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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공동행동
<기고문> 제58대 총학생회 선거, 학생자치가 마주한 시험대
제 991 호    발행일 : 2025.12.01 
  지난 27일, 58대 충북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결과가 발표됐다. 우리는 이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 더 명확히 말하면 인정해서는 안 되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단순한 운영 실수나 오해가 아니라, 학생사회가 유지해 온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가 무너져 있는 현실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절차적 붕괴의 끝에서 남은 것은 비합리적인 결과뿐이며, 원칙이 무너진 선거는 더 이상 선거가 아니다.
  총학생회 선거는 단순히 투표함을 열고 표를 세는 기술적 행위가 아니다. 공론의 과정, 후보 검증, 유권자의 판단이 교차하는 민주주의의 장치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형식만 갖추었을 뿐, 공정성과 투명성, 참여의 기초가 흔들렸다. 후보 자격이 의문인 인물이 당선된 사실만으로도 선거의 정당성은 상실됐다.
  총학생회는 학생사회를 대표하는 가장 공식적인 기구이며 학생들의 자치와 권리, 안전과 복지를 책임지는 기구이다. 그렇기에 총학생회 선거는 누구보다 공정하게, 투명하게, 그리고 엄정하게 관리돼야 한다. 우리는 특정인을 공격하거나 정치적 공세를 펼치기 위해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럴 이유가 없다. 그저 학생사회의 민주적 기반을 지키기 위해 사실관계 확인과 책임 있는 소명, 그리고 공정한 절차의 회복을 바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PRO 선본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3.11 사태 당시의 구체적 행적과 외부 극우 유튜버들과의 관계, 인지 여부를 명확하게 밝힐 것 ▲중앙동아리 무단 기재 및 공약 오류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 ▲접대 및 사전선거운동 정황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실관계를 설명할 것 ▲학생사회 대표자로서 자신의 자질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사퇴할 것.
  그렇기에 우리는 중앙선관위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신고된 세칙 위반에 대한 검증 절차.기준.회의록을 모두 공개할 것 ▲정책토론회에서 유권자들의 질의권이 차단된 이유를 해명할 것 ▲선거 관리 과정에서의 중립성 훼손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할 것 ▲PRO 선본의 입후보 자격을 소급하여 박탈할 것.
  총학생회 선거는 앞으로 1년 동안 충북대 학생사회를 책임질 대표를 선택하는 과정이며 학생자치의 수준을 드러내는 지표이다.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학생사회 전체가 가진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며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더 나은 학생사회를 만들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학생사회는 어느 개인의 것이 아니다. 학생사회는 구성원 모두가 함께 지키고 함께 운영해야 하는 공동체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의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침묵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공정성과 책임, 투명성과 소통은 학생자치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며 우리는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낸다.
  우리는 학우들과 함께 묻고자 한다. 우리가 바라는 학생사회는 무엇인가? 대표자에게 요구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은 무엇인가? 학생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너진 절차를 그대로 둔 채 다음을 이야기 할 수 있는가?
  지금 이 상황은 ‘누가 이기고 졌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공동체를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무너진 절차를 원상복구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 공정성, 투명성, 책임, 존중이 되살아나는 과정을 함께 만들어갈 것이다. 학생자치는 지금 시험대에 서 있다. 우리는 그 시험의 순간에 퇴행이 아닌 성장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학내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 상황을 직시하고, 더 나은 학생자치를 위한 첫걸음을 함께 내딛기를 바란다. 침묵하지 않는 것,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것, 책임을 묻는 것, 그리고 원칙을 다시 세우는 것. 이것이 지금 학생사회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실천이며, 동시에 학생자치를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시작점이다.
  당연하게도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조차 결코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할 일을 마치고, 혹은 그 중간 이렇게 긴 글을 쓰고 호소하는 것도 그닥 스스로의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건 누구나도 쉽지 않다. 쏟아지는 비난과 조롱, 왜곡과 모욕이 숨을 막히게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멈추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학생사회가 더는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그리고 누군가 책임을 말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의무가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간곡히 부탁한다. 더는 우리를 아프게 하지 말라. 우리가 아프다는 말은 곧 학생사회가 아프다는 뜻이다. 누구를 향한 혐오도, 침묵으로 외면하는 태도도 우리 공동체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지 못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학생사회가 다시 제 자리를 찾기를 바란다. 민주적 절차가 존중받고, 책임이 분명히 요구되며, 서로가 서로의 공동체로 존재할 수 있는 길을 만들고자 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단지 원칙이다. 기본을 지키자는 요청이다. 그리고 그 기본을 함께 지키는 공동체가 다시 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 번만 우리의 진심을 진심으로 안아주길,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표정을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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