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의과대학 배석철(암 억제 유전자 연구단 단장)교수와 종양연구소 이경숙 연구 교수의 주도 하에 국내 연구진 20명이 참여한 연구결과, 폐암 발병의 최초 원인이 렁스3(RUNX3) 유전자의 불활성화에 있음이 규명됐다. 배석철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폐암의 발병과정을 해명하였을 뿐 아니라 향후 폐암에 대한 예방, 조기진단 및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위한 핵심적인 이론을 구축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보도기사를 읽은 우리학교 학생들 중 대부분은 ‘렁스3’와 같은 생소한 용어 때문에 이해가 잘 안될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학술기획에서는 암 억제 유전자 연구단의 연구 성과에 대해 학생들에게 보다 쉽게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배석철 교수팀 연구를 설명함에 앞서 여러 용어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먼저 렁스3란 암의 발병을 억제하는 유전자로, 세포의 분화 경로를 지정하고 세포 내의 암유전자의 비정상화를 검출하여 세포를 사멸시킴으로써 암의 발병을 억제한다. 이 유전자는 1995년에 배석철 교수로부터 위암 발병억제 유전자로 처음 규명됐다. 이후 이어진 연구를 통해 방광암과 대장암의 발병을 억제하는 기능이 발견되며 위암만이 아닌 다른 암의 발병 억제 또한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암 연구단은 이 유전자가 폐암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을 이번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바로 유전자 결손 생쥐(Gene lock-out mouse) 실험을 통해서다. 유전자 결손 생쥐는 말 그대로 결손된 유전자를 지닌 생쥐를 말한다. 이를 가능케 한 현대 분자 생물학 기술은 특정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변형시킬 수 있고 이 변형된 유전자를 가지는 생명체를 탄생시킬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주로 생쥐를 통해 실험을 하는데, 특정 유전자가 변이되었을 때 관찰되는 생쥐의 발생 및 성장과정의 변화를 통해 해당 유전자의 정상적 기능을 관찰할 수 있다. 최근에는 특정 유전자를 정상적으로 작동시키다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장기에서만 선택적으로 변형시킬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 유전자 기능 연구에 가장 효율적인 연구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암 연구단의 이번 연구는 렁스3 유전자의 발현과 폐암과의 관련성을 밝혀낸 것에 의의가 있다. 우선 연구단은 렁스3가 폐 상피 줄기세포의 분화과정에 필수적인 인자임을 확인했다. 극히 드물게 존재하는 폐 상피 줄기세포는 SP-B(1)와 CC10(2)을 다 발현하는데 줄기세포의 숫자가 극히 제한되어 있어 일반적으로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 연구단은 생쥐실험 결과 유전자 결손 생쥐의 세기관지에서 이 폐 줄기세포가 다수 관찰됐으며, 이에 따라 RUNX3 유전자가 결손되면 폐 줄기세포의 분화가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못함을 알아냈다. 또한 연구단은 RUNX3 유전자의 발현이 절반으로 줄어든 유전자 결손 생쥐의 85%가 폐암이 발병했음을 관찰했다. 실험에 따르면, 생쥐에서 RUNX3 유전자의 발현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폐암 초기단계인 폐 상피 증식증(lung epithelial hyperplasia)(그림1)과 폐 선종(lung adenoma)이 발생(그림2)했다. 1년 6개월 후 이 생쥐들에게서 모두 폐 상피 증식증이 발생하였으며 그 중 85%의 생쥐들은 폐선종이 발생하였다.

폐암은 조직학적 소견에 따라 선암(Adenocarcinoma), 편평상피암(Squamous cell carcinoma), 대세포암(Large cell carcinoma), 소세포암(small cell carcinoma)으로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인체 폐 선암(Lung adenocarcinoma)은 이중 가장 빈번하게 발병하는 폐암으로서 최근 그 발병빈도가 특히 증가하고 있다. 암의 발병은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돌연변이에 의한 암 억제 유전자의 소실과 암 유전자의 비정상적 활성화로 촉발되고 이어진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하여 악성화한다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폐암의 경우 초기단계의 환자에 있어서 이러한 돌연변이가 거의 관찰되지 않기 때문에 폐암 발병의 초기단계에 일어나는 분자적 현상은 학계의 오랜 숙제로 남아있었다. 이번 배석철 교수팀 연구를 통해 전체 폐암의 약 30%에 해당하는 폐 선암의 발병을 유도하는 최초의 분자적 현상을 규명함으로써 폐암의 조기진단과 치료법 개발을 위한 이론적 근거를 마련했다.

고수진 기자

switch5@cbnu.ac.kr

각주)

(1)폐 상피세포 중 가스교환이 일어나는 세포(Alveolar cell)에서만 발현되는 단백질

(2)폐의 세기관지 세포 (Bronchiolar cell)에서만 발현되는 단백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