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했던 수업이 끝나고 다음 수업까지 2시간이나 남은 상황. 할 것도 없고 주변 카페에서 커피나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휴대전화기 카메라를 켜고 ‘카페’라고 써 넣는다. 내가 서 있는 거리를 보여주던 화면에 금방 주변에 있는 유명한 카페들의 위치가 뜨며 이름과 함께 현재 위치에서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나는 가장 가까운 oo커피 전문점으로 향한다.
공상과학소설이나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내용이 아니다. 바로 얼마 전 국내 출시된 아이폰(iPone)의 어플(Application) 중 하나인 스캔서치(Scan Search)를 이용할 때의 모습이다. 이 어플은 국내 영상인식 전문 업체인 올라웍스가 개발한 새로운 프로그램이다. 등록 3일 만에 10만 명이 넘는 아이폰 이용자들이 다운로드하고, 평점 5점 만점에 무료 어플리케이션 1위를 기록한 이 프로그램은 바로 증강현실(增强現實, augmented reality)을 적용해 개발됐다.
‘증강현실’이란 현실세계에 가상정보를 실시간으로 결합하여 보여주는 기술이다. 모든 환경을 컴퓨터 3차원 이미지로 제작하는 ‘가상현실(假想現實, virtual reality)’과는 다르다. 증강현실은 현실영상 위에 가상의 정보가 중첩되는 복합형 가상현실 시스템(hybrid VR system)으로 가상현실보다 더욱 현실감이 가중된다. 이 때문에 증강현실은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이라고도 한다. ‘증강현실’이란 용어는 1990년대 보잉의 톰 코델(Tom Caudell)이 항공기 전선 조립과정의 가상이미지를 실제 화면에 중첩시켜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하였다. 이 기술은 1968년 컴퓨터 과학자 이반 서덜랜드가 발표한「Head Mounted 3차원 디스플레이」를 시초로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연구개발 및 시험적용 단계까지 머무르다가 최근 제조·조립 분야는 물론이고 무선통신, GPS, 스마트폰과 의료분야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이 놀라운 기술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건 모바일 분야이다. 앞서 소개했던 ‘스캔서치'를 비롯해 ‘레이어(Layer)', '세카이 카메라(Sekai Camera)' 등 스마트폰을 활용해 시각적 목표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다수의 증강현실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가고 싶은 장소를 검색하면 자동 GPS기능까지 제공하고, 보고 싶었던 영화 포스터를 카메라 기능을 이용해 찍으면 그 영화의 정보와 함께 평점 및 감독과 주연배우, 가까운 영화관까지 알려준다. 그 이외에 도서, 콘서트정보 등 당장 알고 싶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이 기술이 바로 증강현실이다. 모바일 분야에서의 이러한 혁신은 증강현실의 실용화를 더 앞당김과 더불어 정보환경이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바뀌는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이 등장됨을 보여준다. 문자를 입력하여 검색하던 기존 인터넷 검색방식과 달리, 직관적으로 보이는 사물을 기반으로 관련 정보 습득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알고 싶은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얻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이젠 어느 분야를 전문가가 되어가며 공부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또한 스마트폰을 통한 증강현실의 실현은 현대 과학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진보했는가를 실감할 수 있는 증거물이다.
이렇듯 모바일 분야에서 성공한 증강현실은 게임과 광고시장 등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방송·광고시장은 현재 증강현실에 놀랍게 잘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 캐나다 동계 올림픽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거나, 경기장에 기업의 로고 등을 TV영상에 삽입해 시청자가 경기장 바닥에 실제로 기업의 로고를 박아놓은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증강현실을 방송 및 광고에 적용한 사례이다. 눈에 보이는 대상에 대한 정보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원하는 소비자와 편의성 제고 및 안전·효율성 제고를 원하는 생산자들의 이해관계가 합치되어 증강현실의 부가가치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주니퍼 리서치(Juniper Research)는 증강현실 시장이 2010년 200만 달러 미만에서 2014년 7.3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실제로 의료 분야에서는 MRI·CT 등에서 증강현실을 도입하여 더욱 효과적인 수술을 위한 기술을 개발 중이며, 교육 분야에서는 체험과 공감 면에서 이용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예로 광주 과학기술원에서는 현실 속 화분에 물과 영양분을 주면 가상공간의 식물이 조건에 따라 다르게 자라는 교육용 시스템 ‘가든 얼라이브(Garden Alive)'를 개발했다. 미국 보잉사는 항공기 제작 과정에 증강현실 기술을 시험적으로 이용하여 제조·조립 분야에서의 증강현실의 실현 방향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 증강현실을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증강현실은 여러 분야에서 적용․개발되고 있다. 미국 케임브리지대학은 현재 판매되는 공공 정보를 무료로 공개할 때 서비스 산업 등의 발전으로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경제효과가 한 해에만 무려 1억 6000만 파운드(약 3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를 발표해 증강현실의 대단한 가치를 입증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증강현실의 가치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다. 스캔서치 등 국내에서도 증강현실을 도입한 첨단 기술이 만들어졌지만 더 많은 기업과 산업이 증강현실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부터 제반 환경을 조성하고 증강현실 연구 및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증강현실을 도입하는 여러 기업들도 사용자 참여형 증강현실의 보급으로 우려되는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 및 안전성 문제 등을 인식하고, 사용자가 이용하기에 편리한 기능 및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증강현실’이라는 새로운 소용돌이 속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각주)
1) 어떤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을 컴퓨터로 만들어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마치 실제 주변 상황·환경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만들어 주는 인간-컴퓨터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인공현실(artficial reality), 사이버 공간(cyberspace), 가상세계(virtual worlds) 등이라고도 한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환경을 직접 체험하지 않고서도 그 환경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보여주고 조작할 수 있게 해준다.








고수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