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털사이트 웹툰이나 각종 미디어에서 자전거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많이 등장하면서 다시 자전거 열풍이 불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하는 우리 학교 학생들의 모습도 예년에 비해 부쩍 늘어났다. 하지만 점점 늘어나는 자전거 이용자에 비해 그들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마련된 자전거도로는 일부 생태공원에 조성된 자전거 전용도로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우리 학교 주변 자전거도로와 더불어 청주시 자전거도로의 현황을 취재해봤다.
기자는 매일 아침 우리 학교 정문 서예가의 길을 따라 등교하면서 자전거 벨이 울리는 소리를 몇 번씩이나 듣곤 한다. 학교 담벼락을 따라 정문으로 이어진 길은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겸용도로’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학교 정문 자전거 겸용도로는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분리돼 있지 않아 벨을 울리며 쏜살같이 지나가는 자전거를 피해 보행자가 길 한쪽으로 바짝 붙어서 불편하게 걸어 다녀야 하는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이런 문제는 비단 정문 쪽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학교 정문, 중문, 후문을 잇는 인도는 모두 자전거 겸용도로로 지정돼 있다. 그나마 사창사거리에서 후문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도로를 구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띄게 분리돼 있지만, 정문과 중문에 있는 도로는 명확한 구분이 없어 사람과 자전거가 섞여 다니거나 바닥에 자전거도로를 표시하는 흐릿한 선이 한줄 그어져 있는 것이 고작이다. 때문에 학교 주변을 걸어 다니는 시민들이 겪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 학교 오소희(영어영문학과.13) 학생은 “등하굣길에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 것을 즐기는데 자전거 벨소리를 듣지 못해 뒤에서 오는 자전거랑 부딪힌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전하며 “도로가 좁아 부딪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보행자가 우선돼야 하는 보도에서 불편함을 감수해가며 걸어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무작정 자전거 이용자를 탓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자전거는 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차도의 맨 우측 가장자리 운행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는 임시 주정차 중인 차량이 많고 도로 폭이 좁아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도 위에 조성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해 길이 좁은 것을 알면서도 자전거 겸용도로에서 주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자전거 전용도로와 보행자 전용도로가 따로 구분돼 있지 않은 자전거 겸용도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로 시민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현재 청주시의 자전거도로는 총 553.2㎞로 자전거 전용도로 48.2㎞, 자전거 겸용도로 505㎞로 구성돼 있는데, 자전거 겸용도로가 전체 자전거도로 중 91%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도로 환경이 좋지 않아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 모두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이채현(영어교육과.14) 학생은 “보행자와 자전거가 모두 다닐 수 있는 길이라지만 길이 지나치게 좁아 막상 자전거가 인도 위로 올라오면 보행자가 위험해지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자전거와 보행자가 다닐 수 있는 구간을 확실히 구분하든지 도로를 넓혀 안전한 도로환경을 조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민들의 불편에서 끝나지 않고 사고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청주시는 서울 송파구, 대구 달서구에 이어 세 번째로 자전거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순위 역시 경남 창원시 38명, 경기 고양시 32명에 이어 27명으로 세 번째로 집계됐다. 그간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처럼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청주시의 자전거 겸용도로는 분명 개선이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전체 자전거도로의 91% 이상을 차지하는 자전거 겸용도로를 한 번에 개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청주시청 도로안전관리팀 관계자는 “자전거도로는 최소 가로 길이 1.3m의 폭을 기준으로 설계하는데, 현재 청주시의 인도 폭은 약 3m에 해당된다”며 “따라서 인도 폭을 줄이고 1.3m를 자전거도로로 할당하면 인도가 지나치게 좁아져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도로를 넓히기 전까지는 분리시키지 않고 자전거와 보행자 겸용도로로 운영하는 게 오히려 안전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재 점차적으로 보행자와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구간을 확실히 구별하면서 자동차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사람 우선의 도로’ 를 조성하고 있지만 정해진 예산 내에서 이뤄지는 사업이기 때문에 한 번에 모든 도로를 정비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보다 안전한 자전거도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는 시청의 입장에 시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1994년부터 장기간에 걸쳐 많은 예산을 투입해 자전거도로를 조성한 바 있으나 자전거도로 중간마다 버스정류장이나 가로등처럼 운행에 지장을 주는 장애요소를 그대로 방치해 여전히 불편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은주(청주시 흥덕구.24) 씨는 “자전거도로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최소한 중간에 자전거를 멈춰 서게 만드는 장애물은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많은 예산을 들여서 만든 것으로 아는데 기존 도로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김우성(청주시 상당구.33) 씨는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인데 중간마다 장애물이 있어서 매번 인도를 침범하게 돼 보행자와 부딪힐 뻔한 경우가 많다”며 “말만 자전거도로로 변경됐지 다를 게 없기 때문에 위험하지만 이전처럼 차도에서 달리는 것이 편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자전거도로가 제 기능을 못하자 시민들은 자전거도로 조성이 잘된 도시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낫다는 반응이다. 황명진(청주시 흥덕구.38) 씨는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된 도시에서는 인도와 자전거도로 사이에 화단을 설치하면서 도로를 확실히 구분지어 안전상에 문제가 없게 해놓은 것을 봤다”며 “청주시도 이처럼 성공적인 사례를 본받아 도로를 조성한다면 안전사고도 줄일 수 있고 쾌적한 도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당장 신도시에 버금가는 환경의 자전거도로를 조성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청주시 도로안전관리팀 관계자는 “신도시의 경우 도시 계획 당시 자전거와 보행자가 이용할 수 있는 도로를 넓게 설계하기 때문에 쾌적한 도로 조성이 가능했지만 청주시처럼 오래전에 차도 위주로 설계된 도시에 추가적으로 자전거도로를 설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니 그때까지 불편하겠지만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청주시는 최근 ‘녹색교통’을 표방하며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을 독려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이 자전거를 마음놓고 탈 수 있는 공간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청주시는 하루빨리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 모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시민들의 걱정을 덜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규빈 기자








박규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