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학교종합언론미디어(충북대신문)

‘의식 있는 대학생이 되자(2월 8일자)’라는 제목과 함께 대학생들에게 사회에 나가서 자신을 행동하게 만드는 주체적인 힘, 가치관을 세우자는 이야기를 ‘기자의 눈’ 코너에 실은 지 세달 정도가 지났다. 당시 진정한 의식 있는 대학생이냐는 질문엔 ‘아니오’를 외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던 나는 그 후 끊임없이 내가 조언한 이야기를 마음속으로 되뇌어보곤 했다. 그리고 다시 이 코너를 맡게 된 지금, 난 그 사이 내 스스로 얼마나 자랐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표면적으로 달라진 점은 한 살 더 먹었다는 사실이 더 피부에 와 닿게 다가왔다는 것과 내 밑에 수습기자들이 지켜본다는 게 느껴진다는 것 뿐. 이를 종합해서 ‘책임감이 더욱 막중해졌다’라고 정리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는 주어진 것이지 이로 인해 달라진 것은 없다. ‘대학생의 의식에 대해 지적한 당사자가 사회 안에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점 하나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고 있다’라는 사실은 기자로서, 대학생으로서, 그리고 20대로서 참으로 쑥스러운 일이다.
겨우 한 부서 안에서 활동하는 기자 티를 내는 동안 시사 잡지에 손을 댄 후, 차츰 뉴스를 보며 내 생각을 말하게 되고, 어른들이 하는 말씀을 맨 눈 뜨고 가만히 듣고만 있지 않게 되었다. 소위 정치·사회문제에 귀 기울였으며, 친구들에게 그 일을 말해주는 ‘전달자’의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 정도면 ‘의식 있는 대학생’의 모습에 거의 가깝지만 아직 그렇다고 보긴 어려웠다. 사회문제에 눈을 돌려보기는 하였으나 그 정도에 그쳤고, 시사 잡지를 읽으나 그들이 하는 말을 그저 받아들일 뿐이었다. 남들에겐 전달자였지만 난 진정한 전달자가 아니었다. 내가 받아들인 정보를 내 식대로 가공하거나 판단한 결과물로서가 아니라 정말 그대로 전해주는 사람일 뿐이었다. 난 그저 남의 말을 ‘전달’할 줄만 알지 나의 말을 ‘전달’할 줄은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 비극은 응당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보다도 더 심각한 대학생들도 즐비하다. 대학생들이 그저 영어 단어를 적어대고 남들이 하는 이야기에 ‘아하’라고 반응하고 말아버리는 요즘, 내 향후 직업에만 신경 쓰느라 앞으로 내가 살아가야 할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이 이상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내 주변에 있는 수많은 입들을 조심해야 한다. 양쪽 말을 고루 듣고, 자신이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지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남들이 얘기하기 전에 자신이 그 문제를 발견하고 판단할 능력을 지녀야 한다. 남들이 하는 이야기만 듣고 사회문제를 인식하는 것은, 여러 방향이 적힌 표지판을 빙빙 돌리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이 가야 할 목적지를 묻는 것과 같다. 이전 문제가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질 때였다면, 이젠 그 문제의 방향을 제 스스로 정할 때다.
고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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