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 십년 전만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기술을 누리면서 살고 있다. 빠른 인터넷속도와 함께 우리나라는 IT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가 거듭될수록 ‘IT강국 코리아’의 위상은 점점 흔들리고 있다. 그 일례로 우리나라를 IT강국으로 만들었던 세계 최대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한계가 찾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시장규모가 배 이상 큰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의 우리나라 기술력은 선진국들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새로운 분야, 새로운 기술의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2011년 제3차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발표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396개 세부 과학 기술 가운데 우리나라가 보유한 최고 기술은 OLED?AM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능동형 유기 발광 다이오드) 관련 기술 단 한 개 이다. 미국이 279개, 일본이 33개 등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기초과학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지원 현실을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익성이 당장 높지는 않지만 미래의 성장 동력 및 재원 마련을 위해선 기초과학 지원 확대가 불가피하다. 그 일환 중 하나로 정부에서 추진 중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요즘 큰 관심이 모여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장점과 입지 효과 때문이 아니라 어디에 입지시킬 것인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선진국과의 기초과학 기술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상기해야한다.
과학비즈니스벨트에서 입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실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어디에 있든 간에 충분히 좋은 시설과 연구 환경이 조성된다면 세계 석학들은 물론 세계 유명 연구 기업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될 것이다. 그중 가장 경쟁력을 갖는 연구 시설은 중이온가속기이다. 현대 물리학의 발전은 입자가속기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일본과 미국, EU를 포함한 여러 나라들이 거대한 입자가속기를 보유하고 운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포항에 방사광가속기가 있지만 규모와 용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중이온가속기의 건설은 기초과학 연구에 큰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훌륭한 인재 확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인재 상당수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실을 볼 때 훌륭한 연구시설의 확충은 우리나라의 ‘인재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추진되어야 할 일이다. 또한 산학협력을 통해 수익 뿐 아니라 대학의 연구 수준 향상, 대학 인재 양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우리나라 성장의 핵심 동력인 과학기술산업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중요한 정책이다. 국가의 미래를 건 사투가 자칫 정치 싸움이 되지 않도록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이다.
이봉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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