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갑 법학전문대학원 법학과 교수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달에 의미 있는 행사 하나를 소개하면 법무부에서 주관하는 ‘가정헌법’ 만들기 행사이다. ‘가정헌법’이란 말이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국가에는 최고법으로 헌법이 있듯이 가정 내에서 가족 구성원 들이 꼭 지켜야 할 약속?규칙을 헌법의 형식으로 만들어 보는 행사이다. 법무부는 심사하여 우수작으로 선정된 ‘가정헌법’에 대해 상도 주고 가정헌법으로 승인하여 예쁜 액자까지 만들어 준다고 한다. 법무부가 의도하는 이 행사의 목적은 가정과 법의 존재가치와 소중함을 일깨워 우리 사회의 희망의 나침반이 되게 하자는데 있다. 우수작으로 공시된 가정헌법의 내용들을 보면 거창한 내용보다는 소소하지만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고 실제 가족들이 지킬 수 있는 내용들이다. 예를 들어 ‘3일에 한번 부모님께 안부전화 드리기’, ‘칭찬을 많이 하자’, ‘화가 욱 하고 올라올 땐 깊게 숨을 세 번 쉬고 나의 생각을 천천히 이야기 한다’ 등의 내용을 형식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문서화하고 있다.
  주말부부인 나는 늘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주말에라도 잘하자는 주의로 살아가고 있으나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우리 가족도 이 행사를 알았고, 한 번 가정헌법을 만들어보기로 하였다. 우선 우리가족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과 공통으로 지켜야 할 약속 및 각자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을 논의를 통하여 중요한 것만 뽑아 조문화하기로 하였다.
  막상 각자 생각한 것을 들어보니 사소한 것부터 심각한 것까지 기대 이상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고, 가족 각자가 바쁘다는 핑계로 서로에게 얼마나 소홀했는가를 반성하게 되었다. 특히, 나에 대한 요구사항이 많아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여러 가지 이야기된 내용 중에 사랑, 성실, 겸손과 예의를 가정헌법의 으뜸원리(덕목)로 정하고, 가족구성원 공동의 약속에는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가족의 생일과 기념일을 서로 기억하며 축하해준다’ 등이 채택되었다. 나의 약속에 해당되는 아빠의 약속에는 ‘자녀의 친한 친구와 자녀가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이름을 기억한다’, ‘음주를 절제하고 과체중을 줄인다’, 등이 채택되었고, 아내에게는 ‘각자 휴식을 취하는 방식들을 존중한다’, ‘화가 날 경우라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며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는 어투는 삼가한다’ 등이 약속으로 채택되었다. 그리고 정리정돈을 잘못하고 키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아들에게는 ‘신체적인 부분(특히, 키)에 너무 신경 쓰지 않으며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고등학생으로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한다’ 등이 채택되었고, 외모에 관심이 많고 깍쟁이인 딸아이에게는 ‘사람을 만나면 항상 먼저 미소로써 인사한다’, ‘건강을 위해서 음식을 고루 섭취하며 무리한 다이어트를 삼간다’ 등이 채택되었다.   이번의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행사의 참가여부 내지 가정헌법의 준수여부를 떠나서 가족의 소중한 가치?원칙을 가족 모두가 모여 함께 만들어보고 잘 지킬 것을 다짐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