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필
수의과대학 수의학과 교수
최근 학내 교수들에게 학생 상담 관련 전산 시스템에 대한 공지가 여러 번 전달되었다. 또 하나의 행정적 업무가 주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학생들의 경력관리시스템의 일환이기도 하며 동시에 학과의 평가에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보게 된다. 시스템은 지도교수와 학생이 상담을 진행한 후 상담내용을 교수가 작성하고 학생이 그 상담사실을 확인하고 클릭을 하여야만 상담이 이루어진 것으로 등록이 되는 내용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상담 혹은 대화 사실을 인증 받아야 하는 참으로 디지털 시대적인 시스템인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교수와 학생 사이에 대화 기회가 좀 더 많아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현재 나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 학창시절의 어떠한 일이 나에게 영향을 주었는지를 회상해 본다. 대학에 진학할 때는 자신의 성적에 약간의 장래희망이 가미된 형태의 결정을 하였으며 대학 이 후에는 주어진 환경에서 주로 선배와 동료의 조언에 따라 나름대로 인생의 결정을 하였던 것 같다. 물론 외국에서의 대학원 생활은 지도교수의 절대적인 학문적 지도에 따라 이루어졌지만 이미 인생의 항로는 결정된 후였다. 그러면 나의 학창시절 은사님들과는 학문적 지도 이외의 인생에 관련된 지도는 없었던가 하고 반문을 해본다.
많은 시간을 공직에 있다 대학에 온 나 자신은 경험적으로 대화에 대하여 또는 멘토에 대하여 나름대로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실험실의 대학원생들은 대학원에 진학할 때 나와 많은 시간을 대화로 함께하였다. 내 생각으로는 권유 혹은 지도였지만 학생의 입장에서는 강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결정이 옳든 그르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야기하였기에 결정 자체에 대한 후회는 없는 것 같다. 이와 같이 서로 만나서 충분히 이야기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생산적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대화를 사랑하여야 하며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근엄한 교수의 모습에서 다정다감한 마음을, 예의 없어 보이던 학생의 모습에서 진취적인 기상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대화는 얼마나 생산적인가?
이제 교수와 학생은 디지털시대의 대화 방법을 요청받고 있다. 불편한 마음도 한 구석에 있겠지만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을 우리가 바꿀 수 없다면 오히려 학생상담전산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젊은 학생들과 혹은 근엄하게 보이는 은사님과 많은 시간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싱그럽고 신나는 일일 것이다. 또한 마지막에 학생의 클릭에 의해 그 대화가 인정이 된다는 사실도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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