재의 진료기록보다 훨씬 정확하고 풍부한 환자의 정보를 가지고, 환자의 유전적 특성에 따라 약물을 처방하는 소위 맞춤의학(individualized medicine)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이 미래의 의학은 전자, 재료, 정보, 통신, 컴퓨터, 생명공학 기술의 종합적 산물이며,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과 임상 의사들의 협력이 더욱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최첨단 기술이 융합될 지라도 의사는 환자를 단순히 유전자에 의해 조정되는 기계 정도로 보아서는 안 되며, 인간이 하나의 인격체이며 사회적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참고문헌: 한국의학원, 의학자 114인이 내다보는 의학의 미래)








신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