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癌, Cancer)은 간단히 말해 비정상적인 세포가 통제되지 못한 상태에서 번식해 우리 몸 안에서 퍼져나가는 질병이다. 즉 암이라는 것은 새로운 물질이 아닌 우리 몸에 있는 세포가 변이를 일으켜 생긴 세포가 일으키는 질병이다. 흔히 종양(腫瘍, tumor)이라고 불리지만, 암과 종양은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니다. 흔히 ‘종양’이라고 하면 신체 조직의 자율적인 과잉 성장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자라난 덩어리(그림4)를 말하는데, 양성종양(benign tumor)과 악성종양(malignant)으로 나뉜다. 성장속도가 느리고 전이되지 않는 양성종양과는 달리 악성종양은 주위 조직에 침윤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신체 각 부위에 확산되거나 전이되어 생명을 위협한다. 암이 바로 이 악성종양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암의 발병률은 인간의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점점 증가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과거에는 사람들의 수명이 짧았기 때문에 암세포가 발병하기 이전에 사람들이 사망해 암의 발병이 그렇게 많지 않았으나, 현대로 넘어감에 따라 사람의 수명이 매우 길어지면서 암의 발병 확률이 상당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암은 왜 발병하는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유전자 변이(Mutation)’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수많은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상당수는 하루에도 수천 개씩 파괴되어 죽어나간다. 이 죽은 세포를 대체하기 위해 남아있는 세포들은 DNA복제 과정을 거치며 체세포분열을 하고, 결과적으로 하나의 세포가 유전적으로 모두 동일한 여러 세포로 나뉘어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유전자 복제과정에서 몇 번의 오류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유전자 변이가 나타나게 된다. 이 유전자가 변이되도록 하는 원인에 대해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생활 습관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유력하게 인정받고 있는 암의 원인은 ‘노령화’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몸속의 많은 세포들도 같이 노화되는데 이는 유전자가 변이될 수 있는 확률을 증가시킨다. 통계적 자료에 의해서도 이는 매우 타당함을 알 수 있는데 그래프를 보면 전체 암 환자의 대부분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 요인들은 바이러스, 생활방식, 스트레스, 자외선 등 다양하다.
이렇게 유전자가 변이되면, DNA구조가 변하게 되고 일반적인 세포가 돌연변이 세포로 변한다. 일반 세포와 돌연변이 세포는 구조적, 기능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그 중 큰 특징이 ‘예정사(아포소시스·Apoptosis)’를 거부한다는 점이다. 예정사는 인체의 세포들은 언제 죽을지 예정 되어있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정상세포는 어느 정도 분열을 하며 생성되다가 어느 한계점에서 분열을 멈추고 노령화의 길을 걷게 되며, 핵이 응고되면 세포는 파괴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이렇게 세포는 끊임없이 생성과 사멸을 반복하는데 이것이 바로 예정사다. 정상세포의 이러한 활동 양상은 우리 몸이 적정수의 세포만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연변이 세포가 되면 예정사를 거부한다.
두 번째 특징은 바로 온코진(Oncogene)과 안티온코진(Anti-oncogene)의 기작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다. 정상 세포 속에서 온코진과 안티온코진이라는 유전자는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며 세포가 아포소시스를 비롯한 정상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지시킨다. 온코진은 암을 유발시키는 능력을 가진 유전자를 말하는데 정상세포 안에 존재하면서 세포의 증식 및 분열의 제어와 분화 등에 대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유전자를 알맞게 제어해주는 유전자가 바로 안티온코진으로, 온코진에 대해 길항작용을 하는, 일종의 암을 제어하는 유전자이다. 하지만 유전자의 변이가 일어난 세포는 이 두 가지 기능을 스스로 조절하여 온코진만이 과다하게 작용되도록 한다. 결국 에너지 균형이 무너져 DNA의 에너지가 매우 높아지게 되고 슈퍼 단백질을 양성하며 후엔 종양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때 에너지가 높아진 DNA를 슈퍼 DNA(Super DNA)라고 부른다.
따라서 예정사를 거부하는 것과 온코진의 과다작용이란 두 가지 원인이 합쳐져 악성종양으로 변하게 되면 이것이 바로 암세포다. 하지만 이렇게 유전자변이가 한번만 일어났다고 해서 모두 암세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세포는 변형세포(transformed cell)라 불리며 암이 발생하기 위해선 이 변이가 복합적으로 일어나야 하고,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의 공격으로부터도 버텨야 한다. 실제로 암세포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워낙에 막강하다면 암세포는 힘을 쓸 수가 없다.
암세포는 점차적으로 진화의 과정을 거치게 되고 정상세포와 구별되는 특징을 갖게 된다. 진화는 암세포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이다. 암세포의 가장 큰 특징은 ‘이기적’이다. 보통 세포는 어느 시점까지 분열을 마치고 성장을 멈추지만, 암세포는 이와는 다르게 주위 환경이 파괴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무한정 증식을 하며 자기 개체 수를 늘려간다. 또한 세포가 살아남는 데 있어서 가장 필수적인 것은 피(Blood)인데 암 세포는 세포 내에 어떤 물질을 분비해 혈관의 성장을 촉진하게 함으로써 혈관을 자신들 쪽으로 끌어 들인다. 암 수술을 할 때 혈관이 다닥다닥 붙어 같이 끌려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고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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