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부터 전공과목이 기존 절대평가 방식에서 상대평가 방식으로 변경된다는 얘기가 학교 커뮤니티 등에 퍼지면서 진실공방이 뜨겁다. 일부 학생들은 직접 학사과에 문의해 진실여부를 확인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학교 측에서 아무런 공지도 없이 바로 시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근거 있는 얘기들이 더해지면서 전공 상대평가 제도가 시행될 것이라고 믿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학사과는 ‘엄정한 학사 관리’라는 명목 아래에 교무과에 안건을 제출했고, 교무과 역시 학사관리 내용 개편을 추진 중에 있었다고 한다. 이 안건은 이미 학내의견수렴을 마치고 법제심의까지 통과한 상태다. 22일에 열릴 교무회의만 통과하면 최종 결정되는 것이다. 교무과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교무회의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 학내의견수렴을 했었나. 애석한 소식이지만 학교 측은 학생회 임원들을 대상으로 전공 상대평가 전환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고 한다. 모 단과대학 학생회 홈페이지에서도 이에 대한 공지사항이 이미 올라와 있었다. 논외로 다뤄야할 얘기지만 공지내용은 전공 상대평가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학과장과 면담·승인을 거쳐야 하는 일반휴학 허가제, 학사경고를 받을 경우 15학점 이내로 수강신청을 제한하는 제도, C+이하인 경우에만 재이수를 허가하고 최고 점수는 B+로 하는 재이수 상한제(2012년부터 시행) 등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학생 입장에서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제도들이 한꺼번에 시행되는 셈이다.
사실 국립대학 및 유수 사립대학들 중 절대평가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대학은 흔치 않다.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대학 성적에 대한 대외 신뢰도가 많이 낮아졌고, 대학의 위상도 많이 절하됐다. 상대평가제도 시행 및 재이수 상한제 등으로 이를 회복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과도기에 있는 학생들의 입장이다. 전공 상대평가 제도가 시행된다고 해서 기업들이 우리대학을 보는 이미지가 바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낮은 학점 때문에 곱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특히 고학년은 취업준비 등으로 결석이 잦아지기 마련인데 상대평가 제도가 시행되면 교수님들도 학생들의 편의를 봐주기 힘들어진다. 평점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일부 학생들은 “4학년까지는 대학 공부에 올인, 취업준비는 5학년에!”를 외치며 한 학기 이상을 학교에 남아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젊은 청년들이 오랫동안 학교에 남아있게 되는 것은 사회적·국가적인 손실임에 틀림없다.
또 한 가지 우려할 점은 ‘학점 받기도 힘들고 취업도 안 되는 대학’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학교 대기업 취업률은 낮은 편도 아니지만 높은 편도 아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학점 받기마저 힘들어진다면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 역시 늘어날 것이다. 과거 386세대들이 한 집단에 속해 그 집단을 최고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왔던 것과는 달리, 우리 세대는 최고의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집단에 남아있을 이유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큰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의견 수렴 후 신중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마땅한 차선책이 없다면 일정 유예기간이라도 둬야 한다. 학생입장에서 ‘다음 달부터 전공 상대평가 전환’ 소식은 교직원에게 ‘다음 달부터 성과급 연봉제 전면 실시’라는 소식이 전해지는 것과 같다.








장원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