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 (Biotechnology)은 생명에 관련된 모든 현상과 지식을 이용하여, 생물체나 생물체의 활동을 변형시켜서 인간에게 필요한 물질이나 기술들을 고안하여 인류복지 향상을 최종 목표로 하는 응용학문인데, 21세기는 생명공학의 시대라고 한다. 2000년을 넘어 오면서, 많은 생물체들의 생명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체 염기서열의 분석이 완성되면서, 발굴된 유전자 정보를 이용하여 농업과 의학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생명공학 산업이 창출되었고, 그 발전 속도는 점진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그림 1-1> 생명공학의 기법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식량을 생산하는 것은 인류 생존의 기본적 요소이며, 기계화, 냉장 및 냉동, 운송수단, 인위적인 교배 육종기술, 제초제 및 화학비료 등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달은 꾸준한 농업 생산물의 양적인 증가를 이루어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게 했다. 특히 1800년대 중반 그레고리 멘델에 의해서 생물체의 유전법칙에 관한 이론이 처음으로 밝혀지면서, 이것을 농업분야에 적용해 식물과 동물을 개량하는 데 사용한 전통적인 동식물 육종학이 발달하기 시작하였다. 지난 수십 년 간 과학자들이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놀라울 정도의 정교하고 고차원적인 작용 기작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생물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완전히 파악하려고 하고 있다. 동식물 육종학은 유전적으로 설계된 생물체(유전자재조합생물)의 생산을 통한 생물의 행동과 성질 및 가치를 바꿀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가지게 하였다. 간단한 예로, 당뇨병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인슐린을 생산하는 기술은 도축된 소의 췌장에서 모아서 얻었다. 하지만 얻을 수 있는 인슐린의 양이 매우 적어 그 값이 매우 비쌌고 사람의 인슐린과 단백질 구조가 달라 어떤 사람에게는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했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박테리아의 DNA 속으로 사람 인슐린 유전자를 넣어서, 유전자 변형된 박테리아로부터 대량의 인슐린을 생산하여 상대적으로 값싸게 매년 수백만 명의 당뇨병 환자들을 적절히 치료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현대 농업에 생산되는 많은 작물들은 더 풍부한 영양분을 가지고 해충, 질병, 가뭄 저항성 등 생산에 유리한 형질들이 첨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식량의 40% 가량이 해충이나 병 그리고 부패 등에 의해 손실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작물이 해충이나 잡초에 의해 피해를 줄이게 되면, 현재 지구상에 적절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는 수천만 명의 사람들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에서 1억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비타민 A 결핍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추산한다. 또한 식사 속의 철분의 결핍은 전 세계적으로 2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빈혈을 야기한다. 이러한 비타민 A와 철분 결핍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쌀은 에너지 공급원으로는 우수하지만 비타민 A와 철분이 결핍되어 있다. 때문에 쌀의 유전체를 해독하고 비타민 A를 제공하기 위한 베타 카로틴 생산 유전자를 쌀에 성공적으로 심었고, 철분을 함유하도록 유전적으로 변형시키는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을 통해서 생산된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안전성 우려와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유전자 변형 생명체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의 많은 부분이 생명공학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하지만, 사회 문화적 이유 및 정치, 종교적 신념에서도 비롯된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유전자변형 농산물이나 식품에 대한 정보 제공과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일부 민감한 소비자는 자연으로부터 생산된 것으로 인식되는 유기농 식품을 선호하고 있는데, 고급 농산물과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긍정적인 인식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와 같은 최근의 농업환경은 더 나은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농업생산물의 질적인 향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동시에 세계인구의 증가 및 지구환경 변화에 따른 미래 식량부족이라는 심각한 도전과 마주하고 있다. 특히 1990년 이후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의 증가율은 인구 증가율을 밑돌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 농업 생산성을 늘리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게다가 지구 온난화로 남극,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으며 해수면이 상승하여 대기 중에 더욱 많은 수증기가 유입되어 홍수, 폭우, 폭설, 가뭄 등과 같은 이상 기후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 온도 상승에 따른 동식물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는 인간생활과 가축,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 농업의 성장은 정체되어 있는데 특히 농업 생산액이 실질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농산물 가격이 오르지 않기 때문인데 값싼 수입 농산물이 농산물 가격을 주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산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의 약해지면서 품질 경쟁력이 강화되었고 친환경 농업 육성을 필두로 맛, 영양, 안전성이 강조된 농산물이 현재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농축산물의 완전한 개방이 가까운 시일에 이루어진다면 국토면적과 농업생산자원이 빈약한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자원의 안정적인 공급이 위협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1997년의 외환위기와 같은 갑작스러운 식량위기는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현대농업 생산기술은 기후 변화와 자연 재해의 위협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고령화 인구 증가와 도시화에 따른 경작면적 및 산림면적의 감소는 다가올 변화에 매우 취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위기에 대처하고 식량 자원 확보와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 농업생명공학이 주목받고 있다. 생명체가 보유한 전체 염색체 (유전체)의 DNA 염기서열 해독은 생명현상의 설계도를 밝혀내는 것이다. 또한 DNA의 서열 구조에 대한 생물학적 의미를 밝혀나가는 연구는 기계, 화학, 정보, 컴퓨터, 나노 등 다양한 과학 산업 분야와 융합이 요구된다. 국내외 농업분야에 중요한 수많은 미생물, 식물과 가축에 대한 염기서열 해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방대한 양의 유전정보가 축적되고 있다. 유전자변형생물체가 한 두 개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변형하여 유용한 형질의 식물이나 가축을 생산하려는 과거의 기술이라면, 현재와 미래의 유전체 연구는 수백 개에서 수만 개의 유전자들을 분석하여 인간에게 필요한 최적의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농축산물을 생산하는데 활용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예를 들어 증가한 육류소비로 인한 고도의 동물성 포화지방산의 섭취는 성인병 발생의 증가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0년 이상의 한우 개량은 고기내 지방함량 (마블링)을 증가시켜 고기 맛을 증진시켜 왔다. 고령화 시대에 고기내 포화지방산을 줄이며,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 함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유전적 한우 개량 방법을 개발하는 것은, 해독된 한우유전체 정보가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유전체 정보는 다양한 환경의 지배를 받고 있는 생명체가 지닌 특성을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유전자 (DNA 염기서열) 상에서 차이와 기능을 밝혀 냄으로써 미래에 요구되는 새로운 식물이나 동물을 유전적인 변형이 아니라, 최적의 유전적 조합을 이루어 내게끔 하여 지구상 모든 인류에게 농업생산물의 혜택을 줄 수 있는 지식기반 기술이다.
유전체 정보와 기술을 농업분야에 적용하는 산업화는 미국과 유럽 농업 현장에서는 실용화된 기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 주요한 역할을 소수의 농업분야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고 있으며 수많은 벤처형 중소기업체들이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새로운 산업적 가치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의 유전체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고 있고, 이에 동반한 일부 대학들에서 생물정보학 고급 교육과정이 운영되며 산업적 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상황에서는 유전체 정보의 산업적 역할을 기초분야에서 기대하기가 어렵다. 상대적으로 농업분야에서는 관련 유전체분야의 체계적인 교육인프라는 전무한 실정이지만, 산업적 가치 창출을 꾸준히 이루어 내고 있다. 그 이유는 그간 대학 실험실단위에서 DNA 염기서열 분석과 유용한 형질관련 마커 규명, 유전자 지도 작성 등이 꾸준히 이루어져 오면서 쌓인 다양한 기술과 노하우를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대학 내 농업분야 유전체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인재를 양성한다면, 이러한 교육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산업체 협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유도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예측해 본다. 그 이유는 유전체 분야 연구의 특성이 한 명의 과학자가 아닌 서로 다른 분야의 여러 연구 집단의 연구결과를 함께 활용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열린 응용학문분야이기 때문이다. 농업생명공학에 대한 지원은 유전체 연구 분야의 응용적 융합특성으로 인해 무한한 산업적 가치 창출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다양한 유전체 지식기반 가치 창출은 향후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또 하나의 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그리고 농업의 미래가 농업생명공학에 달려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충북대학교 축산학과 조교수 김관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