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낮은 기온에 봄이 왔음을 체감 하지 못했던 4월도 벌써 반이나 지나갔다. 아직도 MT, 잦은 행사와 술자리에 정신없이 빠져있는가? 이제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가 다가왔다. 오늘부터 학사일정에 따른 중간고사 권장기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벌써 시험이 시작된 이들도 더러 보이지만 공식적인 중간고사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학생들은 만개한 꽃의 유혹을 뒤로하고 중앙 도서관, 각 단대 열람실, 형설관 또는 자신의 집에서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2~3주 동안 시험을 향한 강행군을 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대부분 시험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며 동시에 민감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중요한 때에 몇몇 꼴불견인 학생들은 한껏 긴장한 학생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만든다.

이른바 ‘같이 죽자’식의 그린호프족은 시험기간에도 고성방가를 일삼으며 주변 학생들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이들은 주로 중앙도서관 옆 솔못가나 각 단대 열람실 근처 잔디밭에서 술판을 벌인다. 조용히 술만 먹는 거라면 그럭저럭 봐줄만 하다. 하지만 항상 시끄러운 게임과 노래를 동반한다. 특히 그린호프족은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활동하기 때문에 조그마한 소리도 크게 들리는 밤에는 도서관이나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또 다른 꼴불견으로는 공부한다는 핑계로 도서관과 열람실의 자리를 맡아 놓고 장시간 사라져 정작 필요한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석(死席)족. 이들은 자신의 자리를 고정석(固定席)으로 만들지만 정작 자신들은 오래 앉아 공부하는 법이 없다. 공부하다가 친구와 잡담하러 나가고, 배고프다고 나가고, 자료 찾는다고 나간다. 그리고 맘 먹고 공부하러 들어왔구나 싶으면 한 시간을 채 앉아 있지 않는다. 사석족들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이 밖에도 여러 부류가 있지만 가장 두드러지게 활동하는 이들은 앞서 밝힌 두 유형이다. 내용은 서로 다르지만 시험기간에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점에서 둘은 고쳐져야 하는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 누군가 나서서 이들을 제재할 수도, 교칙으로 다스릴 수도 있다. 일례로 서울시립대에서는 개인물건을 도서관에 방치하여 자리를 독점했다는 이유로 그 학생에게 ‘도서관 30일 출입금지’라는 징계를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생의 자율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너무 과도한 징계’라는 반응을 보였다. 맞는 말이다. 학교에서 술을 먹는 것, 열람실에서 자리를 맡는 것은 모두 학생의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 하지만 교양있는 ‘대학생’이라면 자신의 행동 하나 때문에 타인이 피해를 받게 된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 본 뒤 실행해 옮겨야하지 않을까? ‘나만 아니면 돼’라는 사고방식은 개인주의가 아닌 이기주의로 보이며 그러한 사고방식 내에서 자율권을 운운하는 것은 권리주장이 아닌 권리남용으로 비춰질 것이다. 이번 시험기간부터라도 학생의 자율권을 주장하기에 앞서 타인을 배려하는 선진 의식을 갖춘 학생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