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화를 보고 있고, 화면 속 주인공은 지금 방 안을 슬쩍 둘러본 뒤 문을 닫고 나갔다. 관객의 눈에 들어온 이 영상은 채 1분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짧은 장면 장면들이 생동감을 덧입고 우리 앞에서 살아 움직이기까지는 매우 오랜 세월이 걸렸다. 기원전 2세기부터 시작해 사진기가 발명되고, 필름과 영사기가 만들어지고. 이제는 국민 대다수의 문화생활이자 여가활동으로 영화 감상이 손꼽히게 되었고 안경 하나면 3D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렇듯 수많은 시간을 거쳐 변신해온 영화는 요즘 또 다른 변화의 시도를 하고 있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휴대폰으로 영화를 촬영한다는 것. 그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고 영화제에 초청된다는 것. 이것 또한 과거의 누군가가 상상했던 일일까?
방 한 칸을 가득 채우던 크기의 컴퓨터와 전자계산기 그리고 팔뚝만 한 휴대전화기. 시대의 발전은 모든 장비의 변화를 가져왔고 이는 곧 존재 자체만으로도 혁신적이던 것들로부터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냈다. 사진술의 발명이 영화 산업에 있어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쳤듯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촬영한다는 것 또한 그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변화의 씨앗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와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기계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어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스마트폰은 우선 휴대가 용이하고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를 대중 앞에 더 가까이 끌어당긴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밑바탕이 되지 않아도 촬영과 제작을 할 수 있고 컴퓨터를 이용한 편집으로 일반인들도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물을 더 쉽게 표현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스마트폰과 영화의 결합이 가져온 가장 큰 매력인 대중과의 호흡이다.
인터넷을 통해 UCC의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미디어에 있어서도 생산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소비자인 프로슈머(Prosumer)가 되기 시작했다. 점차 개성과 다양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흐름 속에서 프로슈머는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수동적인 입장에 머물고자 하지 않는다. 시도만으로도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 이 작은 움직임, 흥미로운 시도에서 멈출지 앞으로 계속 발전할지는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각종 영화제 및 공모전들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olleh-롯데 스마트폰 영화제가 열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1월 초부터 작품 공모를 시작한 이 영화제에서는 2월 13일에 출품을 마감하기까지 대략 470여 편의 작품이 공모됐다고 한다. 처음 선보이는 영화제였고 다소 생소할 수도 있었지만 출품자들의 폭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다양했다. 수상작은 2월 22일부터 27일까지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 아르떼관에서 매일 저녁 8시에 무료 상영됐고 극장 상영 이후에는 공식 홈페이지, 올레TV, 올레마켓, 롯데백화점 홈페이지 등에서도 상영됐다. 4월에 개최될 전주국제영화제(JIFF)에서도 스마트폰 영화를 주목하고 있다. 여기서는 새롭게 개최되는 ‘JIFF 폰 필름 페스티벌’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단편영화들을 공모할 예정이다. 이는 앞선 영화제에 이어 스마트폰 영화에 대해 점점 높아지는 관심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페스티벌이 진행되고 나면 스마트폰 영화의 가능성과 그 소통 정도에 대해 더 쉽게 체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2월 말일부터 3월 20일까지 페스티벌 작품을 접수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스마트폰 영화가 이렇게 주목받게 된 데에는 기성 감독들의 역할이 컸다. 박찬욱·찬경 형제 감독의 스마트폰 영화 ‘파란만장’은 공개된 이후부터 계속해서 주목을 끌었고 지난 20일 폐막된 제 61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단편부문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olleh-롯데 스마트폰 영화제를 통해서도 봉만대, 윤종석, 조용규 감독과 같은 기성 스타 감독들의 작품이 먼저 공개되면서 대중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데 한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영화의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선들도 적지 않다. 분명 스마트폰은 누구나, 손쉽게 영화 감독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스마트폰만으로 영화 촬영을 하기엔 부족한 점이 있고 부가적인 장비들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박찬욱 감독의 경우 대기업의 지원을 받았기에 그와 같은 작품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의견들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한 예로 olleh-롯데 스마트폰 영화제에서는 신청을 받아 촬영 장비를 대여해주기도 했었다. 즉 실질적인 영화로서의 대중화는 섣부른 판단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기존 영화의 배급과 유통에 있어 새로운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는 주장이 불거지고 있다. 아직 말도 많고 그만큼 도전도 많은 스마트폰 영화. 순간 번쩍이는 빛으로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지금보다 앞으로의 행로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혜인 기자 pie00k@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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