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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10.19 월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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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진 편집국장
<데스크칼럼> 예산으로 지워질 수 없는 언론의 자리
제 996 호    발행일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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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동제가 시작된 첫날 저녁, 한창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던 중 마음속에 경종이 울렸다. 함께 온 친구와 축제를 즐기는 사진을 SNS에 공유하려고 인스타그램을 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교지편집위원회(이하 교지)가 공유한 PRO 총학생회 규탄 성명문이었다. 이를 즉시 보도 기사로 배정했으니, 자세한 내용은 앞의 보도를 확인해 주길 바란다.
  신문사와 교지는 지금도, 그동안에도 접점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언론 기구의 일원으로서 이번 일에 관한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교지가 제기한 예산분배위원회 관련 문제는 단순히 한 기구의 예산 문제로 넘길 일이 아니다.
  물론 1학기에 제기된 총학생회비 홍보 여부에 관한 문제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교지는 신문사를 포함한 언론 3사와 달리 총학생회비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학기에 요구한 내용은 쉬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원고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선출직으로 조직을 개편하라. 그리고 중앙운영위원회에 참여하라’는 요구다. 언론에 객관성 점검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객관성을 점검하는 일과 조직을 선출직으로 개편하는 일 사이에는 논리적 연관성이 부족하다.
  선거는 대표성과 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식이지, 사실의 정확성을 보증하는 방식이 아니다. 선출직이라는 사실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구성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음을 보여줄 뿐, 그가 전하는 정보까지 정확하다고 보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객관성은 조직을 구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조직이 일하는 방식과 절차에서 나온다. 여러 경로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당사자에게 반론의 기회를 주며, 다층적인 피드백 절차를 거치는 일. 그럼에도 오류가 드러나면 정정하는 일까지. 이런 까다로운 과정이 쌓여야 비로소 객관성이 확보된다. 선출직이기 때문에 객관적이라는 말이 성립한다면, 우리는 선거로 뽑힌 이들의 말을 왜 기억하고 검증하겠는가. 오히려 선출직일수록 더 날카로운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아는 상식에 가깝다.
  나아가 언론 조직을 선출직으로 개편했을 때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선출직은 필연적으로 자신을 향한 지지와 다음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하게 된다. 그렇다면 논쟁을 부를 수 있는 불편하고 비판적인 보도는 점점 줄어들고, 다수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먼저 지면에 오를 수 있다. 언론이 포퓰리즘에 기울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총학생회가 2학기 예산분배위원회에서 제시한 요구는 사실상 언론을 득표의 압력 아래에서 활동하게 하는 셈이다. 특히 교내 언론의 감시 대상에 총학생회를 비롯한 다른 학생 자치 기구도 포함된다는 점을 떠올리면, 해당 요구의 심각성은 더욱 선명해진다.
  물론 총학생회에 그러한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할 생각은 없으며, 실제로 그랬으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의도와 무관하게 총학생회가 제안한 조직 형태는 언론의 비판 기능이 온전히 작동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언론이 객관성을 유지하려면 독립성이 절실하다. 그 독립성에 필요한 것은 선거가 아니라,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도록 확보하는 최소한의 재정적.제도적 거리다.
  또한 교내 언론의 재정은 애초에 취약한 편이다. 광고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대부분 학교 지원이나 학생회비에 기대어 한 호를 펴낸다. 그렇기에 예산은 단순한 운영비가 아니라 지면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 조건을 0으로 만든 채 개편을 요구하는 것은,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지면을 포기하라는 말처럼 들린다. 게다가 지면을 잃었을 때 가장 먼저 손해를 입는 것은 교지가 아니라 독자다. 학생들이 학내 사건.사고에 관한 정보를 얻고, 자신의 글과 목소리를 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일이 더욱 우려스럽다. 의도가 어떠했든 결과적으로 재정을 지렛대 삼아 언론의 구성에 개입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정말 교지의 객관성이 의심스러웠다면, 문제 제기는 구체적인 보도를 향했어야 했다. 어떤 내용이 사실과 달랐는지, 어느 대목이 한쪽으로 치우쳤는지를 짚어 해명과 정정을 요구하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당장 우리 신문의 지난 호에도 정정 보도가 실렸다. 그런 절차 없이 곧바로 구조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검증이라기보다는 압박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 일은 언론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이기도 했다. 교지의 일이 각종 SNS를 통해 퍼지자, 신문사나 교지가 필요 없다는 반응도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교내 언론이 어떤 기사를 쓰고, 어떤 오류를 바로잡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학생들에게 충분히 전달됐는지를 자문하게 됐다. 이번 일이 교내 언론의 자기 점검을 이끄는 계기가 된다면, 그 점만큼은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언론을 향한 학생들의 의심은 기꺼이 환영한다. 오히려 무관심보다는 의심과 비판의 눈길을 보내 주길 바란다. 하지만 그 의심이 재정적 압박으로 표현된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 이는 우리가 지키려는 객관성을 가장 먼저 잃게 하는 방식이다. 부디 총학생회가 이번 일을 다시 숙고하고, 언론과 학생 자치 기구가 서로 견제하되 서로의 자리를 존중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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