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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아연을 아시나요? : 우리 몸 속의 아연
제 849 호    발행일 : 2012.05.26 

 

김동규
- 국립암센터 실험동물실 연구원
- 수의학과 卒  ·97
 
아연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금속의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이 아연을 우리가 매일 섭취해야 하는 필수 영양성분이라고 하면 왠지 어색할 것이다. 하지만 아연의 중요성을 안다면, 당신의 생각은 달라지게 될 것이다.
아연은 우리 몸의 효소를 구성하는 300여 가지 효소의 필수 성분이다. 이 숫자만 봐도 아연이 먹으면 좋고 안 먹어도 상관없는 수준이 아닌, 반드시 필요한 우리 몸의 구성성분이라고 느낄 것이다.
요즘은 종합비타민이나 영양제로 아연을 섭취할 수 있지만, 영양제나 종합비타민이 없었던 과거에는 카사노바, 독일의 철의 재상이라는 비스마르크, 그리고 유럽을 평정한 나폴레옹 등은 늘 아연이 많이 들어있는 굴을 광적으로 먹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당시에는 아연이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없었겠지만, 몸에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나 보다.
물론 아연에 대한 첫 의학적 기록은 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의 〈스미스 파피루스〉에 따르면 피부 연고제에 아연을 넣었다고 한다. 이후 로마 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약물에 아연이 첨가되었다.
하지만 생리적 기능으로써 아연은 1900년대 초부터 생명체의 필수 미량원소로 인식되어 왔으며, 결핍증에 대한 연구는 1960년대 초 Prasad 박사에 의해 처음으로 인지되었다. 아연의 결핍을 연구하면서 아연이 세포성장, 생식 기능, 면역 등 체내의 여러 가지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모든 세포는 아연을 함유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300종류 이상의 효소와 단백질의 생성에 사용되고 이 효소와 단백질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대사를 비롯하여, DNA, RNA 합성 및 세포 분열 과정 중에서도 사용된다. 이렇게 세포성장과 분열에 밀접하게 관계가 있어 교체율이 큰 위장관 점막 세포나 혓속의 미뢰(taste buds)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각이나 후각 장애는 아연 결핍의 조기 증상으로 발현된다.
 
남성과 아연
아연을 ‘남성 미네랄’(masculine mineral)이라고 한다. 아연은 전립선이나 정액 내 타 신체부위보다 고농도로 농축되어 있으며 실질적으로도 정자의 상태나 숫자, 정액의 량, 전립선 및 성기능에 관여하고 있다. 아연은 정자 및 정낭 액을 생성하고 정자의 숫자 및 운동성을 유지하여 정자의 수정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전립선염을 가진 환자의 전립선 내 아연의 농도는 정상인의 아연 농도에 1/10에 불과하다고 한다. 물론 아직까지 아연 농도의 저하 때문에 전립선염이 발생하는지 아니면 전립선염으로 인해 아연 농도가 낮아지는지에 대해 확실하지 않지만 전립선염과 전립선 아연 농도 저하와의 연관성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1930년대 후반에 전립선 액에서 PAF(prostatic antibacterial factor)가 존재한다고 알려졌으며 그 후에 실험을 통해 PAF가 바로 유리 아연(free zinc)이라는 사실이 밝혀냈다. 전이금속인 아연은 항균 효과가 있는데 그람 음성세균, 바이러스, 효모(yeast), 원생동물(protozoa), 클라미디아(Chlamydia)의 증식을 억제한다.
정액 속에도 고농도의 아연이 농축되어 있는데, 정액 내 아연은 정자의 염색질(chromatin)을 안정화를 통해 남성의 수정 능력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아연은 남성호르몬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무기질이다. 시상하부에서 뇌하수체를 거쳐 성선(性腺)에 이르는 신호체계에 아연이 결핍되면 고환에 적절한 신호 전달이 어려워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의 생성이 감소된다. 따라서 적절한 아연 농도는 테스토스테론과 정자 생성의 필수 조건이다.

여성과 아연
임신 여성의 아연에 관한 연구는 적은 편이지만 아연은 세포성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임신이나 수유 때 아연의 수요가 평상시보다 증가하게 된다. 가임기의 여성이 아연 결핍이 보이면 불임의 원인이 되고 임신 중에 아연 결핍이 나타나면 태아의 발달 미숙과 같이 태아에게 악영향을 주게 된다. 또한 수유기에도 아연이 결핍되면 아이의 성장에 악영향을 주어 왜소증, 피부질환, 설사와 같은 증상이 일으킬 수도 있다.
비만과 아연
또한 아연은 체내 에너지 대사와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으며 많은 영양학자들은 이와 연관된 연구들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미뢰의 발달과 성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각생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연은 지방억제 호르몬인 렙틴(leptin)의 생성과 그 수용체(leptin receptor)의 발현과도 연관이 있는데 혈중 내 렙틴의 농도가 낮아지거나 렙틴에 대한 적응증이 생기면 비만이 발생하게 된다. 동물실험에서 유전적으로 비만 쥐의 경우 정상 쥐에 비해 털과 혈청 속에 아연의 함량이 낮으며 사람의 경우에도 체중이 증가할수록 혈청 내 아연의 함량이 낮아진다고 한다.
비만과 밀접한 질병인 당뇨병에서 여러 가지 미량 영양소의 대사가 비정상적으로 나타나는데, 그 중 아연은 당뇨병이 있을 때 대사변화가 일어나는 대표적인 미량 무기질이다. 아연은 당대사에서 중요한 효소들의 보조인자로서 인슐린의 합성과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아연 결핍은 또한 산화 스트레스 증가와 관련되어 있고 비정상적인 아연대사는 당뇨 합병증 진행과 관련이 될 것이라고 보고되었다.
 
면역세포와 아연
아연을 감기 발병 하루 내에 복용하면 치료효과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연이 바이러스의 복제활동을 중단케 한다는 논문이 보고된 바 있듯이 아연은 면역계 활성에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한 이 논문에서는 항생제는 감기나 독감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효과적이지 못한 반면에 아연은 체내 면역계를 도와 외부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를 일부 억제하기도 한다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아연의 바이러스의 감염억제효과는 아연이 면역체계에 다양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아연은 호중구(neutrophils)이나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과 같은 선천성 면역세포의 발달과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또한 대식세포에도 영향을 주는데 대식세포의 탐식작용(phagocytosis)과 사이토카(cytokine)의 생성에 아연이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T 세포나 B세포의 성장이나 기능을 하는데 있어서도 아연은 역시 필요하다.
 
뇌 속의 아연
현재 많은 분자신경생물학자들은 유전자와 단백질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많은 성과를 이루고 냈다. 하지만 뇌 기능은 단백질만으로 조절되는 것이 아니다. 당, 지질 등 대사와 관련된 유기물질과 우리 몸 속에 있는 여러 금속이온과 같은 무기물질과 함께 조절되고 있다. 여러 금속이온 중 하나인 아연도 뇌의 생리적, 병리적 현상에 관여하는 금속이온이다.
뇌 세포, 특히 신경세포 안에는 많은 양의 아연이 존재하지만 그 존재에 대하여는 최근까지 뚜렷한 이유를 얻지 못하고 있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서 많은 수의 단백질들이 아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뇌세포도 역시 아연이 단백질과 결합하여 역할을 하리라고 추측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1950년대 말, 상당량의 아연이 신경세포의 시냅스 말단에 단백질과 결합되지 않은 형, 즉 유리아연(free zinc)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하였으며 1980년 이후 시냅스에 존재하는 유리 아연이 신경세포의 활동에 따라 방출되어 다른 신경세포로 이동하여 세포 내 신호전달체계를 조절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뇌 속에 기억과 연관이 있는 해마에서 기억의 형성과 연관이 있는 신호인 long-tempotentiation(LTP)라는 현상에서 아연의 방출과 유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보고들이 있다. 또한 아연이 세포 밖에서 신경성장인자(Neurotrophin)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작용이 있다는 것이 보고되어, 신경 세포 간의 신호 전달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아연은 생리적 작용 이외에 여러 병리현상에 기여한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첫째로 신경세포의 죽음이다. 현재까지 아연은 비교적 세포독성이 약한 금속으로 알려져 왔지만 신경세포에서 아연의 과다유입은 세포의 죽음을 초래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두번째로 아연이 노인성 치매에서의 베타 아밀로이드(β-amyloid) 축적에 기여하는 것이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아연과 결합하여 활성 산소기를 생성하여 세포독성을 일으키고, 아연과 결합된 아밀로이드는 점점 단단하게 변하여 아밀로이드반을 형성하게 된다. 이 외에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등 여러 신경 퇴행성 질환에서 아연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하게 하는 증거들도 확인되었다.
위에 언급한 다양한 아연의 역할은 아마 실제 역할의 아주 적은 부분일 수도 있다. 과거에 단순히 아연결핍으로 아연의 기능을 알고 이해했지만 앞으로 밝혀질 아연의 우리 몸 속의 역할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중요한 금속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단순히 필수영양소로 섭취하지만 아연의 진정한 기능들이 밝혀진다면 당뇨병, 퇴행성 신경질환, 비만과 같은 현대사회에 문제가 되는 질병의 치료제로 탈바꿈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Prasad AS. Zinc in human health: effect of zinc on immune cells. Mol Med. 2008 14(5-6):353-7.
Frederickson CJ, Koh JY, Bush AI. The neurobiology of zinc in health and disease. Nat Rev Neurosci. 2005 6(6):44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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