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학교 측의 계획대로 전 과목 상대평가 제도가 이번학기부터 시행된다. 학생들은 이미 학칙 수정안이 무리 없이 통과될 것이라고 짐작했을 것이다. 총학생회의 미온적인 태도는 물론이고 학생들 역시 학교 커뮤니티라는 작은 울타리 내에서만 논쟁을 계속했을 뿐 설명회 참여 등 적극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귀룡 교무처장은 설명회 당시 “전공과목 A학점 비율이 무려 71.9%에 달한다”며 비정상적인 학점 분포 비율을 들어 종래 학점 평가 방식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입을 열지 못했다. 확실히 문제 삼을 만한 내용이다. 다른 기준에서 작성된 보고서겠지만 적어도 학교 측이 교과부에 제출한 내용과는 상이한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 정보공시센터에 제출된 내용에 따르면 2009년 전공과목 A학점 비율은 1학기 44.1%, 2학기 46.3%로 타 대학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A-를 A학점에 포함해 계산한다면 오히려 서울대는 50%에 가까운 분포도를 나타냈다. 적어도 우리학교가 유별나다는 증거는 못된다.
이번 학칙 개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교 측이 학생들의 신뢰이익을 철저히 무시했다는 점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여지없이 시간표를 작성해야 한다. 전공과목과 교양과목의 비율을 고려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아무런 공지도 없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예년과 같은 방식으로 성적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 믿었고, 각자의 계획 아래 수강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신뢰이익을 가지게 된다. 가장 기본적인 법익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이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채 새 학기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 수정안을 최종 확정했다. 최소 한 학기의 유예기간이라도 있었더라면 학생들의 반발은 이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종래까지 전공과목은 절대평가였기에 이해도가 높은 동기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잘 정리된 공책을 빌려보기도 했다. 상대평가로 진행되는 과목이 아니기에 주변 친구들도 아무 거리낌 없이 도움을 주곤 했다. 이제는 그런 진풍경을 찾아보기 힘들까 두렵다.
뿐만 아니라 전공과목마저 상대평가로 진행된다면 학생들은 ‘교수님 입맛에 맞는 답안’을 간접적으로 강요받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교수님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답안을 작성하게 될 지도 모른다. 순위가 하나라도 밀리게 된다면 학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전 과목 상대평가 제도는 인문대, 사회대 학생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된다.
마지막 역할은 단연 총학생회에게 달려있다. 학생들이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침해됐다는 점을 근거로 당해 학칙 개정이 무효임을 주장해야 한다. 단순히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에’라든가 ‘학칙 변경으로 수혜자가 나올 지도 모른다’는 불확실한 전망 때문에 학생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의 미래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된다. 방법이 있는데도 이를 배척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학생들은 결코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단순히 수치화된 문서에 의해 문제의 심각성을 논할 것이 아니라, 단 1초라도 학생 입장에서 생각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길 바란다.








장원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