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따사로운 완연한 봄날이 왔다. 봄바람을 따라 교외로 나가고 싶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단과대 앞에 소주, 맥주 등이 가득한 박스를 나르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엠티를 떠나는 시기가 온 모양이다. 입학 후 첫 엠티를 떠나는 신입생들은 몇날 며칠동안 부푼 가슴을 안고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을지도 모른다. 물론 개중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따라가야만 하는 불행한 신입생도 섞여 있을 것이다. 선배들의 강압적인 태도는 그나마 참을 만도 하겠지만, 불참비라는 듣도 보도 못한 비용을 내기 싫어서 억지로 참여하는 학생들이 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입학하자마자 학생회비부터 시작해 엠티 불참비까지 돈 내놓으라는 소리만 들려오니 진절머리가 날 법도 하다.. 이웃 국립대학이 새내기배움터 불참비 논란으로 전국적인 망신살을 입은 지 겨우 한 달 만이다. 엠티 불참비 논란은 연례행사처럼 매년 반복돼 오던 일이다. 작년에는 10여 개 학과 학생회가 불참비를 요구하거나 장학 불이익을 줬다. 불참비는 적게는 1만 원에서 많게는 5만 원까지 청구됐고 격분한 학생들은 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거나 과사무실에 항의를 하는 등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래왔듯 인터넷 논쟁은 언제나 탁상공론으로 끝나기 마련이었고, 과사무실 조교의 견해는 오히려 학생회 입장에 가까웠다. 불참비를 걷는 일부 학생회는 몇 명이 참여할지 예측해 차량, 숙소, 식사 등을 미리 예약하기 때문에 불참비를 걷을 수밖에 없다는 궁색한 변명만을 늘어놓곤 한다. 물론 학생회 입장에서는 학과 생활에 소홀한 학생들이 많으면 운영이 힘들다. 기왕이면 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 자신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에 만족하기를 바라고, 모든 학생들이 어울려 단합이 되는 학과로 거듭나고자 하는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또한 학생 참여가 없어서 엠티가 무산되거나, 엠티가 진행되더라도 참여자 수가 극히 적다면 이를 기획한 학생회 입장에서는 상당히 맥 빠지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무도 아닌 엠티 불참을 이유로 벌금을 부당 징수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 본부 측에 부당성을 고발하며 학생회에 시정 요구를 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문제는 학생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이 역할을 각 단과대 대의원회가 맡아줬으면 한다. 총학생회칙 제 47조에 기술된 단과대학 대의원회 업무 권한을 확대시켜 ‘학생회의 부당한 활동 및 행위’에 대한 감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회를 옭아맨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학교 측의 간섭을 받자는 얘기도 아니니 회칙 개정을 고려해 볼 만하다. 가뜩이나 ‘정의와 공정’ 열풍이 일고 있는 시대다. 그런데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는 상아탑에서, 그것도 학생이 학생에게 강압적이고 부당한 행위를 해서야 되겠는가. 학생들이 기성세대보다 악한 관습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돌이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