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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주
나전칠기 명장 1호, 서울특별시 무형 문화재 1호, 옻칠 장 손대현
제 969 호    발행일 : 20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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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 빛에 반해 장인의 길을 걷은 그는 어느덧 73세의 나이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손엔 옻칠의 흔적이 가득하다. 세련되고 현대적인 작업으로 나전칠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그. 식지 않는 열정 속에서 전통을 지켜가고 있는 ‘수곡’ 손대현 장인과 대화를 나눠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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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서울특별시 무형 문화재 7장 1호 옻칠장인 손대현입니다.

Q. 나전칠기와 옻칠은 언제 처음 접하고 배우셨나요?
  15살 무렵에 처음 배웠어요. 그때 전 무역회사에서 심부름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같은 건물에 나전칠기 공방이 있어서 한번 놀러 간 적이 있거든요. 자개 빛이 정말 반짝여서 가슴에 꽂히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배워야겠다 결심하고 자청해서 공방으로 들어갔죠. 나전칠기를 만들면서 처음에 한 건 화학 칠이었고, 전통 옻칠을 배운 건 민종태 선생님 제자가 되고 나서였습니다.

Q. 어떻게 해서 민종태 선생님의 제자가 되셨나요?
  처음 들어간 공방에서 작업할 때, 선배들이 김봉룡 선생님, 김태휘 선생님, 민종태 선생님 세 분을 우리나라 최고의 장인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어요. 그중 민종태 선생님이 일본 사람들이 사정해서 작품을 받아 갈 정도로 실력이 대단하고 공방도 크다는 거예요. 그때부터 그분을 마음속으로 존경하게 됐고, 저 혼자서 ‘나의 스승님은 민종태 선생님이다’라고 생각했어요. 민종태 선생님을 찾아가기 위해 밤일을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요. 쉬는 날 찾아가면 민종태 선생님 공방도 문을 닫으니, 평일에 시간을 내기 위해 그렇게 한 거죠. 처음 찾아갔을 땐 당연히 선생님은 뵙지 못했고, 공방 책임자에게 다짜고짜 여기서 옻칠을 배우고 싶다고 부탁드렸어요. 굉장히 당돌했죠(웃음). 이후 여러 번 공방에 찾아가면서 선생님의 눈에 들어 일할 수 있게 됐어요.

Q. 배우는 과정이 힘들진 않으셨어요?
  배우고 싶단 의지가 커서 힘들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민종태 선생님 밑에서 배울 적엔 그간 제가 했던 칠을 다 잊고, 처음 배운다는 마음으로 청소부터 시작했어요. 한번은 난로를 피우다가 손을 다쳤어요. 그을음 자국이 꽤 오래 있었는데도, 힘들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어요. 물론 배움의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전부 좋은 추억으로 남았어요.

Q. 옻칠을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간단히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옻칠은 나무의 뒤틀림이나 갈라짐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해요. 여러 가지 기법이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삼베나 천을 붙여서 하는 ‘목심 칠기 기법’과 나무 무늬가 보이게 하는 ‘접칠 기법’, 나무 없이 거푸집 위에 삼베를 옻칠로 겹겹이 바르고 속을 털어내 만드는 ‘건칠 기법’이 있어요. 여기에서 붉은색을 내는 주칠, 검은색을 내는 흑칠, 나전을 붙이는 나전칠기 등 여러 기법이 파생되는 거예요. 이 중 나전을 이용한 기법을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한데요. 고려 시대부터 정교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 민족만의 독자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앞으로 세계 최고의 공예 기술로서 자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전통 옻칠과 화학 칠의 차이도 궁금합니다.
  화학 칠은 빛을 반사하는데, 전통 옻칠은 빛을 흡수해서 자체 발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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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옻칠을 한 이 작품을 보면, 문양이 공중에 떠 있는 듯 느껴지잖아요. 마치 바다에서 저 육지를 바라보고 있는 듯하죠. 하늘에는 새가 날고요. (웃음) 보고 있으면 빠져들어 갈 듯한 깊이감이 있죠. 호수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서요. 왠지 눈에 피로도 풀리는 것 같고요.

Q. 선생님의 호이신 ‘수곡’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들었어요.
  ‘수곡’은 민종태 선생님의 스승이신 전성규 선생님 때부터 이어진 호예요. 제가 민종태 선생님 밑에서 나와 독립적으로 공방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어느 날 선생님께서 저를 부르시곤 이제 호를 제가 사용하라고 말씀하셨죠. 그 후 6개월 뒤쯤에 선생님께서 돌아가셨어요. 제게 유언처럼 말씀해주셨다는 생각이 들어 호를 사용하게 됐어요.
  그때 호의 의미와 내력을 알려주셨는데요. 수곡(守谷)은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골짜기를 지킨다는 의미지만, 민종태 선생님은 전통을 지킨다는 의미로 사용하셨다고 해요. 저도 그 뜻을 이어 사용하고 있어요.

Q. 선생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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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어요. <국화 대모 나전 모자 합>입니다. 고려 시대 작품을 재현한 거예요. 종로에서 산 책에 소개돼 있었는데, 실제 작품은 다른 국가로 흩어져 있더라고요. 선조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어요. 노란빛이 도는 것은 금속 선을 꼬아서, 은빛이 도는 것은 은선을 돌려서 만든 거예요. 도구도 없던 옛날에 어떻게 이런 정교한 작품을 만들었을까 싶어서 만드는 동안에 마음이 울컥했어요. 천 년 전 이름 모를 장인을 존경하게 되었죠. 그래서 이 작품은 제게 큰 스승과 마찬가지예요. 민종태 선생님께 기술과 수곡 정신을 배웠다면, 원작을 만든 장인께는 정신적 기틀을 배웠죠. 저도 미래에 제 작품을 통해, 누군가 경애심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어요.

Q. 현대적인 작업도 진행하신다고 들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BMW와 협업해 자동차 내장재에 나전칠기를 작업하기도 했고, 삼성과 협업해 TV 프레임에 나전칠기를 작업하기도 했죠. 명품 기업인 까르띠에, 콘스탄틴과도 협업했어요. 마이바브와 100주년 전시를 함께하기도 하고요. 이런 활동을 쭉 해나가고 있어요. 옻칠은 나무 외에도 플라스틱 같은 다양한 소재에 적용할 수 있어서 무궁무진하게 응용이 가능하거든요.
  저는 제 작품이 젊은 친구들에게도 공감을 얻길 바라요. 나전칠기를 보고 예스럽고 고리타분하다고 느끼면 안 되잖아요. 젊은 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호감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현대적인 문양에도 도전하죠. 얼음이 깨졌을 때 갈라지는 모양을 표현하거나, 문을 단순한 직사각형이 아니라 굴곡을 넣어 표현하는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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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통을 잇기 위해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재해석이란 의미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실용성을 갖춘다는 거예요. 재료와 기법을 변형하자는 뜻은 1%도 없습니다. 그저 디자인을 바꿔보거나 실용적인 물건에 작업을 하는 정도일 뿐이죠. 현대에서 새로운 접착제, 재료가 쏟아져 나온다고 해도 전통적인 재료와 방법을 고수해야 합니다. 저 역시 ‘수곡’의 의미를 가슴에 새기면서 작업하고 있어요.

Q. 후학양성에도 힘쓰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일주일에 세 번 한국문화의 집에서 수업하고 있어요. 15년 이상 됐어요. 가르치던 학생이 원하던 대학에 들어가거나, 작품활동을 통해 경제적으로 성공하거나, 해마다 전시를 열어 저를 초대할 때면 작품을 완성하는 것 못지않게 보람을 느껴요. 가르치는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죠. 사실 후학은 굉장히 중요해요. 이렇게 아름답고 훌륭한 기술이 끊어진다면 정말 안타깝잖아요. 저도 대를 이어주기 위해 뒤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요. 하나의 숙제죠. 젊은 세대들이 이 일을 하기 위해선 생활이 보장되어야 하고, 자부심도 느낄 수 있어야 하거든요. 나라에서도 이런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조금 더 신경 써주길 바라고 있어요.

이진주 기자
dlwlswn5983@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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