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무기, 핵

핵무기는 핵분열과 핵융합을 이용한 대량살상무기로 인류 역사상 최대의 파괴력을 가진 공포의 무기이다. 일반적으로 핵무기는 핵분열을 이용하는 우라늄탄과 플루토늄탄, 그리고 핵융합을 이용하는 수소탄으로 구분된다. 천연 우라늄에는 핵분열이 가능한 우라늄 235가 0.7% 밖에 함유되어 있지 않고, 나머지는 99.3%로는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는 우라늄 238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의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천연우라늄에 포함된 우라늄 235의 비율을 약 2〜4%로 높여 주어야 하는데 이 작업을 ‘농축’이라고 한다. 농축과정에는 원심분리법이 주로 사용되는데 수천 개의 원심분리기를 1년 내내 돌려야 폭탄 1개 정도를 제조할 수 있다. 농축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는 길이 약 3m, 지름 약 20cm의 원통이다. 크기가 작은 만큼 큰 공간이 필요 없다. 더욱이 지하시설에 설치할 경우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농축과정을 통해 우라늄 235를 약 90%까지 고농축시키면 이것이 고농축 우라늄(HEU)이 되고 여기에 기폭장치를 장착하면 우라늄탄이 된다. 우라늄탄은 소규모 분산․은닉이 가능하고, 방사능 누출 위험이 없으며, 오래 보관하여도 파괴력이 감소하지 않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쉽다. 때문에 원자로 없이 비밀리에 핵개발을 추진했던 국가들은 주로 우라늄탄을 개발한다.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폭탄이 바로 이 우라늄탄이다.
플루토늄은 자연상태에선 발견되지 않는 원소로서 ‘우라늄 238’을 원자로에서 가열하면 ‘플루토늄 239’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소만 있다면 언제든지 플루토늄 239라는 핵폭탄의 재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플루토늄 239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핵폭탄의 재료로 쓸 수 없는 플루토늄 240으로 변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재처리작업이 필요한데 이 작업은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원격조종장치와 같은 특수한 재처리설비가 있어야 한다. 플루토늄으로 폭탄을 만들면 우라늄탄보다 중성자를 많이 방출하기 때문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고, 원자로의 폐연료봉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적다. 하지만 대규모의 원자로 시설이 필요하고, 동위원소의 불안전성과 고폭장치 결합작업에 정밀도를 요구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핵실험을 반드시 거쳐야 신뢰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비밀리에 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장기간 보관시에는 파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것이 이 플루토늄탄이며, 북한의 핵실험은 이 플루토늄탄의 신뢰성을 얻기 위한 행위이다.
융합탄인 수소탄은 수소의 동위원소들을 아주 고온에서 융합시켜 헬륨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폭탄으로 필요한 높은 온도는 원자폭탄을 폭발시켜 얻는다. 융합탄인 수소탄은 분열탄에 비해 폭발력이 훨씬 더 큰데 1952년 11월 1일 미국이 처음 한 실험에서 5〜7메가톤의 위력을 보였고, 소련이 실시한 실험에서는 200메가톤의 위력을 보였다. 1메가톤은 TNT폭탄 1백만톤이 폭발할 때의 폭발력을 말하는데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우라늄탄이 20킬로톤, 즉 TNT 2만톤의 폭발력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핵무기가 폭발하면 폭풍, 열, 초기 방사선이 대량으로 발생하고, 잔류 방사선(낙진)에 의한 방사능 오염과 전자기 파동(Electromagnetic Pulse)을 가져온다. 폭풍은 건물을 파괴하고 신체의 약한 부위인 고막과 허파를 파열시키고, 열은 화재와 피부 및 망막에 심각한 화상을 입힌다. 초기 방사선은 폭발지역 부근에 직접적인 방사선 피해를 주고, 잔류 방사선은 핵분열 생성물에서 나오는 방사선으로 광범한 지역을 오염시킨다. 이러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핵무기 개발은 단지 파괴의 특성만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전쟁의 특성도 변화시켰고, 새로운 군사기술의 변화는 외교와 전략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핵무기 경쟁과 핵 통제
모든 국가들에게 핵무기 보유는 자국의 방위능력은 물론 타국에 대한 공격능력의 향상을 뜻하기 때문에 핵무기 보유는 인접국 및 그 지역에 이해관계를 갖는 타국과의 관계에서 정치.군사적 우위를 뜻하게 된다. 많은 국가들은 다른 국가의 공격으로 부터 생존할 수 있는 군사력 보유를 원하고 있고, 그것을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 핵무기 개발이므로 대부분의 국가들은 핵무기 보유를 통해 안보를 보장 받고 싶어 한다.
미국에 의해 처음 개발된 핵무기는 이후 주요국들이 개발에 나서면서 경쟁이 촉발되었다. 1949년 소련이 핵실험에 성공한 이래 1952년 영국, 1960년 프랑스, 1964년 중국, 1974년 인도가 핵보유국이 되었고, 파키스탄과 이스라엘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미국과 소련은 냉전기간 동안 서로 핵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대량보복(Massive Retaliation)전략을 추구하였고, 결국은 양국 모두 비슷한 수준의 핵전력을 보유한 핵 균형(Nuclear Balance)이 이루어졌다. 미국과 소련 모두 상대방을 전멸시킬 수 있는 엄청난 파괴력의 핵무기를 갖게 됨에 따라 ‘상호확증파괴(MAD: Mutually Assured Destruction)’를 기초로 한 억지전략을 추구하게 되었다. 즉, 상대국이 나에게 핵공격을 하면 나도 그 이상의 핵공격을 통해 상대국을 전멸시킬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상대국이 나에게 핵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핵무기 제조 기술이 확대되고 핵보유국이 늘어나면서 먼저 핵무기를 개발한 국가들은 원자력 에너지를 군사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국제적 장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국제적 규제와 통제는 국제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국가들, 특히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한 철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다. 핵보유국들조차 핵무기의 사용에 대한 통제가 상당히 어려운데 개발도상국들이거나, 혹은 저개발국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핵무기를 군사적,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려고 하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불신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탄생된 국제적 기구와 제도가 바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확산 방지 조약(NPT)이다.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감시하는 국제기구로 1956년 설립헌장에 조인하고, 1957년 7월 29일 헌장이 발효하여 발족하였다. IAEA는 UN의 다자간 외교수단으로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핵시설을 사찰하고, 기술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전력 생산 등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지원하면서 핵무기 개발을 사찰하게 되어 있다. 이후 IAEA는 이라크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노출을 계기로 안전조치 권한을 크게 강화하였다.
NPT는 기존의 핵보유국(1967년 1월 1일 이전에 핵무기를 제조, 실험한 국가들인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이 핵무기를 개발하고자 하는 국가에 대해 도움을 주는 것을 금지하여 비핵보유국의 핵무기 획득을 억제하는 국제제도이다. NPT는 비핵국가들의 핵시설에 대한 의무 사찰을 강제하고, 기존의 핵보유국들도 핵무기 통제 및 감축을 위해 노력하게 하며, 비핵국가들의 평화적 목적을 위한 원자력 활동과 기술 습득을 지원한다. NPT의 모든 조약체결국들은 IAEA와 핵안전보장협정을 체결하고, 모든 핵시설과 핵물질에 대한 사찰을 받을 의무가 있으며, 위반사항은 보고하여야 한다.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에는 UN 안전보장 이사회의 합의에 따라 제재가 가능하다.
이 같은 NPT체제에 대하여 비핵보유국들은 조약의 불평등성에 대하여 강하게 비판할 수밖에 없다. 비핵보유국에 대해서만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불평등한 처사이며, 비핵보유국은 핵보유국의 핵공격으로부터 어떻게 안전을 보장받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또한 NPT 체제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가 핵무기를 개발하여 보유하게 된다면 비핵보유국의 안보는 더욱 위협받게 된다. 이 같은 비핵보유국들의 불만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핵보유국들은 핵우산으로 비핵보유국의 안전을 보장하며 핵무기가 더 이상 확산되지 못하도록 억제하고 있다. 이러한 핵보유국들의 처사는 우리 같은 비핵보유국들 입장에선 매우 부당한 처사로 비칠 수 있지만, 더 이상 핵보유 국가가 늘어나는 것을 막아 핵전쟁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로 여겨진다.
수인의 딜레마, 핵무기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에서 자주 인용되는 게임이론의 사례 중에 ‘수인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는 것이 있다. 두 명의 용의자가 체포되어 서로 다른 취조실에 격리된 채 심문을 받고 있다. 용의자 둘 간의 의사소통은 전혀 불가능하다. 형사는 두 용의자가 범인이라는 확신은 있으나 충분한 증거가 없다. 그래서 형사는 두 용의자에게 자백여부에 따라 다음과 같은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 A와 B 용의자 모두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 불법무기 소지와 같은 가벼운 제목으로 징역 1년을 살게 된다. 둘째, A와 B 둘 중 하나만 자백하는 경우로 자백한 사람은 정상을 참작하여 6개월, 자백하지 않은 사람은 10년을 복역한다. 마지막으로 A, B 모두 자백을 하게 되면 둘 모두 7년을 복역한다.
A와 B는 어떤 선택을 할까? A와 B 모두에게 최선은 둘 다 침묵하여 1년을 복역하는 것이다. 그러나 A는 침묵했는데 B가 자백을 했다면 A는 10년을 복역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수인의 딜레마 사례는 A와 B를 합리적인 행위자로 가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A와 B는 모두 상대방에 대해 의심하게 되고 어떤 선택이 자신에게 가장 이익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A는 자신이 침묵하여 얻는 이익보다 침묵하여 받게 되는 손해를 피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A는 자신이 자백할 경우 최악인 7년 복역이 침묵할 경우의 최악인 10년 복역보다 작고, 혹시라도 B가 침묵을 지키면 6개월 복역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백을 선택한다. 이는 B도 마찬가지다. 결국 A와 B는 서로에 대한 불신때문에 ‘1년 복역’이라는 모두의 최선을 버리고 ‘7년 복역’이라는 차악을 선택한 것이다.
이 수인의 딜레마 사례는 국가 간의 관계, 특히 핵무기와 관련된 국제문제에 적용해 볼 수 있다. 핵무기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재앙의 불씨이다. 인류를 위해서는 모든 핵무기를 일시에 폐기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나만 핵을 폐기하고 상대국은 핵을 폐기하지 않는 상황이 두렵다. 이러한 두려움은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불신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이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 때문에 기존의 핵보유국들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를 모두 포기하게 만드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핵무기의 확산과 보편화를 방치한다면 핵무기를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할 수도 있고, 복잡한 국내의 위기극복을 위해 잘못된 판단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위험도 증가한다. 무엇보다 핵무기의 확산은 핵무기와 관련된 정부의 결정이 증가하기 때문에 오류에 의한 핵전쟁 가능성도 함께 증가하고 이는 인류의 파멸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최선은 국가 간의 회의나 협정, 국제기구 등을 통해 더 이상 핵무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통제하고, 기존의 핵보유국들은 느리더라도 지속적으로 핵 군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충북대신문학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