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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 단과대학 릴레이 학술강좌 :자연으로부터의 선물 - 약(藥)
제 842 호    발행일 : 2012.02.11 

기획연재-13개 단과대학 릴레이 학술강좌 : 약학
 
자연으로부터의 선물 - 약(藥)

약학과 이미경 교수
 

자연(自然)하면 어떤 느낌일까? 많은 사람들이 편안한 느낌을 받지 않을까? 예로부터 우리는 자연에서 의식주에 필요한 소재를 얻었으며 최근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광고에서도 앞다투어 자연에서 얻은 것을 강조하는 것을 보더라도 자연에서 얻은 것은 편안하고 안전한 느낌을 준다. 그와 함께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큰 선물 중의 하나가 바로 약(藥)이다.

 

자연은 약(藥)? 독(毒)?
예로부터 우리는 병의 치료법을 자연에서 얻어왔다. 이는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마찬가지이다. 동물의 왕 사자도 육식동물이지만 아플 때는 풀을 뜯어 먹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하고 고양이의 경우 배가 아프면 ‘괭이밥’이라는 풀을 먹고 소화를 돕는다. 풀로 만드는 새의 둥우리도 자세히 보면 각 둥지마다 여러 가지의 풀이 비슷한 비율로 들어있는 것이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것은 오랜 시간동안 경험을 통하여 습득되어 전해지며 현재의 과학으로 효능이 입증되고 있다. ‘괭이밥’의 경우 산(酸)성분이 들어있어 소화를 도우며 새둥지에 사용되는 풀의 경우 항염증 효능을 가지고 있어 어린 새끼들이 감염되지 않고 살아남도록 도와준다.
그렇다면 자연에서 얻은 것들은 모두 안전할까? 얼마 전 뉴스에서는 부자로 술을 담아 마시고 위험한 상태에 빠진 사건이 보도되었다. 부자는 사약의 원료로 잘 알려진 독성이 강한 생약이다. 작년에 흥행했던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이라는 영화에서 나온 ‘각시투구꽃’은 투구모양에서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이는 부자와 유사한 독성이 있는 식물이다. 영화에서도 자객이 각시투구꽃에서 추출한 독을 이용하여 살해하며 이것이 사건을 해결하는 단서로 등장하기도 한다. ‘미치광이풀’이라는 식물도 있다. 이 풀을 먹으면 소는 미친 듯이 날뛰고 사람은 눈동자가 커지고 신경마비를 일으킨다. 그렇다면 이런 독성 식물은 독이기만 할까? 실제로 이들은 중요한 약의 역할을 하고 있다. 부자의 경우 독성을 낮추고 용량을 조절하여 신진대사기능을 활발히 하는 약제로 사용되고 있고 미치광이풀은 콧물감기약에 많이 처방되며 멀미억제제로 잘 알려진 ‘키미테’의 원료가 된다. 즉, 자연은 무조건 안전하지는 않으며 독성이 있는 식물도 잘 사용하면 약이 되기도 한다. ‘모든 약은 독’이며 한편으로는 ‘독약도 명약’인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약의 개발

앞서 언급하였듯이 예로부터 약은 자연에서 유래하였다. 오랫 동안 경험으로 약초인지, 독초인지를 판단하고, 식물의 효능을 몸으로 체득하여 여러 질병의 치료에 사용하였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효능을 검증하여 많은 약들이 개발되었다. 경험을 이용한 약의 개발에서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아스피린이다. 사람들은 나뭇가지로 이쑤시개를 만들어 사용하였는데 유달리 버드나무를 사용하는 경우 치통이 완화되는 것을 경험하였다. 나중에 과학의 발달로 버드나무의 가지에 살리실산이라는 물질이 들어있어 통증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원주민들이 사냥을 할 때 화살에 묻혀서 사용하는 식물독인 큐라레의 경우 근육이완 작용이 있어 화살을 맞은 사냥감이 도망을 가지 못하도록 하였으며 이로부터 분리된 성분이 현재 수술할 때 근육이완제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약의 개발은 단순히 천연에 있는 성분을 분리하여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을 더욱 발전시킨다. 버드나무에 있는 살리실산의 경우 통증을 완화시키는 효능을 가지고 있으나 위벽을 자극하는 부작용을 나타낸다. 독일의 바이엘사가 유도체 합성을 통하여 부작용을 감소시킨 해열진통제를 개발하였고 이것이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아스피린이다. 즉, 경험을 바탕으로 효능을 입증하고 이들의 성분을 규명하며 부작용을 개선하여 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경험에 의존하기보다는 과학적인 접근에 기초하여 새로운 효능을 찾는 방향으로 천연물 신약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작년에 천연물을 이용한 천연물 신약으로 1000억 원이라는 최대의 매출을 기록한 동아제약의 스티렌의 경우 쑥의 일종인 애엽의 추출물을 이용하고 있다. 애엽은 민간에서는 지혈, 소염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위궤양치료제로 개발되었다. 관절염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천연물 신약인 SK제약의 조인스의 경우 하고초, 괄루인, 위령선 3가지 생약을 일정비율로 혼합한 후 이로부터 얻은 추출물을 약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천연물 신약’의 경우 하나의 성분에 의존하기보다는 천연물의 추출물을 그대로 약으로 사용한다. 이는 천연물에 함유되어 있는 여러 성분이 서로 상승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와 같이 추출물을 약으로 사용하는 경우 매번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하나의 성분을 먹는 경우에는 정확한 양을 복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식물의 추출물을 먹는 경우 품질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일의 경우에도 비 오기 전과 비 온 후의 맛이 다르고 실제로 당의 함량에 차이가 있다. 식물의 경우에도 재배환경, 채집시기에 따라 성분이 달라지고 그에 따른 효능이 달라진다. 천연물 추출물을 이용한 또 다른 약으로 은행잎 추출물이 혈액순환 개선제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은행잎을 사용하면 좋을까? 시기적으로는 계절, 암수가 있는 식물이기 때문에 암, 수, 식물의 생육에 영향을 미치는 재배지역이나 날씨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은행을 중국이나 유럽에서 재배해도 동일한 식물이면 동일한 성분과 효능을 나타내게 될까? 천연물 추출물을 사용하는 경우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와 같이 동일한 효과를 내도록 하는 품질관리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제약회사에서는 가능하면 동일한 환경과 동일한 채집시기를 통하여 성분 및 효능을 유지하며, 추출물에 들어있는 대표성분들의 함량을 측정함으로써 효능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복용하는 천연물 추출물을 이용한 약들은 모두 함량 분석을 통한 품질관리를 거쳐 일정한 효능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천연물을 이용한 비만치료제의 개발
천연물을 이용한 약의 개발은 여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천연물의 안전성 및 효능에 비추어 장기복용이 필요한 만성질환에 주로 집중되고 있다. 그 중 필자가 요즘 연구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천연물을 이용한 비만치료제이다. 예전에는 뚱뚱한 것이 후덕한 상징이었다면 요즈음은 많은 사람들이 새해에 다이어트를 결심할 정도로 비만이 문제가 되고 있다. 비만은 젊은 여성들에게는 외모의 문제이지만 실제로 비만은 고혈압, 당뇨, 암 등 거의 모든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비만세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것도 비만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만은 당연히 섭취한 에너지가 사용한 에너지보다 많을 때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비만의 가장 좋은 치료법은 식사량의 조절과 적당한 운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법은 실천이 어렵기 때문에 약물을 통하여 비만 조절에 도움을 얻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비만은 과도한 에너지가 지방으로 축적된 상태이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은 여러 분해 효소를 통하여 우리 몸에 흡수된다. 흡수된 영양소는 호르몬 등의 조절을 통하여 지방세포에 축적되고 축적된 지방은 에너지가 필요하면 다시 분해되어 에너지로 사용된다. 따라서 식욕 억제, 섭취한 영양소의 흡수 억제, 지방의 축적 억제 및 에너지 대사 증가 등은 모두 비만의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비만치료제는 식욕을 억제하는 것과 섭취한 영양소의 흡수를 억제하는 것 두 종류가 판매되고 있으나 부작용 등으로 인한 문제도 있다. 또한 생약을 이용한 불법 비만치료제로 뉴스에 종종 등장하는 것은 변비치료제의 일종인 사하제 성분과 신경계에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하는 성분을 포함한 것이다. 이들은 비만의 치료보다는 일시적인 체중저하 효과를 나타낼 뿐이며, 신경계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따라서 천연물을 이용하여 안전하고 효과 좋은 비만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절실한 실정이다.
천연물을 이용하여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천연물의 비만치료효과를 검색할 수 있는 적당한 검색계가 필요하다. 효능의 검색은 세포나 실험동물을 이용할 수 있다. 지방전구세포(preadipocyte)는 적당한 호르몬 자극을 통하여 세포내에 지방을 축적하여 비만과 같은 상태인 지방세포(adipocyte)가 되며 이러한 세포에 천연물 추출물을 처리하여 지방의 축적이 감소되면 비만치료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게 된다. 비만치료 효능이 확인된 천연물은 여러 가지 분리방법을 통하여 성분을 분리하고 분석방법을 통하여 그 구조를 규명하게 된다. 분리된 성분들은 어떠한 기전을 통하여 항비만 효능을 나타내는지 규명한다. 또한 뛰어난 항비만 효능을 나타내는 천연물에 대해서는 실험동물을 통하여 그 효과를 규명한다. 실험동물에 지방을 함유한 고열량식을 주면 체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비만 모델이 되며 여기에 천연물을 처리하면서 체중의 변화, 지방조직의 변화, 혈중 다양한 지표 등을 통하여 비만치료효과를 확인한다. 하나의 천연물에 들어있는 성분이 서로 다른 효능을 나타낼 때, 예를 들어 A성분은 지방흡수 억제효능을, B성분은 지방축적억제효능을, C성분은 지방분해 증가 효과를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천연물의 추출물을 복용하는 경우 비만치료 효능은 극대화되게 된다.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하여 비만치료 효능이 있는 천연물 및 성분을 규명하고 세포모델 및 동물모델에서 그 효과를 입증하는 것은 신약개발을 위한 첫 단계이다. 이후 독성시험, 임상시험 등 신약개발을 위한 멀고 먼 길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개발된 신약들은 우리의 삶을 더욱 편안하게 해 줄 것이다. 우리 삶에서 약학의 역할은, 우리대학 약학대학의 과티셔츠에 쓰여 있는 것과 같다.
 “PHARMACY IS INCREDIBLE!!”

<비만검색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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