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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3.11.27 월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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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지
택배처럼 받아보는 새로운 콘텐츠 ‘메일링 서비스’
제 960 호    발행일 : 2021.10.05 


점점 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변화 아래, 두꺼운 종이책을 들고 오랫동안 읽는 독서 행위는 어딘가 어색해졌다. 휴대폰을 통해 읽고, 오디오로 듣는 등 여러 가지 방식의 독서가 익숙해진 가운데, 또 하나의 새로운 독서 방식이 등장했다. 바로 ‘메일링 서비스’다. 구독만 하면 내가 원하는 작가의 글이 택배처럼 메일함으로 배송된다. 메일함을 열어보면 취향대로 고른 글들이 한가득 쌓여있다. 혜성같이 등장한 메일링 서비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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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일링 서비스란 소정의 구독료를 받고 각자의 메일로 시나, 소설, 에세이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메일링 서비스의 시초는 이슬아 작가의 <일간 이슬아>로, 작가는 학자금 대출금을 갚기 위해 월 1만 원을 받고 구독자들에게 매일 짧은 수필을 보냈다. <일간 이슬아>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호응을 이끌게 되자, 여러 개인 작가들도 잇따라 메일링 서비스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SNS 계정과 이메일 주소만 있다면 누구나 구독 서비스를 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출판사와의 이해관계로부터도 자유롭다는 점이 지면에 글을 실을 기회가 적은 신인 작가나 아직 등단하지 못한 작가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일링 서비스의 등장은 수많은 개인 작가의 참여와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점차 문학동네, 민음사와 같은 문학계 대기업들도 메일링 서비스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문학 동네의 자회사 ‘난다’는 오은 시인의 수필집 <다독임>을 홍보하면서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긴 독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메일로 해당 저자의 시를 보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장은정 평론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메일링 서비스는 애초에 지면의 기회가 없거나 적었던 작가들이 스스로 지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이를 대형 출판사에서 이미 알려진 작가들을 더 홍보하는 마케팅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라는 의문을 남겼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형 출판사들은 홍보, 정보 제공 등을 목적으로 메일링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문학 동네의 경우 <우리는 시를 사랑해>라는 이름의 문학동네 시인선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매주 수요일마다 시인, 소설가, 편집자 등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나누고 싶은 시를 소개한다. 민음사 경우에도 자체적으로 발간하고 있는 인문잡지 브랜드 <한편>의 뉴스레터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잡지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분을 메일로 전송해 독자들에게 인문학적으로 사고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처럼 개인과 기업을 막론하고 다양한 방면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 이제 메일링 서비스는 더는 몇몇 개인 작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문학계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하나의 독서 트렌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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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문학계 내에서는 큰 주류 문화로 자리잡은 메일링 서비스는 점점 그 내용과 형태를 달리하며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기후 위기를 알리기 위해 행동하는 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기후 위기와 관련된 몇 가지 소식을 전하는 메일링 서비스 <기행레터>를 제공한다. 또,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경제생활 미디어인 ‘어피티’는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핵심적인 경제 뉴스들을 알리는 메일링 서비스인 <머니레터>를 제공 중에 있다. 이처럼 정보제공의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메일링 서비스는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교육 목적으로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경남 창원교육지원청은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는 계약 업무에 대한 각 담당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이영란의 아침을 여는 계약노트>라는 메일링 서비스를 활용한다. 이는 교육재정과 계약 담당 이영란 팀장의 아이디어로, 대면 교육이 어려운 코로나19 상황에서 각 업무 담당자에게 더욱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텍스트의 형태 자체에도 변화를 주는 노력도 나타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문학동네의 <우리는 시를 사랑해>와 민음사의 <한편>은 카드 뉴스처럼 텍스트를 디자인해서 제공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해 더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또한, 콘텐츠의 종류도 다양화되고 있다. 암에 걸린 친구를 돕기 위해 치료비를 벌 목적으로 시작한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는 ▲시 ▲소설 ▲에세이 등의 텍스트뿐만 아니라 ▲사진 ▲영상 ▲일러스트 ▲만화 등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젊은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문보영 시인은 종이 편지를 자택으로 배송하는 <일기 우편 딜리버리> 서비스와, 직접 전화로 자신의 시를 낭독하는 <콜링포엠> 서비스를 통해 형식적인 변화를 추구했다. 이는 일정한 구독료를 받고 창작한 글을 제공한다는 메일링 서비스의 기존 취지는 살리면서도, 종이 편지와 목소리라는 새로운 전달 방법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이 같은 메일링 서비스의 등장은 출판사와 연계하지 않고 작가가 직접 독자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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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메일링 서비스의 진짜 매력은 무엇일까. <목소리>라는 메일링 서비스를 제공했던 차도하 시인은 “문학세계사의 전 기획이사이자 현재 문학세계사 계열사인 아이들판에서 일하는 김요일 시인이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라는 이유에서 <신춘문예 당선시집>에 수록을 거부한 성다영 시인의 영향을 받아, 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을 때 문학세계사의 청탁을 거절했다. 그런데 당선시집을 거절하고 나니 3월까지는 작품을 공개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내 시를 빠르게 보여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온라인으로 유통할 수 있는 메일링 서비스를 기획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창작자로서 느끼는 메일링 서비스의 장점으로 “몇 주차에는 어떤 작품을 어떤 이미지와 함께 전송할지 고민하면서 창작자의 눈 이외에도 기획자, 편집자, 디자이너 등의 시선으로 작품을 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는 플랫폼으로부터의 자유가 작가가 자신의 창작물에 주도권을 가지고, 능동적인 창작자의 태도를 취하는 데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어피티’의 박진영 대표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콘텐츠를 제공할 경우, 재테크라는 주제에 이미 관심이 있는 이용자의 피드에만 노출된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알고리즘과 상관없이 타깃에게 찾아가는 콘텐츠 전달 방식이 필요하다 생각해 메일링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라며 서비스 시작 계기를 밝혔다. 이어 그는 “메일링 서비스의 매력적인 부분은 발송자 입장에서는 일대다 커뮤니케이션이지만, 수신자 입장에서는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서비스 이용자에게 프라이빗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미디어의 핵심 가치인 신뢰 자본을 꾸준히 쌓아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메일링 서비스를 오랫동안 구독해온 ㅂ(포항시 해도동·28) 씨는 “아침마다 나를 위해서 메일 앱이 알림을 울려주는 게 좋다. 괜히 작가와 더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 책과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구독자 입장에서는 어떨까. 이융희 문화 연구자는 구독자 관점에서 메일링 서비스를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지점은 “내가 찾지 않더라도 제시간에 메일을 통해서 원하는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는 것과 자신이 정보의 타임라인과 페이지 등을 자유자재로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전하며 메일링 서비스가 지닌 ‘편리함’과 ‘자유도’라는 두 가지의 장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정보 전달 메일링 서비스를 주로 구독한다는 ㅈ(김천시 율곡동·22) 씨는 “매일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보내주기 때문에 직접 정보를 찾아보지 않아도 돼서 간편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런 장점을 단점으로 느끼는 구독자도 있었다. ㅂ(포항시 해도동·28) 씨는 “서비스 자체에서 요약을 다 해주니까 더 찾아볼 생각을 잘 하지 않게 되다 보니 편향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와 관련해 이융희 문화 연구자는 “메일링 시스템이 추구하는 건 사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타임라인에 가깝다. 한 주제에 대해서 깊이 있는 ‘책’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페이지만 찢어서 재배열한 모자이크 형태의 라인을 구성하는 것이다. 메일링 시스템을 통해 받아보는 글들은 하나의 통일성 없이 산만하게 늘어진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고, 대개 내용도 메일링 서비스 특성상 깊이 있게 제공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모든 매체가 그렇듯 메일링 서비스 또한 장단점이 혼재하는 가운데, 이융희 문화 연구자는 “메일링 서비스가 위계나 제도적 공인과 상관없이 글을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메일링 서비스의 장래를 그렇게 밝게 전망하진 않는다. 결국에는 기업 간의 싸움이 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메일링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서는 “메일링 서비스의 송신자는 자신이 하나의 브랜드가 된다는 것, 콘텐츠 제공자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수신자 또한 내 메일함에 들어오기 시작한 정보들을 컨트롤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하며 송신자에게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수신자에게는 비판적인 사고를 강조했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를 뭐든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정신 차려보면 알아서 모든 콘텐츠가 나를 찾아온다. 그것도 취향에 맞춰, 시공간을 넘어서, 잘 가공된 상태로 말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시간적, 물리적 노동을 들일 필요가 없다. 말 그대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콘텐츠를 얻는 것이다. 모든 게 다 편리해진 지금, 우리는 오히려 자그마한 노동의 가치를 주목해야 한다. 힘주어 생각하고, 올바른 내용을 선별하고, 한 번 더 검수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사고’라는 작은 노동을 실현할 때, 우리는 산더미처럼 쌓인 콘텐츠의 늪에 빠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김혜지 기자
hjisunlose@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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