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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천문학의 시작 ‘우주로의 여행’
제 853 호    발행일 : 2012.10.22 


한동주(천문우주학과 강사)
 

대중천문학이란?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개그프로그램 중에 ‘불편한 진실’이란 코너가 있다. 천체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코너의 배경으로 쓰인 천체사진이 어떤 건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 사진은 우리 은하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의 천체사진이다.  온 국민이 보는 공중파 프로그램에 비록 필자가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천문사진이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은 참으로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9년은 국제천문연맹과 유네스코에서 결의안을 제출하여 UN이 선포한 ‘세계 천문의 해’로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통해서 최초로 천체를 관측한 지 400년이 되는 해였다. 굳이 ‘세계 천문의 해’가 아니더라도 요즘엔 주변에서 천문학과 관련된 사진, 기사, 이벤트 등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명의 우주인을 선발하여 세계적인 천문우주과학 분야에 진출하고 있으며, 전남 고흥에 ‘나로우주센터’를 건립하여 각종 과학위성 발사 등을 추진하며 천문우주과학, 우주산업, 우주공학 등에 대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일반인들에게 천문학은 어렵게만 느껴지는  하다.
사람들이 천문학이라는 학문이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도록 강의, 체험, 관측, 행사 등을 통해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을 대중천문학이라 한다. 이는 우주과학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것과 더불어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대중천문’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여 대국민 과학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국내외 흐름에 발맞추어 충북대학교 천문학과에서는 2009년 전국에서 유일하게 일반대학원에 대중천문과학과를 설립하여 현재 석・박사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부생을 대상으로도 ‘대중천문전문가 양성과정’이라는 인증제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시행중에 있다.
필자가 강의하고 있는 ‘우주로의 여행’이라는 교양과목 또한 이런 대중천문학의 활성화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우주시대를 사는 지식인이라면 최소한 알아야 할 기초적인 천문우주 상식,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천문관련 뉴스 그리고 별 제대로 보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또한 연구용 천문대가 아닌, 일반인들을 위한 시민천문대를 방문해서 달, 행성, 성단, 성운 등의 천체를 잘 관측하기 위해서는 언제 찾아가야 하는지도 배운다. 시민천문대에서 직접 망원경을 통해 천체를 관측하고 강의와 설명을 들으며 확인하는 동안 직접 체험의 중요성과 기초과학이며 생활 속의 학문인 천문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게 된다.

 

생활의 일부가 된 대중천문학
천문학자들 뿐만 아니라 별과 우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읽었을 교과서와 같은 책이 하나 있다. 바로 『코스모스』(1980)이다. 『코스모스』는 책과 함께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되어 전 세계 6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시청하였다. 이 책을 쓴 사람은 그 유명한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다. 그는 평생 600여 편 이상의 과학논문과 기사를 썼으며 천문학을 포함한 자연 과학을 대중에게 소개한 명실상부한 이 시대 최고의 대중천문학자이다. 1997년에는 그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 ‘콘택트’가 나와 일반인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외계탐사를 주제로 한 이 영화는 세계적인 규모의 전파천문대인 아레시보 전파천문대와 뉴멕시코에 있는 전파천문대인 VLA가 등장하며, 탄탄한 천문학적 배경 지식으로 내용이 전개되고 있어 천문학 수업에 자주 인용된다.

 

[그림1] 조경철 박사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대중에게 천문학을 전파한 천문학자가 있었으니 바로 2010년 작고하신 조경철 박사이다. 1969년 미국 NASA의 아폴 11호 달착륙 장면을 AFKN을 보면서 즉석 통역 해설한 일화로 ‘아폴로 박사’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한국천문학회장을 비롯한 과학계의 요직을 거치면서 기초과학 발전에 큰 공헌을 하였다. 그는 해박한 천문학 지식과 입담으로 공중파 방송에 다수 출연하여 우리나라의 천문학 대중화를 위해 한 평생을 바쳤다. 170여 편의 저서, 50여 편의 논문 그리고 3000여건이 넘는 과학관련 기고와 대중들에게 영향력이 큰 방송활동 등을 감안한다면 대중천문학 분야에서 그의 역할은 가히 ‘한국의 칼세이건’이라 할 만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만 원권 지폐를 자세히 본 적이 있는가? 거기에는 과거 융성했던 천문학 전성시대의 천문 유물,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천문도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천체망원경이 들어있다. 먼저 만 원권 지폐에는 조선시대 대표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국보 228호)’가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왕조의 권위를 높이고자 고구려 탁본 천문도를 표본으로 삼아 하늘의 별자리를 12구역으로 나누고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1467개의 별과 은하수를 직육면체의 돌에 새겨놓아 완성했다. 태조 4년(1395년)에 제작된 이 석각천문도는 중국 남송의 순우천문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천문도이며 고구려의 천문도 원형을 짐작케 하는 귀중한 유물이다.

 

 [그림2] 만 원권 지폐 뒷면에 삽입된 혼천의(혼천시계), 천상열차분야지도, 보현산천문대 천체망원경


만 원권 지폐에 삽입된 또 하나의 그림은 바로 ‘혼천의(국보 230호)’이다. ‘혼천의’는 조선 현종 10년(1669년) 천문학 교수였던 송이영이 만든 천문시계로 홍문관에 설치되어 시간측정 및 천문학 교습용으로 쓰였다. ‘혼천의’는 조선시대 만든 천문시계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유물로, 조선시대 전통방식인 물레바퀴의 원리를 동력으로 이용한 시계장치와 서양식 기계시계인 자명종의 원리를 융합한 새로운 방식의 천문시계다. 이 점에서 혼천의는 세계 시계제작 기술 역사상 독창적인 천문시계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현재 ‘혼천의’는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마지막 천문관련 그림인 천체망원경은 바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구경의 천체망원경인 보현산의 1.8m 반사망원경이다. 이 망원경은 한국천문연구원의 연구목적 천문대인 보현산 천문대에 1996년 처음 설치됐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적외선카메라 시스템을 장착하여 수억 광년까지 관측할 수 있게 되었다.
가수 성시경이 최근 발표한 7집 앨범에는 ‘태양계’라는 곡이 있다. 이 곡에는 ‘태양을 따라 도는 저 별들처럼’과 ‘지구를 따라 도는 저 달 속에’ 라는 가사가 나온다. 사실 태양을 따라 도는 별은 없다.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행성들이 있을 뿐이다. 지구를 따라 도는 달도 사실 지구와 달의 질량중심을 돌 뿐이다. 이런 천문학적 지식은 대중가요의 감성을 반감시키긴 하지만, 이 또한 천문학이 대중 속에 파고 든 한 예라 할 수 있다.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던 동요 중에 ‘반달’이 있다. 동요 ‘반달’에는 달과 금성이 등장한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여기서 달이 항상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는 사실이 나오고, 2절에는 ‘샛별이 등대란다 노를 저어라’ 라는 부분에서 새벽에 뜨는 금성을 나타내는 ‘샛별’이 나온다. 이처럼 늘상 접하는 동요 하나에도 천문학은 숨어 있다.

 

대중천문학에 기여하는 시민천문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과학관 육성법에 따라 우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증대와 우주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 양성, 과학문화 저변 확산을 통한 국민 여가 증진이라는 세 가지 주요 목적 달성을 위해 지방과학관을 건립하여왔고, 현재 계속 건립 중에 있다. 사실 2000년 이전에는 천문우주 테마과학관(시민천문대)이 전무했었다. 그러다가  2001년 대전 시민천문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민천문대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시민천문대의 용어는 사실 명확히 정의된 바 없다. 현재는 천문우주 테마과학관과 시민천문대가 혼용되어 사용된다고 할 수 있는데, 전국 지자체에서 건립한 천문우주 테마과학관들은 현재 시민천문대라는 이름으로도 통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2010년 현재 17개의 공립(지자체 건립) 시민천문대가 운영 중에 있으며, 그 외에도 청소년 수련원 및 수련관, 개인 사설 천문대 등 약 100여 곳에서 일반인을 위한 천문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시민천문대야 말로 대중천문학을 활성화하고 과학 문화를 확산하는 전도사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책을 읽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부모들보다 아이들이 더 풍부한 천문학 지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요즘의 부모세대가 학교를 다닐 때는 별을 볼 수 있는 시설이 거의 없었다. 지금은 도시에서 한 시간 이내 거리에 위치한 시민천문대에 3000원 내외의 금액만 지불하면 신비한 천체를 관측하고 다양한 천문교육 프로그램에도 체험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시민천문대가 30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많은 시민천문대의 수에서 보듯 일본에는 아마추어 천문가들도 많아 관측 분야에 있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단적인 예로,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혜성 명명법에 따라 붙어진 ‘히야쿠다케 혜성’, ‘이케야-세키 혜성’ 등을 봐도 알 수 있다. 일본에는 그만큼 천문학을 접하기 쉽고 대중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작년 추석 즈음 일본 출장때 도쿄 중심부에 있는 ‘만천 플라네타리움’이라는 천체투영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곳은 대형 쇼핑센터 건물의 한 층에 위치해 있었다. 천체투영관 자체를 보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할 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대형 쇼핑센터에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할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것은 기우였다. 수백 명이 관람 티켓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었고, 이미 몇 시간째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더욱 놀랐던 기억이 있다.

 

최근 대중천문학의 관심분야
대중천문학의 주요 체험장이라 할 수 있는 시민천문대는 천체투영실, 주관측실, 보조관측실 그리고 전시관으로 구성된 곳이 많다. 시민 천문대는 과학관의 한 유형이지만 관측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각 층의 로비나 별도의 전시관에 천문우주과학에 대한 전시물 또는 전시패널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천문학 지식과 정보 공유의 장소라기보다는 눈요기에 그치는 장소가 되어 버렸다. 이 전시관을 채우고 있는 전시물들에 대한 전시형태나 전시구조는 자문단을 통해 일반적인 천문학 관련 컨텐츠를 확보한 뒤, 대부분 비전문가인 인테리어나 디자인업체들에 의해 구성되다보니 관람객의 참여나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영국자연사박물관, 일본 국립과학기술관, 일본 미래관 등을 견학하며 논증에 의한 전시구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는 거시적으로는 전시 시나리오 구성과 미시적으로는 논증에 의한 주제구성을 하며 전시관이 학습과 휴식이 어우러진 즐거운 관람이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Booth와 Lawson의 논증방식과 오준영의 논증방식을 적용한 천문우주과학 전시 구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향후 이를 이용하여 시민천문대나 과학관의 천문우주과학분야 전시관 구성에 활용하여 일반인들을 위한 올바른 천문우주과학 지식과 정보 습득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그림3] 개기일식


일반인들에게 천문학이 가장 주목을 받을 때는 특이한 천문현상이 있을 때이다. 2035년 우리 한반도에서는 달에 의해 해가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일식이 일어난다. 앞으로 23년 후에 일어나는 일이지만, 직접 관측하기 어려운 개기일식이기 때문에 필자도 너무나 기대된다. 그러나 이 예상에는 ‘불편한 진실’이 포함되어 있다. 바로 한반도 전역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평양인근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일이 되어야 한다. 물론 그때까지 통일이 되지 않는다면 지금은 잠시 중단된 금강산 관광처럼 관광코스로 갈 수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는 통일된 하나의 나라에서 수많은 남북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그 멋진 광경을 보는 것을 바랄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우주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여! 2035년 평양에서 최고의 천문 현상을 함께 관측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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