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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3.11.27 월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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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영
작은 관심 모아 큰 움직임으로, 푸른 지구 만드는 업사이클링
제 975 호    발행일 :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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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자연과 오랜 세월 조화롭게 살아왔지만, 산업화가 대량소비 시대를 열면서 자연은 개발과 정복의 대상이 됐다. 그 결과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은 물론 인간이 배출하는 쓰레기는 동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 급기야 인류가 자초한 지구온난화는 빈번한 이상기후와 함께 인류의 생존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느낀 사람들은 분리수거를 통한 재활용과 재사용에 기꺼이 동참한다. 그리고 이러한 재활용과 재사용에 가치를 더해 새롭게 사용하는 ‘업사이클링’이 새로운 환경보호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폐기물에 예술혼을 더하다.

  환경보호의 필요성은 미술계에서 대지, 환경, 생태라는 주제와 함께 새로운 예술의 사조를 탄생시켰다. 라우센버그는 이차원 혹은 삼차원적 물질을 하나의 캔버스에 담아놓는 ‘콤바인 페인팅(Combine Painting)’으로 작품을 만든다. 그는 콜라병, 종이, 고무, 천은 물론 라디오, 선풍기, 전구 등 폐기물을 자신의 캔버스에 담았다. 미국의 소비문화가 낳은 온갖 부산물과 도시 문명의 폐기물을 사용함으로써 도시 생활과 대중문화를 비판한다. 그림과 조각 사이를 오가는 콤바인 페인팅은 진화해 ‘정크아트(Junk Art)’라는 설치 미술을 낳았다. 정크아트는 일상생활에서 생긴 폐품이나 잡동사니를 소재로,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고 ‘자원 보존’과 ‘녹색 환경’을 강조한다. <마치 음악이 흐르는 듯 흘러가는 나비의 조각>으로 유명한 폴 빌린스키 역시 정크아트 작가다. 패러글라이딩을 매우 좋아하던 그는 항상 하늘을 나는 것을 동경했고 나비에 동질감을 느꼈다. 어느 날 버려진 레코드판과 찌그러진 맥주캔, 플라스틱을 보며 이것들에 자유를 부여하고 싶었고 한 무리의 나비 떼로 재탄생시켰다. 그에게 나비는 자유뿐만 아니라 변혁의 상징이기도 했다. 나비의 비상은 조금 더 나은 세계를 위한 긍정적인 희망을 뜻한다. 그의 작품은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에 새로운 효과를 가져다주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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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01 재생복합문화공간의 전경과 김후철 작자의 용접과정.


  설치미술가인 김후철 작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정크아티스트다.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그는 주변 폐차장의 고철로 작품을 만들면서 정크아트를 시작했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는 외계인 마을을 콘셉트로 한 ‘Fe01 재생복합문화공간’이 있다. 서생면은 원전 마을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가로등이나 상수도가 없을 정도로 소외됐던 곳이다. 김후철 작가는 서생면을 원전 마을이 아닌 문화와 예술을 담은 이색적인 문화 공간으로 채우고자 이곳에 터를 잡고 전시 공간을 지었다. 이 공간에 폐자동차, 폐오토바이의 부속품, 서생면의 원전 폐기물을 포함한 다양한 폐자원이 그의 손을 거쳐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다양한 작품 중 13m의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타이거 로봇 조형물은 이곳의 관람 포인트다. 1년간 10명의 작업자가 참여해 만든 이 작품은 계단을 오르며 가까이서 디테일을 확인하는 것이 묘미다. 그 외에도 영화 속 메가트론, 범블비 등의 작품과 영화 속 밀레니엄 팔콘 모양을 한 벽체 조형물, 그 안팎 외계 공간들이 이곳을 장식하고 있다. 김후철 작가는 “고철을 용접하는 기술을 활용해 로봇을 만드는 것은 쉬웠지만, 사람이나 동물은 생각보다 어려워 다시 공부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폐고철을 활용한 정크아트가 지구 오염 등의 환경 문제를 고발하는 것에 적합하다고 생각해 계속 도전하고 있다”라며 “환경 문제의 심각성으로 ‘업사이클링’에 대한 언급이 잦아지고 있다. 이러한 자각만큼 중요한 건 생활 속의 실천이다. 탄소 중립을 위해 일회성 제품 사용을 줄이며 이미 사용한 과거 폐품들의 활용 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노력하면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저 또한 환경을 위한 새로운 사고와 창의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생활용품부터 패션까지, 업사이클링 브랜드

  1990년대 이후 국내에서도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여러 환경 단체가 활동을 시작했고,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텀블러 사용이나 줍깅, 비치코밍 등에 점차 동참자가 늘고 있다. 이런 시류에 기업들도 환경 운동에 동참하며 업사이클링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 ‘러쉬’는 2005년 일회용 포장지를 줄이기 위해 천 포장재 ‘낫랩’을 선보였는데, 낫랩은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테르나 인도의 여성 협동조합에서 만든 오가닉 천을 사용했다. 낫랩은 스카프, 머리띠, 가방 등으로 업사이클링해 일상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스브스뉴스 제작진은 ‘175 플래닛’을 만들었는데, 관계자는 “콘텐츠를 통해 친환경 메시지를 전하다 생활용품을 직접 기획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175 플래닛’은 플라스틱 조각을 업사이클링한 튜브 짜개나 비누 받침대, 수질 오염 문제가 덜한 대나무 소재의 수건, 설거지 비누 등을 판매하며 헌 수건 기부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스브스뉴스 관계자는 “습관이 쌓이면서 삶의 방향이 형성되고 확산되면 문화가 되듯, 곁에 두고 자주 쓰는 생활용품을 통해 환경을 생각하는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전했다.
  패션업계에도 ‘업사이클링 패션’ 바람이 불고 있다. 페트병이나 버려진 의류 소재, 헌 옷 등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출시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아디다스’는 환경 단체 ‘팔리 포 디 오션(Parley for the Ocean)’과 협업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업사이클링 골프화를 출시했다. ‘나이키’는 2020년부터 탄소 절감 프로젝트 ‘무브 투 제로’ 캠페인을 진행하며 친환경 표시 의류에는 최소 55% 이상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고, 모든 신발에는 최소 20% 이상의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제작한다고 밝혔다. 또한 2만 개의 운동화를 재활용해 세르비아의 노비 베오그라드에 농구 코트와 놀이터를 만들어 기부했다. ‘블랙야크’는 2020년 12월부터 페트병으로 친환경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강북구, 두산 이엔티, 티케이케미칼 등과 다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최근에는 버려진 페트병의 고품질 재활용을 위해 자사의 자원 순환 기술력을 투입하고 있다. ‘코오롱FnC’가 2012년 선보인 업사이클링 브랜드 ‘레코드’는 계열 브랜드의 의류 재고, 에어백이나 카시트 등의 산업 폐기물, 오래된 군용품 등을 재료로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성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채희주 교수는 “그들(업사이클링 브랜드)의 타깃은 대부분 MZ세대로, 차별화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세대다. 업사이클링 브랜드의 경우, 대량 생산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완전히 똑같은 상품은 거의 없다. 게다가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 ‘의식 있는 패션’으로 상품 제조 과정에서 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뿐 아니라 에너지 및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어 탄소 중립, 차별화, 지속 가능한 소비문화 확산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어차피 구매해야 한다면 탄소 중립 실천에도 도움이 되고, 전반적으로 더 큰 가치를 이끌어내는 진정성 있는 소비 패턴이 MZ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나만의 업사이클링 아이템 만들기.

  요즘 MZ세대 사이에 핫한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있다. 폐플라스틱, 특히 병뚜껑을 업사이클링해 키링 등 다양한 제품을 제작하는 ‘니울’이다. 업사이클링 제품이 쓰레기를 활용해서 비용이 안 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특히 작고 색이 다양한 병뚜껑을 분류하고 세척해 제품을 만드는 일은 큰 노력이 필요하다. 니울은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의 처리 과정이 어렵다 해서 그냥 버리면 환경적 측면에서 엄청난 손해라고 생각해, 손이 많이 가더라도 쓰레기에 가치를 더하기로 결정했다. 일상에서 생긴 쓰레기 외에도 플로깅을 통해 쓰레기를 직접 모아 업사이클링하는 브랜드의 모습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게 됐다. 이러한 관심은 SNS를 통해 제품의 색 조합을 소비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병뚜껑 모으기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더욱 커졌다. 브랜드의 소통이 브랜드만의 성장이 아닌 소비자의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기자도 니울의 업사이클링 방법을 이용해 나만의 업사이클링 아이템에 도전해봤다. 일상에서 생긴 페트병의 뚜껑을 모아 세척해 말리고 종이 포일과 다리미, 도장을 준비했다. 열을 가해 만들기 때문에 고무장갑을 끼고 안전에 주의하며 만들었다. 먼저 키링의 콘셉트를 정해 원하는 병뚜껑 디자인을 선택했다. 그 병뚜껑을 종이 포일로 감싸 다리미로 열을 가해 녹였다. 녹은 병뚜껑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나오도록 섞어주고 도장을 찍은 후 테두리를 잘라 고리를 달아주면 완성이다. 이 과정에서 페트병을 세척해야 한다는 점과 잘 녹는 병뚜껑을 분류해야 한다는 점, 병뚜껑이 녹을 때까지 열을 가해야 한다는 점이 번거로웠다. 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나만의 키링을 만들 수 있었고 무엇보다 환경을 생각하며 준비하고 만드는 과정 자체에서 느껴지는 보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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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업사이클링 제작 과정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이 모여 환경보호를 위한 큰바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환경 운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나 하나쯤이야’에서 벗어나 ‘나라도 한다’는 마음으로 환경을 위해 일상 속 작은 변화를 일으켜 보자.

이서영 기자
seoy0@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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