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 의존성이란 말을 들어 보았는가? 기자는 55주년 창간 특집으로 중부매일의 논설위원인 정문섭씨와 인터뷰 중 이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경로 의존성이란 스탠퍼드 대학의 폴 데이비드 교수와 브라이언 아서 교수가 처음 주장했던 이론으로 한번 경로가 정해지면 그것이 비효율적이라도 그 관성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바꾸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한다.
이 두 교수는 경로 의존성의 사례로 쿼티(QWERTY) 자판을 든다. 쿼티 자판은 1857년의 최초의 수동 타자기 자판 배열이 빨리 칠 경우 되면 글자가 엉켰던 것을 수정하기 위해 천천히 치도록 설계됐다. 그로부터 65년이 지나 손가락 움직임을 50%나 줄여주는 효율적인 자판이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쿼티 자판에 익숙한 사람들은 현재 컴퓨터 자판에서까지도 쿼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경로 의존성의 또 다른 예로 2007년 8월 8일에 발사된 우주왕복선 에덴버호의 추진로켓을 들 수 있다. 이 추진로켓은 미국 유타공장에서 플로리다의 미국항공우주국(NASA) 발사대까지 기차로 옮겨야 했으며 기차의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동부지역 표준인 영국의 기차선로 약 1.435m에 맞춰 설계되어야 했다. 이 기차선로는 과거 석탄의 운반용 마차 선로를 쓴 것으로, 이 마차선로는 2000년 전 영국을 정복한 로마군이 ‘로마로 통하는 길’을 만들기 위해 로마 전차 폭에 맞춰 건설했다. 이때 사용된 로마 전차의 폭은 고대 로마 마차를 끌던 말 두 마리가 나란히 달릴 수 있도록 두 말의 엉덩이 폭에 맞춘 약 4피트 9인치였다. 결국 말 엉덩이 2개의 폭이 추진로켓 규격이 되었으니 몇몇 역사적 사건들이 경로 의존성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정문섭 논설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 등의 대 토목·건설 사업을 이러한 경로 의존성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정문섭 논설위원은 대학교 시절 학생기자를 했기 때문에 사회에 나가서 신문기자를 하게 되었다고 자신의 경로 의존성 사례를 설명했다. 이것은 과거 지나온 경로와 습관에 의존하여 미래의 진행방향을 결정했다는 의미이다.
우리의 생활태도도 경로 의존성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을까? 일상생활의 습관, 버릇 등을 살펴보면서 나 자신과 주변을 둘러보자. 자신의 습관을 인지하고 있는 것만으로 변화하기는 힘들다.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을 객관화 시키고 계속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중부매일신문의 ‘아침을 열며’ 코너에서는 “성공하는 사람은 성공하는 습관을 갖고 있고, 실패하는 사람은 실패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라고 한다. 이 말을 다시 경로 의존성으로 바꾸어 말하면 전에 성공했던 사람은 그 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에 의해 계속해서 성공한다는 말이다. 실패했다고 주변의 환경이나 사회, 남 탓하기 등의 자기 방어를 하기 전에 자기 자신의 나쁜 습관을 고쳐 보는 것은 어떨까? 이렇게 하면 당신도 성공하는 경로로 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