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강좌 : 사회과학
정치로 경제 바라보기 : 국제정치경제학으로 보는 세계경제
이동희(정치외교학과 강사)
정치경제학이란?
국가를 어떻게 하면 부유하게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중 하나가 애덤 스미스가 쓴 〈국부론〉이다. 이 책을 쓴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가 살던 시대에 ‘경제학’이란 학문은 없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처럼 국가에 의한 수입의 증대와 국가의 전반적인 자원의 증대를 연구하는 학문을 당시에는 ‘정치경제학’이라 불렀다. 20세기에 와서야 이러한 학문영역은 ‘경제학’이란 용어로 대치되었고, 학문적 범위는 확대되고 세분화되었다.
하지만 정치와 경제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관계로, 보다 유용한 학문적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연관성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즉, 정치학과 경제학 간의 학제 간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오늘날의 정치경제학은 주류학문에 따라 접근법이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정치학과 경제학 그리고 법학에 기원을 둔 학제적인 연구 분야를 말한다. 이러한 정치경제학은 주로 정치적 행위나 환경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또는 경제적 현상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이해하고자 한다. 이러한 정치경제학의 학제 간 연구방법을 국제정치와 국제경제로 확대한 것이 국제정치경제학이다.
국제정치경제학의 태동
“국제정치경제학”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70년대는 국제정치와 국제경제 측면에서 대변혁의 시기였다.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1970년대는 데탕트(Detente) 시대이다. 냉전체제하에서 극단으로 치닫던 미국과 소련은 전략무기제한협정(SALT)을 체결하여 군비경쟁을 자제하게 되었고, 미국과 중국이 가까워지는 등 국제적인 화해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로 인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국제정치에서 군사력을 사용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국제경제 측면에서는 미국의 경제패권이 후퇴하면서 미국은 신경제정책을 발표하게 된다. 1971년 8월 닉슨이 발표한 신경제정책의 주요 내용은 ① 금에 대한 달러의 교환중지, ② 보호무역주의정책으로 선회, ③ 임금과 가격통제 등이다. 이로 인해 금과 달러의 관계가 차단되면서 금환본위제를 기본골격으로 한 브레턴우즈체제가 붕괴되었고, 타국에 대한 미국의 시장개방 압력은 증가되기 시작한다. 이처럼 미국의 패권에 의해 관리되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던 이전의 국제경제체제가 붕괴되면서 국제정치의 이슈로 경제문제가 부각되었고, 경제는 국제정치 주요수단으로 등장하였다.
더욱이, 세계화와 함께 국가 간의 경제적 의존관계가 증가하면서 정치적 의존관계도 더불어 증가하였다. 따라서 정치와 경제를 함께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고, 이런 필요에 의해서 1970년 후반부터 본격적인 연구되어온 것이 국제정치경제학이다.
국제정치경제학과 국제경제학
국제정치경제학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국제라는 의미는 두 국가 또는 그 이상의 국가들이 상호 교류하고 접촉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는 다양한 행위자가 서로 다투고 있는 가치와 이익을 분배하는데 국가가 개입하는 과정을 뜻한다. 경제는 제한적인 자원을 여러 분야에 할당하고, 분권화된 시장을 통해 가치를 분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바로 이런 세 가지 의미가 복합된 국제적 현상이 국제정치경제이고 이를 연구하는 학문이 국제정치경제학이다. 즉, 국제사회에서 정치와 경제가 겹쳐서 함께 작용할 때 생겨나는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 국제정치경제학인 것이다.
그렇다면 국제경제학과 국제정치경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국제경제학은 경제적 교류를 통한 상호 이익과 효율성에 일차적 관심을 둔다. 반면, 국제정치경제학은 시장행위로부터 얻어지는 이득 분배에 더 관심을 둔다. 과거 경제학자들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거래 행위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고 생각했고, 이것은 국가(정치)와 관계없이 작동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시장의 실패(빈부격차, 불황, 독과점, 환경파괴, 공공재의 부족 등)에 대한 국가(정치)의 관여는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자유무역에 기반을 둔 국제경제시장 역시 시장의 실패로 모든 국가가 만족할 만한 공정한 이득분배가 이루지지 못하고 있다. 강대국은 자국의 이익을 키우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자국에 유리하게 국제경제시장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이로 인해 국가들 간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결과는 관련국의 국내정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국제정치경제학은 국제금융 및 통화체제, 국제무역체제, 재정 및 부채문제, 다국적 기업, 개도국의 빈곤문제, 환경문제, 개도국 원조문제, 상호의존문제 등을 주요연구대상으로 삼는다. 결과적으로 같은 대상을 분석하더라도 국제정치경제학과 국제경제학은 그 목적과 방법을 조금 달리한다고 보면 된다. 이젠 세계화에 대한 분석을 통해 국제정치경제학을 조금 엿보기로 하자.
세계화의 정의
‘세계화’라는 말이 언제부터인가 국제정치경제 환경을 대표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 ‘세계화’라는 용어에는 아주 다양한 정의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앤서니 맥그루(Anthony McGrew)는 세계화는 “국가들과 사회들 사이의 연계(linkages)와 상호연관의 다양성을 일컫는 것으로, 세계의 한 부분의 사건, 결심, 활동이 멀리 떨어진 세계의 다른 부분에 있는 개인들과 공동체에 중대한 결과를 가져오는 과정”이라 정의한다. 헬렌 밀너(Helen Milner)는 “국가경제의 세계적인 경제로의 통합과정”으로, 롤런드 로버트슨(Roland Robertson)은 “세계의 압축과 전체로서의 세계에 대한 의식 강화”라고 세계화를 정의한다.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은 “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일들이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일들에 의하여 규정되는 방식으로 먼 지역들을 연계시켜 주는 범세계적 사회관계들의 강화”를 세계화로 정의한다.
이처럼 다양하게 정의되는 세계화를 영역에 따라 분류해보면 크게 경제적 세계화, 문화적 세계화, 사회적 세계화, 정치적 세계화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경제적 세계화는 국제무역과 다국적기업에 의한 해외직접투자의 증가, 그리고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경제적 상호교류를 확대시키는 현상을 의미한다. 문화적 세계화는 전 세계적인 소비문화의 확산을 통해 문화교류가 확대되는 현상을 말한다. 사회적 세계화는 인터넷과 이메일, 위성TV, 교통수단 등의 발달로 전통적인 시간과 공간 개념이 압축되면서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접촉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연대의식이 확산되어 세계라는 의식이 강화되는 현상이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세계화는 세계적인 비정부기구(NGO), 비영리기구(NPOs)에 의한 초국적인 시민운동의 증가와 UN, IMF, IBRD(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EU, NAFTA 등 지역기구의 중요성과 영향력이 확대되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적 정의와 분류로 세계화를 이해하려하면 왠지 난해하고 어려운 느낌이 든다. 보다 쉽게 세계화를 이해하기 위해 국제화와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란 국가 간 문화·제도적 차이를 인정하고 국가라는 관리체제를 인정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국가 간의 교류이다. 반면 세계화(Globalization)는 근본적으로 개별 국가의 개념이 약해지고 세계가 단일 공동체로 확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즉, 국제화보다는 상위 개념으로서 세계를 한 울타리로 보고 인류 공통의 보편타당한 가치를 중시하며, 국제화와는 달리 세계적 차원의 단일성을 상대적으로 강조하는 개념이다. 다시 말해 국제화와 세계화는 국가라는 정치단위가 여전히 유효하냐 약화되었느냐에 따른 구별이다. 따라서 세계화는 국경을 초월하는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상호연계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심화되어 국가의 국경과 영토의 의미를 약화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화와 금융위기
세계화로 인해 국가의 관리체제가 약화되었는가에 대한 논의는 논쟁의 소지가 있지만, 세계화로 인해 국가의 영토와 주권행사 영역을 초월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가 간의 빈부격차, 환경파괴, 국제금융체제의 불안정으로 인한 환율과 외환위기 등이 그것들이다. 더욱이 세계화로 인한 문제들은 이를 해결할 세계적인 권위체가 없는 상태에서 강대국 중심의 힘의 논리가 작동하고, 국가마다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에 분쟁과 갈등, 혼돈이 증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제금융체제의 불안정은 이러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국제금융체제의 불안정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브레턴우즈체제의 붕괴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냉전체제하에서 미국은 경제, 군사원조에 수반되는 막대한 비용으로 달러화를 대규모로 해외에 유출하였고, 결국 달러화의 해외보유고가 미국이 보유한 금재고량을 초과하는 결과를 낳았다. 1960년 이미 달러화의 해외보유고는 미국의 금보유고를 초과하였고, 1971년에는 미국 금재고량의 3배를 초과하였다. 결국 미국이 달러의 금태환 중지를 선언하면서 금환본위제와 고정환율제를 기본골격으로 한 브레턴우즈체제는 붕괴되었다.
브레턴우즈체제의 붕괴이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달러의 유동성은 더욱 증가하였다. 여기에 고정환율제가 붕괴되면서 유로달러시장(미국 밖의 달러시장으로 변동환율제를 이용해 환차익으로 수익을 얻음)이 발생하고, 오일쇼크로 벌어들인 산유국들의 오일달러까지 국제금융시장에 유입되면서 금융경제 시장의 팽창을 초래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의 동시 발생)으로 대표되는 불황기였다. 결국, 금융시장으로 집중된 자본(달러화)은 제조업 중심의 실물경제에 투자되지 못하고, 세계 각지로 투자처를 찾아 나서게 된다.
투자처를 찾아 나선 국제금융자본은 IMF와 세계은행의 신자유주의 처방을 앞세워 국제자본을 국가의 관리와 감시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1980년대 남미국가들의 외채문제, 1990년대의 아시아 금융외환 위기, 그리고 최근의 미국 발 국제금융위기 등은 이러한 국제금융자본이 일으킨 문제들이다. 이처럼 이익을 얻기 위해 세계 각국을 자유롭게 유출입하고 있는 국제금융자본이 그 실상을 감추기 위해 내세운 것이 바로 세계화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국제사회는 국제금융자본을 관리하고 감시하기 위한 국가 간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인류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중대한 과업이며, 국제정치경제학의 숙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유능한 후학들의 관심과 참여가 이 일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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