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3.15)로 촉발된 학생혁명(4.19)은 군사혁명(5.16)으로 이어졌다. 50년을 맞은 4.19를 오늘날 되새겨 봐야한다면 3.15와 5.16과의 전후 문맥에서 살펴보길 권한다. 또한 정파적 이해득실에 따라서가 아니라 한국의 정치사 혹은 사회운동사라는 측면에서 살펴보길 권한다. 동시에 오늘날의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길 권한다.
  부정선거는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사건이다. 그리고 자유당의 독단과 억압, 배제와 편 가르기, 부정과 비리 등은 “이건 아닌데...” 하는 소박한 의문을 품게 만든다. 이러한 자각은 부정과 불의에 대한 저항정신을 키운다. 민주주의는 선물이 아닌 쟁취의 대상이며 시민의식의 발전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한다. 이를 행동으로 옮겼으니 4.19는 청년학도의 지행(知行)합일 운동이다.
  그래서 학생혁명은 지행일치를 보여준 사례이다. 새삼 언행일치, 지행합일, 실천궁행이라는 단어들이 4.19에 어울리는 정신임을 직시하길 권한다. 자유당 이승만 정권의 독재에 항거하여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학생들의 의로운 행동이 결국 정권교체를 이루었으니 혁명이라는 논리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정도 논리로는 왠지 궁색하다. 이승만 정권을 비판하면서 반대급부를 얻는 정치세력에게 유리한 정치적 해석이기 때문이다. 또한 4.19정신이 그러한 세력에게 함몰되어 질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4.19가 50년이라는 지천명(知天命)의 세월을 맞으면서, 지행일치 정신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자칫 이승만 독재, 박정희 독재를 부르짖는 정치세력의 전유물이 되어 4.19 본래의 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직시해야 할 일이다.
  4.19정신은 군사혁명으로 압살되었는가?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독재에서 4.19정신은 부정되었는가? 그렇지 않다. 한국의 정치발전을 평가하면서 장기집권의 폐해가 강조되었을 뿐이다. 한국에서 정치사회적 비리와 부정, 자만과 배제의 논리는 여전하다. 독재의 대척점에 저항정신이 있다. 마르쿠제의 ‘위대한 거부(great refusal)’에 대한 위대함은 인정하지만, 반독재세력이라고 하여 모두 민주세력 혹은 평화세력은 아니다. 해방 이래 한국 정치사가 이를 입증한다. 새삼 우리 모두는 언행일치, 지행합일, 실천궁행이라는 단어들이 4.19에 어울리는 정신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4.19정신은 시대와 정파를 초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