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대학 천문우주학과 이대영 교수
얼마 전 국회 국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 졸업생들의 과반수가 평균 A 학점을 받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학점 인플레이션은 비단 서울대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우리대학의 경우도 예외는 아닌 듯싶다. 몇 해 전 우연히 중견 회사의 임원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이 분께서는 입사 지원자들의 대학 학점이 대부분 너무 좋아 학점만으로는 지원자의 능력을 가려내기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대학의 학점 인플레이션 상황을 이제 사회에서도 익히 짐작하고 있는 것 같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취업난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다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은 보통 학점에 매우 민감하다. 실제로 매 학기말 성적처리가 끝나고 성적정정기간이 되면 일부 학생들로부터 성적을 재검토 해달라는 요청을 받는 교수님들이 계시다. 나 역시 매학기 겪는 일이다. 주변 교수님들의 경험을 종합해 보면 학생들의 요청 방식 또한 다양하다. 출석도 잘하고 숙제도 잘 냈는데 왜 학점이 나쁜지, 혹은 시험 답안지를 거의 다 채웠는데 왜 학점이 이것밖에 안 되는지...라는 식으로 문의가 들어온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좋은 학점을 받지 못해 장학금을 놓칠 것 같다고 교수님을 원망하는 경우도 있다. 더 심한 경우는 좋은 학점을 달라고 그냥 떼를 쓰는 경우이다. 정말 학생들의 학점에 대한 심정은 절실함 그 자체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학생들의 그릇된 자세나 가치관의 문제로만 돌린다면 공정하지 못할 것이다. 학점 인플레이션은 대학과 학생 그리고 사회 구조의 복합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교수인 나 역시 이러한 현 상황에 대해 상당 부분 책임을 느낀다. 어찌됐든 학점 인플레이션은 결과적으로 교수와 학생 모두의 권위를 같이 추락시킨다. 만약 교수는 교수대로 후한 학점을 남발하고,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좋은 학점을 받아야 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위치에 걸맞은 권위와 자존심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또한 학점 인플레이션은 강의와 시험 및 여타 방식의 평가 그리고 성적 부여로 구성된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이러한 기존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대학은 학생을 평가할 별도의 방안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비록 취업 기회와 장학금 수혜 등의 ‘이권’이 걸린 문제라서 모두가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이해하더라도 그리고 잘못된 현실이지만 고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그냥 이대로 두고 보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그 개선안을 생각해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것이 대학, 교수, 학생 모두의 권위를 더 이상 떨어뜨리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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