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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국문수기 부문 가작 - 나의 처녀 해외여행
제 854 호    발행일 : 2012.11.05 
허도정(역사교육학과·08)

ㅁㅁ

2학년을 마치면서 나의 대학 생활도 어느새 반 이상이 흘러 지나갔다. 군 생활을 제외하고 대학생으로 지내온 지난 2년 동안의 나의 대학 생활을 돌이켜 보면, 정말 한없이 지루하고 따분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오직 성적에만 연연하며 강의실과 기숙사만을 기웃거리고, 주변 동료들로부터 음주 제안을 받으면 어쩔 수 없이 분위기를 맞추러 길거리로 나가야 했으며, 방학 때는 아르바이트와 토익 공부를 하며 그럭저럭 지냈다. 나의 생활 반경은 고작 이 작은 대한민국 속의 충청북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자연스럽게 세상에 대한 시각은 상당히 좁았으며, 오로지 눈 앞 만 바라보는 근시안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으로 고착화 되어갔다. 이 때문에 취업이란 현실의 벽 앞에 초조하기 그지없었으며, 나의 뚜렷한 주관 없이 남들이 바쁘게 준비하는 자격증 취득이나 취업 준비에만 눈이 갔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렇듯 나의 대학생활은 어느 특별할 것 없이 남들 다 하는 대로 따라할 뿐이었으며, 그로 인한 매너리즘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극심한 매너리즘에 시달리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간절히 원하기 시작하였다. 지난 2년 동안 반복했던 생활을 또 다시 3학년이 되어서 하자니, 이것은 죽기보다 더 싫었다. 나에게 신선함과 창조적인 깨달음을 선사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보는 가운데, 충북대 국제교류원에서 주관하는 필리핀 어학분야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마침 국제교류원에서 주관한 동계 영어기숙캠프를 막 마친 후라 영어 학습에 대한 흥미와 열망이 매우 큰 상태였다. 또한 대한민국을 벗어나서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기 때문에 과감하게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지원하게 되었고, 당당하게 필리핀 세부 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3학년 1학기를 지난 과거의 시간들처럼 똑같이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 속 무언가가 들끓기 시작했으며, 더구나 필리핀 세부 섬으로의 어학연수여서 영어 학습과 여행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었다.

필리핀 세부로 출국하는 그 순간, 마침내 꿈에 그리던 나의 처녀 해외여행이 시작되었다. 비행기 안에서부터 세부 섬에 대한 원대한 환상을 마음껏 품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4시간의 비행 후에 드디어 세부 막탄 공항에 도착 하였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곧장 넘어와서 그런지, 무더운 날씨에 필리핀에 왔다는 것이 무척이나 실감이 되었다. 주변의 사람들 대부분도 필리핀 현지인들이었으며, 처음 보는 이 모든 광경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필리핀은 치안이 불안하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는 사전 교육 때문인지, 마주치는 필리핀인들이 약간은 두렵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한국에는 없는 이색 풍경들, 가령, 총을 든 보안요원들이 가는 곳 마다 족족 배치되어 있는 모습들과 필리핀만의 독특한 버스인 지프니(Jeepney), 길거리에서 돈을 구걸하는 집 없는 자들의 모습들 등, 내 눈을 현혹시키는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세부 만다우 시티에 위치하고 있는 세부의학종합대학교 부설 어학원에 도착하였을 때에는 생각보다 온전한 시설에 안심이 되었다. 득실거리는 바퀴벌레나 개미떼의 습격쯤은 그냥 참고 지낼 수 있었다. 아직은 크게 발전이 되지 않은 나라인지라 전기 공급이 원할 하지 못해서 정전이 나기 일쑤였으며, 수압도 약해서 샤워를 하는데 약간의 불편함을 겪었지만, 그래도 전반적인 기숙사 시설들은 만족스러웠다. 한편, 이 어학원에는 한국 학생들 이외에도 타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 또한 많다고 들어서 그들과 영어로 소통하면서 친구가 될 생각에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그들의 숫자가 적어서 약간 실망하긴 했으나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는 교류의 장은 어학원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세부 관광지 곳곳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격적으로 영어 수업을 받게 되었을 때에는 친절하고 상냥한 필리핀 현지인 선생님들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영어 학습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주로 필리핀과 한국 문화의 차이에 대해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필리핀에 대한 첫 느낌과 인상, 다양한 필리핀 문화에 대해 처음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동성연애를 인정하는 그들의 사회에서 당당하게 커밍아웃을 선언하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동성의 애인과 연애를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에는 상당한 충격이었으나, 학원 내에서도 몇몇의 동성애자 선생님들을 접할 수 있었고, 그들도 우리랑 다를 바 없는 똑같은 존재라고 느꼈으며, 오히려 우리보다 더욱 섬세하고 따듯한 인간미를 지닌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법을 서서히 터득하기 시작하였으며 그들은 내게 더없이 친근하고 소중한 필리핀 친구가 되었다.

또한 선생님들로 부터 필리핀에서의 성공적인 유학생활 방법도 전수 받을 수 있었으며, 효율적인 영어 학습과 더불어 필리핀을 100% 만끽 할 수 있는 다양한 여가 생활 비법도 배웠다. 특히 세부 섬 곳곳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많이 있기 때문에 주말에 여가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필리핀 선생님들이 추천해 준 멋진 관광지를 여러 친구들과 여행할 수 있었다. 그 관광지에서 필리핀 현지인 외에도 유럽이나 아메리카에서 온 관광객도 적잖이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과 영어로 대화하면서 필리핀에 대한 서로의 인상을 나눌 수 있었으며 서로의 나라에 대해 간단한 소개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렇게 영어 하나로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고 직접 느낀 것은 내게 영어 학습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한편, 필리핀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기간 동안에는 상대적으로 필리핀의 부정적인 모습만이 내 눈에 들어 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보행자를 전혀 배려하지 못하는 무질서한 교통시스템과 어마어마한 매연을 내뿜으며 다니는 여러 자동차로 인해 심각하게 오염된 대기, 관광객의 주머니와 심지어 그들의 생명을 호시탐탐 노리는 몇몇 필리핀인들로 인한 불안한 치안상황, 바라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무기력하고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길거리의 집 없는 자들과 그들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면서 어느 부족할 거 하나 없어 보이는 소수의 부자들의 대비되는 모습들 등은 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들 이었다. 또한 필리핀 현지인 특유의 느릿느릿한 삶의 방식은 빠름을 추구하는 한국인의 삶의 방식과 확연히 대비가 되어서, 신속한 일처리가 필요한 다양한 상황에서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눈 앞에 보이는 그러한 현상들이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그들의 역사와 문화, 사회적 맥락에서 바라보게 되었을 때 그 현상들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으며 내 마음 속에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300년 이상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아왔던 필리핀은 독립 이후 정부 주도로 민족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였지만 부패한 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발생하기 시작한 극심한 빈부격차와 불안한 치안상황, 사회 전반의 부실한 인프라는 여전히 오늘날 필리핀이 해결해야 주요 과제로 남아있게 되었다. 또한 필리핀인 특유의 완서한 생활 방식은 연중 덥고 습한 기후 아래에서 온전하게 생존할 수 있는 그들만의 생활 방식이었으며, 여유를 만끽하면서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필리핀인의 모습은 한국인의 조급한 삶과 비교하였을 때 그들은 확실히 삶을 더욱 즐기면서 살고 있었다. 필리핀에서의 짧은 시간동안에 우리나라와 판이한 문화의 맥락을 접하면서 그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진정으로 타문화를 수용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되었다.

영어 능력 향상이 주된 목적이었으나 이 외의 것들에서 더욱더 큰 성과가 있었던 어학연수 이었다. 반복적이며 지루한 대학 생활의 고리를 끊어보고자 지원하게 된 교환학생 프로그램 덕분에 앞으로 남은 나의 대학 생활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주변 동료들이 서둘러 취업에만 골몰하는 현실에서 더 이상 초조함을 느끼지 않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내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지하게 탐색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2년이 주변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남들의 대학생활을 모방하기에 급급하면서 나의 주체적인 계획과 생활조차 없었던 대학 생활이었다면, 앞으로 남은 대학 생활 기간은 나의 내면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임과 동시에 세계인으로서의 나의 존재를 느끼며 더 넓은 시각을 가지고 더 큰 세상에 도전하는 대학생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리라 굳게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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