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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3.11.27 월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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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영
<사람이슈> 나무를 사랑으로 보살피는 나무 의사, 김병관 박사
제 972 호    발행일 : 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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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시간이 흘러 아이는 자랐고 사과와 가지, 줄기마저 내어줘 나무는 결국 밑동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노인이 된 아이에게 휴식처를 제공해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이야기처럼 나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그런데 우리는 나무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을까? 여기, 나무를 생각하고 보살피는 사람이 있다. 나무를 치료하는 나무 의사, 김병관 박사를 만나봤다.


Q. 안녕하세요, 박사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농생물학과(현 식물의학과) 99학번 김병관입니다. 저는 충북대에서 학부 졸업 후 석사를 마쳤는데요. 그 이후 나무병원에서 5년간 근무했습니다. 그렇게 나무 의사로서 일하다 보니 나무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이 알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깊은 공부를 하고자 충북대로 돌아와 박사를 마친 후 다시 나무병원에 취업해 나무 의사로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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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나무 의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요. 나무 의사가 어떤 일은 하는지 알려주세요.
  나무병원은 생활권역 수목에 대한 전문화된 진료체계 구축을 위해 설립됐어요. 저희는 그 안에 소속돼 수목을 진료하는 일을 합니다. 나무 의사는 기본적으로 나무에 대한 진단과 처방, 그리고 예방과 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입니다. 말 그대로 나무를 위한 의사인 거죠. 사람은 아프면 병원에 가지만 나무는 그럴 수 없습니다. 움직일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나무가 나무병원에 진료받으러 올 수 없으니 나무 의사는 항상 왕진을 다니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무실 근무보다 출장이 많아요. 생각보다 많은 체력이 요구되는 직업입니다.

Q. 그럼 수목 치료기술자와 나무 의사는 다른 건가요?
  네, 맞습니다. 이전에는 수목 치료기술자도 직접 수목을 진단하고 처방하며 수목을 치료했어요. 그러다 제도가 정비되면서 달라졌는데, 좀 더 세부화됐어요. 현재 수목 치료기술자는 나무 의사의 진단.처방에 따라 예방과 치료만을 수행합니다. 업무 범위에 차이가 있죠. 쉽게 얘기하자면 흔히 볼 수 있는 의사와 간호사 관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또 수목 치료기술자는 양성기관에서 일정 교육을 이수하면 별도의 시험 없이 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어요. 반면 나무 의사는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자격이 주어집니다.

Q. 나무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 궁금해요.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요?
  조경과, 농업과, 임업과 등 수목 진료 관련 학과가 있어요. 이곳에서는 수목의 피해를 진단.처방하고 그 피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을 배웁니다. 그 밖에 산림청장이 별도로 지정하는 학과도 있어 모두 나열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나무와 나무의 피해를 예방.치료하는 과목이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해요. 또 개인 차이는 있지만, 학사 학위 취득 후 열정, 현장경험, 피나는 노력(공부)을 한다면 석·박사 학위가 꼭 필요하진 않은 것 같아요. 저는 그저 더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어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거든요.
  그리고 나무 의사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대학에 진학할 필요는 없어요. 산림이나 농업 분야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수목 진료 관련 분야에서 3년 이상 일하면 나무 의사가 될 수 있습니다. 혹은 ▲산림기술사 ▲조경기술사 ▲산림기사. 산업기사 ▲식물보호 분야 자격 문화재 수리 기술자 ▲산림기능사 ▲조경기능사 자격이 있어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자격이 있는 분들은 3년 이상 실무에 종사해야 하죠. 수목 치료기술자 자격증을 취득하신 분은 수목 진료 관련 직무 분야에서 4년 이상 실무에 종사해야 합니다. 또, 수목 진료 관련 직무 분야에서 5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분도 가능해요. 자격이 갖춰진 분들은 나무 의사 양성기관에 교육 신청을 할 수 있어요. 이곳에서 약 150시간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비로소 나무 의사가 될 수 있습니다.

Q. 박사님은 나무 의사가 되기 위해서 대학 시절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실험실이에요. 저는 학부 2학년부터 실험실 생활을 했는데, 그때 지도교수님과 선배들에게 배운 것이 많은 도움 됐어요. 그리고 돌아보니 시험이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시험을 보는 과목만 공부하면 효율적일 수 있지만, 나무 의사가 되려면 부족한 것 같아요. 실무에서는 의뢰인과의 대화법, 설계 작성에 필요한 엑셀이나 CAD 등의 프로그램 운영 능력 등이 필요합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건 운전면허예요. 왕진을 다녀야 하니까요.
제 대학 시절은 매우 평범했어요. 그래서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어요. 봉사단체나 NGO(비정부기구) 등 시민 사회 운동을 하는 동아리로요. 시민을 위해 봉사하면서 얻어지는 마음속 깨달음을 느껴보고 싶어요. 대학생만 가능한 활동들이 있잖아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우리 후배들은 그 시절에만 할 수 있는 경험을 꼭 해보세요.

Q. 나무 의사 자격증 시험과 준비하시면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 들려주세요.
  나무 의사 자격증은 양성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한 후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시행하는 나무 의사 시험에 합격해야 취득할 수 있어요. 1차 필기시험은 ▲수목학 ▲수목 생리학 ▲토양학 ▲수목 병리학 ▲수목 해충학 ▲비생물적 피해론 ▲수목 관리학 ▲농약학 ▲정책 및 법규를 봅니다. 실기는 1차 필기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논술형과 실기시험을 치릅니다. 논술은 수목 피해진단과 처방 관련 내용이고, 실기는 수목과 병충해의 동정, 약제 처리와 외과수술을 봅니다.
  저는 직장을 다니며 자격증 시험을 준비해서 좀 힘들었어요. 업무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했는데, 학생 때처럼 도서관에서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주말에는 육아도 해야 해서 말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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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나무 의사로서 보람찼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나무 의사 일을 하다 보면 참 어려운 순간들이 많아요. 특히 나무의 수세 쇠약은 원인이 다양해서 진단이 어려워요.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 파이토플라즈마, 천공성 해충, 흡즙성 해충은 물론 물리적인 피해 등 정말 많아요. 더욱이 한 가지 원인이 아니라 복합적인 원인으로 수세 쇠약이 일어나므로 수세 쇠약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치료해야 하는데 단순한 이론으로 진단하는 건 한계가 있어 꾸준히 공부해야 해요. 이런 어려움을 이기고 수세가 쇠약해진 나무를 진단하고 치료해 회복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제일 보람찹니다.
  그리고 나무 의사로서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사회적으로 이슈화가 돼서 나무 의사 취득 과정에 대해 질문에 답하거나 강의할 때도 보람찹니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뿌듯하군요.

Q.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나무를 위한 마음으로 일을 하는데, 의뢰인이 단순히 수목 치료업자로만 생각하고 가슴 아픈 말을 했을 때가 제일 힘들어요. 나무는 한번 병들면 되돌릴 수 없어요. 그래서 예찰과 예방이 필수예요. 하지만 의뢰인들은 당장 피해가 없는 상황만 보고, 추가적인 진료를 거부할 때가 많아요. 피해가 나타나면 치료하는 데 더 큰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모르고 아픈 나무를 방치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딱히 이런 순간을 극복하는 방법은 없어요. 제 직업의 숙명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뿐이죠.

Q. 정말, 죽어가는 나무를 볼 때 많이 속상하실 것 같아요.
  너무 속상하죠. 아직도 나무나 자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제가 더 많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생기를 잃은 나무를 치료하고 나면 뿌듯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돼요. ‘내가 정말 올바르게 진단했을까?’, ‘이 나무에 알맞은 치료 방식을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들이 자주 들어요. 그리고 제가 치료한 나무들을 다시는 만나질 않길 바랍니다. 부디 다신 아픈 나무로 만나지 말고 건강히 자라면 좋겠어요.

Q. 지금까지 나무를 치료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나무가 있나요?
  속리산 정이품송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정이품송은 1970년대 생장 불량 및 수세 쇠약 현상이 나타났어요. 진입도로공사 때 수관 밑으로 나 있던 도로를 우회시키면서 50cm 내외의 복토 때문에 뿌리가 썩어갔습니다. 그 이후 많은 관심과 연구를 통해 지금의 정이품송이 유지되고 있어요. 지도 교수님과의 추억도 많고 제가 처음으로 고소작업차를 타고 조사했던 나무입니다. 당시 비파괴장비를 통해 내부 부후(세균 따위의 작용으로 나쁘게 변함) 여부와 생육상태를 주기적으로 조사를 했고 앞으로의 관리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정이품송을 본 순간이 제가 이 직업을 선택한 계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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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문을 읽을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나무 의사라는 직업에 관심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나무에 대해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오래된 나무 밑에서 들리는 살랑이는 바람 소리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안합니다. 나무는 오늘 보고 내일 보고 또 사흘 뒤에 봐도 같은 자리에 서 있어요.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이로움을 생각하며 자연의 소중함을 마음 깊이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무 의사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 전합니다. ‘나무를 위한 나무 의사’가 되라고...


이서영 기자
2seoy0@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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