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가 있다. 1등 말고는 그 가치를 좀처럼 인정해 주지 않는 우리네 풍토를 꼬집은 말이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최민호 선수는 TV 토크쇼에 출연해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을 때 싸늘한 눈빛을 기억하며 운동했다”고 지난 날을 회고했다. 세계 3위라는 그의 가치가 순식간에 평가절하된 것이다. 동메달을 땄을 땐 건성으로 축하해주더니, 금메달 따니까 앞뒤 안 가리고 달려와 축하해 주더라는 그의 말이 ‘이거 왠지 씁쓸하구만’.
 우리가 너무 성과에만 집착하는게 아닌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일등은 목적 달성 후 따라오는 부산물이지 목적 그 자체는 아니다. 우리는 이것을 종종 잊는 것 같다. 성과가 목적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늦은 밤, 원고를 마치고 신문사를 나와 도서관을 지나가다보면 여기저기서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토익 몇 점이 필요한지, 어떤 스팩을 쌓아야 하는지, 학점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얘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온통 점수와 등수 얘기 뿐이다. 목적이 취직이나 점수 그 자체가 된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좋다. 그러나 수단과 목적이 바뀌는 모습을 보이지 말자. 너무 성과에만 급급하지 말자. 성과는 중간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지 않는가? 우리가 김연아 선수에게 감동을 받은 것은 그녀가 시상식대의 제일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가 아니다. 경기를 마치고 주체하지 못하고 흘린 그녀의 눈물 때문이었다. 그간의 고통과 설움을 다 토하는 그 장면에서 감동을 받은 것이다. 올림픽이 끝난 뒤 그녀는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다. 그러나 이번에는 박수를 쳐 줄 수 없었다. 2등을 해서가 아니다. 목표를 잃어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그녀의 말 때문이었다. 은메달을 딸 정도의 높은 수준의 경기를 펼쳤을지언정 관객에게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만년 2인자였던 양준혁 선수가 프로야구를 호령하는 최고령 선수, 기록의 사나이, 관중을 기립하게 만드는 선수가 된 것은 그가 성과 그 자체를 목표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 한 시즌도 1등을 하지 못했지만, 꾸준함이 그를 일인자로 만들어 주었다. 우생순으로 기억되는 여자 핸드볼 국가 대표팀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최선을 다한 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혹시 학우 여러분들, 지금도 취업만 생각하고 열심히 스펙쌓기하고 계십니까? 스펙쌓기, 토익 점수 만들기, 학점관리 열심히 하셔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가장 아름다운 시기인 20대 아닙니까? 원대한 포부와 열정을 가지고 즐거운 대학생활 하십시오.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놓치면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감동이 있는 그런 삶을 사십시다. 그리고 우리 인간적으로 스스로 보람 없게 몸을 지치게 만드는 우를 범하지 맙시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고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1등 아닙니까? 고정관념을 버립시다. 1등은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열심히 하면 따라오는 부산물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