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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3.11.27 월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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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영
우리 한글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열쇠, 한글학회
제 968 호    발행일 : 2022.10.04 

10월 9일은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 즉 한글을 창제해 반포한 날이다. 우리는 훈민정음의 창제로 일상생활 속에서 한글을 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훈민정음은 정말 어려움 없이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었을까? 당시의 훈민정음은 어문 규정이 없어 각자 사용하는 방법이 달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때 한글을 더욱 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신 분이 주시경 선생님이다. 주시경 선생님의 뜻을 따라 그의 제자들은 학회를 창립했다. 1908년부터 지금까지 한글을 연구하는 ‘한글학회’ 성기지 연구편찬 실장님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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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실장님. 우선 ‘한글학회’가 어떤 곳인지 알고 싶어요.

  한글학회는 창립 이후부터 줄곧 한국어의 연구와 보급을 주 업무로 하고 있어요. 1908년에 처음 만들어질 때 이름이 ‘국어연구학회’였거든요. 벌써 114년 전이죠. 그때부터 연구를 해왔는데 일본에 주권을 빼앗기면서 더 이상 조선어를 국어로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름을 바꿀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조선어연구회로 바뀌었다가 조선말 큰사전 편찬위원회가 조직되면서 조선어학회로 이름을 바꿨어요. 이때 만들어낸 조선말 큰사전이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이죠. 광복 이후 미군정시대 3년을 거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는데, 아쉽게도 남북이 갈라졌어요. 당시 북한에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정권이 들어서면서 ‘조선어’라는 말을 바꿀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1949년, 지금의 ‘한글학회’가 된 것이죠.

Q. 한글학회만의 간행물이 있더라고요. 그중에서 <한글>과 <한글새소식>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정기 간행물로 <한글>이라는 학술지와 <한글새소식>이라는 월간지를 발간하고 있어요. <한글>은 국어연구학회의 학술지로 1932년에 창단됐어요. 1932년부터 지금까지 1년에 네 번씩 계간(季刊)하고 있고요. 이건 국어학, 언어학 논문을 싣고 있는 학술지이자 한글학회 회원들이 논문을 발표하는 발표 마당이죠. <한글새소식>은 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그 연구한 결과를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한국어의 보급 계몽을 담당하는 교양지 성격인 월간지 <한글새소식>은 1972년에 창간했고, 지난 8월호가 창간 50주년 기념호로 통권 600호였어요. 얇은 잡지로 내면서 일반 시민과 학생들, 또 재외국민이 많이 읽고 있죠. <한글새소식>은 한국어나 한글에 관련된 정보라든지 간단한 지식을 제공하는 국어 운동 계몽교양지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Q. 주시경 선생님께서 국어의 연구와 보급을 주도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국어의 발전에 힘쓰게 되신 건가요?

  1446년 훈민정음 반포를 기준으로 한글이 만들어진 게 올해로 576돌이에요. 그런데 576년간 한글은 계속해서 변화해왔기 때문에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로 쓰이지는 않았죠. 훈민정음 반포 당시 바로 우리 국가 공용 문자로 쓰인 것도 아니었고요. 공문서라든지 시험이라든지 각종 문서에는 모두 한자가 쓰였어요. 한글은 서민들 위주로 사용 계층이 제한됐죠. 그렇게 480년 가까이 지나 1896년 대한제국의 고종 황제가 우리 한글을 조선의 공용 문자로 공포하면서 드디어 우리 문자가 된 것이죠. 그런데 한글을 쓰려니 자유롭게 쓰기가 어려웠어요. 평소에 늘 쓰던 글자가 아니고 규범이 없잖아요. 자모가 있고 이걸 모아 음절을 표기해 문자 구실을 한다는 건 알았지만, 철자법이 없어 쓰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 달랐죠. 그래서 내 의사를 한글로 표현하기도 어렵고, 의미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어요. 그러면 뭐가 필요하겠어요? 문법이 필요해요. 어문 규범을 만들어야 한글로 글을 쓰는 게 일상화되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죠. 이를 처음으로 한 게 주시경 선생님이세요. 모두가 사용하기 쉽게 문법서를 만들고, 상동교회에서 한글 쓰는 방법, 철자법을 강습했어요. 국어연구학회가 처음에 만들어질 때 국어의 연구와 보급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게 주시경 선생님 뜻이에요. 그걸 이어받아서 100년이 넘도록 이렇게 일하고 있습니다.

Q. 한글학회 누리집에 들어가니 주시경 선생님의 말씀이 눈에 띄더라고요. 많은 가르침 중에서도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나니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이 말씀은 주시경 선생님의 ‘한나라말(1910)’에서 발취한 문장이에요.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고’ 이 말은 품격 있게 바른말을 쓰면 나라도 품격 있고 바르게 융성해지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나니라’ 이 말은 우리 말을 하찮게 여기며 아무렇게나 쓰고 속어, 비어를 일상생활에 남용하면 결국은 나라의 국격도 같이, 똑같이 그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얘기죠. 1910년이 나라를 빼앗긴 해잖아요. 바로 그 시기에 주시경 선생님은 깨달으신 거예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조선말을 하찮게 여기고 한자만 숭상하고, 말과 글의 중요함을 모르고 있는 그 상황이 결국 나라를 뺏긴 그 원인 중에 하나라고 인식을 하신 거죠. 이 문장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해요. 일제강점기 때 일본어를 국어처럼 강요당했던 잔해가 아직 남아있는 와중에 영어까지 침투했어요. 이제는 영어를 못하면 수치스럽고 한국어를 못하는 건 수치스러운 게 아니에요. 일제강점기 때 일본어를 조선어에 위에 올려놨듯이 지금의 우리는 한국어의 위에 영어를 올려놓고 있어요. 문자는 우수한 것과 덜 우수한 것이 있어요. 그런데 말은 그렇지 않아요. 우수한 말, 열등한 말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는 아직도 주시경 선생님의 그 말씀을 금과옥조처럼 되새기면서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선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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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학교에서 한글의 우수성을 배우는데도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한글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우수성이나 소중함을 느끼기 어려워요. 한글은 얼마나 우수한 문자인가요?

  그 이전에 우리는 한국어와 한글을 잘 구별해야 해요. 우리 연예인 가운데 ‘임슬옹’이라는 분이 계신 데 보통은 그 이름을 한글 이름이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 이유가 우리는 한국어라는 것과 한글을 잘 구별하지 않기 때문에 그래요. 한글은 문자의 명칭이에요. 훈민정음 창제 이전에도 우리는 똑같은 말을 사용했어요. 그런데 보고 읽을 수 있는 시각적인 문자 체계로 옮기지 못했을 뿐이에요. 그래서 한자를 사용했던 거고요. 하지만 한자는 중국어를 표기하기 위한 문자지 한국어를 위한 문자는 아니에요. 천둥의 경우, 우리말로는 ‘우레’인데 한자로 표기하다 보니 사실상 쓰지 않게 되고 천둥만 쓰게 되는 거죠. 이런 식으로 우리 한국어는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많이 소멸하기도 하고, 많이 위축되고 사라진 것도 많아요. 그래도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드셔서 그나마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거예요. 한글은 한국어의 연모, 하나의 도구죠. 도구는 우수한 도구가 있고 덜 우수한 도구가 있을 수 있어요. 연필도 잘 나오는 게 있는가 하면 잘 안 나오는 게 있죠. 그런 면에서 한글은 상당히 우수한 도구예요. 우리 말소리를 옮겨 적는 도구 측면에서 세계 언어학자들이 다 인정하고 공인받은 과학적인 문자죠. 쉽게 얘기하자면 한자는 글자 하나가 낱말 하나예요. 그래서 서로 위치를 바꿔가며 문장을 표현해야 해서 다양한 감정을 표기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어요. 획수가 많아 쓰기도 어렵죠. 게다가 휴대전화에서 문자를 보낼 때 한자는 서양의 로마자를 빌려 소리를 쳐서 한자를 선택하는 방식이라 복잡해요. 그리고 로마자는 길게 늘어서 쓰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선 시각적인 효과가 부족해요. 그런데 한글은 로마자 소리의 특징과 한자가 가진 음절의 효과를 동시에 지닌 우수한 소리글자예요. 게다가 자모를 모아 하나의 음절을 만들어 음소로 분석할 수 있어 활용성이 무궁무진합니다. 현대 과학 시대, 인공지능 시대에 정확히 꼭 들어맞죠. 이런 문자를 그 당시에 만들어낸 것이 상당히 놀라운 일이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임슬옹 씨의 이름은 한글 이름이 아니라 순우리말 이름이에요. 기자님 이름은 이서영이죠. 이것은 한자 이름이에요. 그런데 한글로 못 적나요? 시진핑, 바이든도 한글로 적을 수 있잖아요. 한글 이름이냐가 아니라 어느 나라 말이냐는 거죠. 한국어를 가장 잘 표기할 수 있는 글자가 한글인 것은 틀림없지만, 어느 나라 말이든 다 한글로 적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우수하다고 볼 수 있죠.

Q. 한국어와 한글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형태를 보이는데 이를 파괴라며 걱정스럽게 보기도 하고, 다양한 표현을 만들 수 있는 우리 글이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의견도 있어요. 실장님 의견은 어떠신가요?

  저는 ‘한글 파괴’라는 시각이 있다는 거 자체를 굉장히 긍정적으로 봐요. 이게 아닌 걸 알잖아요. 그러면 된 거죠. 일시적인 유행들은 하나의 언어유희일 뿐이에요. 필요에 의해 간편하게 변형시켜 쓰는 거잖아요. 또 인터넷 시대에 문자로 의사를 짤막짤막하고 빠르게 전해야 하는 시대에 축약해서 쓰는 게 꼭 한국어에만 있는 현상은 아니에요. 영어도 ‘See you’를 c와 u, 딱 두 글자로만 쓰기도 하잖아요. 저는 축약해서 쓰는 것은 얼마든지 시대 흐름에 따라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요. 그렇게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걸 사람들이 알고 있으니 그런 흐름, 그런 쓰임이 우리 한국어 전체를 왜곡시킨다든지 한글을 파괴한다든지 까지는 가지 않으리라는 생각이죠. 다만 낮춤말, 비속어는 문화적인 면이잖아요. 상대를 경시하면서 낮추고 또 상대의 감정을 아주 불쾌하게 하는 말들은 조심해야 하겠죠. 그건 말을 떠나서 우리 생활의 예절이고 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거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한다고 봐요.

Q. 그렇다면 한국어와 한글을 지키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꾸준한 관심입니다. 물론 살면서 한국어라든지 한글에만 관심을 쏟을 수는 없어요. 학생은 공부해야 하고 직장인은 일해야 하니 늘 생활 속에서 우리 말과 글을 생각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우리말을 하고 쓰는 거에 대한 꾸준한 관심은 필요해요. 우리의 고유한 말이 어떤 것이 있고, 한글의 특징은 무엇인지 정도만 생각하며 생활한다면 그 자체로 우리말과 우리글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돼요. 모두가 자기 고향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죠. 때때로 그리울 때도 있지만 그게 내 삶의 어떤 밑바탕이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 늘 생각하지는 않지만 한 번씩 떠올리기도 하죠. 말과 글도 고향 같은 거예요. 한 번씩 고향을 생각하듯이 내가 무심코 누리고 있는 이 말과 글을 의식만 하더라도 대대손손 후세에게 올바로 전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신문을 읽을 독자와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일단 우리 말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길 바라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언어에는 우열이 없어요. 우수한 언어, 열등한 언어는 따로 없고요. 그러니 자기 모국어의 윗자리에 다른 나라 언어를 올려놓을 필요도 없어요. 영어를 못한다고 수치스러운 게 아닙니다. 영어는 필요한 사람이 하나의 능력으로 배우고 익히는 거지 삶에 필수 불가결한 건 아니에요. 영어가 필요한데 내가 공부를 게을리해서 못하는 건 반성해야 하는 문제겠지만요. 기술도 필요한 사람이 취득하듯이 영어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절대 영어를 못해서 수치스럽다’라는 생각은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글은 아주 우수한 문자입니다. 한글에 대해서는 우리가 자부심, 긍지를 가질 수 있어요. 이 한글은 우리가 가진 위대한 인류의 문화유산이니까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를 갖고 있다’는 긍지를 후세에게 전달해주시면 좋겠어요. 또 한글을 발전시켜 나가는 일에도 함께 노력해 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리고 싶어요.

이서영 기자 
2seoy0@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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