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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세평> 꽃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제 831 호    발행일 : 2011.04.17 


 차병진 식물의학과 교수
 
아무리 묶어 놓아도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이 세월이다. 도대체 봄이란 것이 있기나 한가 싶게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더니만, 그래도 봄이 오고 꽃이 피기 시작한다. 이 봄, 여러분은 대학생활을 얼마나 후회 없이 보내고 있는가?
대학생활은 젊음과 패기를 바탕으로 학생 자신이 스스로 감독이 되어 한 편의 멋진 영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자세로 대학생활을 하는가에 따라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고 감탄하는 불후의 명작이 될 수 있는가 하면, 개봉도 하지 못한 채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영화가 될 수도 있다. 호화 캐스팅에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하여 화려하게 만들었어도 정작 보고 나면 무엇을 보았는지 아무것도 남지 않는 영화가 될 수도 있고, 소박하게 보여도 진한 감동을 주는 영화가 될 수도 있다. 여러분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있는가?
요즘 대학생들의 화두는 ‘스펙쌓기’라 한다. 좋은 스펙을 가지고 있으면 취업에서도 유리하다니 ‘스펙쌓기’는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성적과 스펙에 몰두하다 보니 대학생활의 낭만은 점점 더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대학생.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젊음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지 안타깝다.
한동안은 공부할 시간을 빼앗긴다는 이유로 동아리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사라지더니만, 최근 들어서는 봉사동아리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한다. ‘스펙쌓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 한다. ‘스펙쌓기’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동아리들의 인기는 여전히 바닥인가 보다. ‘도랑 치고 가재 잡기’라는 말도 있듯이 취미활동도 하고 스펙도 쌓으면 기쁨 두 배일 것이다. 그러나 삶의 큰 부분을 채워주는 취미활동마저 그렇게 ‘스펙쌓기’에 맞추어야 하는 것인가 싶어 조금은 서글프다.
아직 늙지 않았다고 하여 다 젊은 것은 아니다. 젊은이라면 모름지기 그 가슴에 큰 꿈을 품고 있으며, 사그라지지 않는 정의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때로는 밥을 굶고서라도 좋은 공연을 보려는 열정이 있어야 하며, 목표를 위해 돌진하는 용기도 있어야 할 것이다. 경력에 별다른 도움이 안되더라도 자신의 젊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라면 한때나마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모험심도 있어야 젊음이다. 유토피아는 분명히 실현된다고 믿는 것도 젊은이요, 뜨거운 가슴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젊은이다. 그 가슴에서 꿈과 낭만이 사라진다면 그는 이미 노쇠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책임 없는 권리는 전횡이 될 뿐이니, 젊음을 누리는 것이 다른 이에게 불편을 끼쳐도 안되고 자신의 앞날에 넘어서기 힘든 장애가 되어서도 안된다. 낭만을 얻기 위해 이익을 포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 또한 게을리 해서도 안된다. 책임을 지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도 없다면 그것은 젊음이 아니라 한낱 치기에 불과할 뿐이다. 틈틈이, 그리고 꾸준하게 자기 자신을 갈고 닦는 사람은 진정으로 대학의 낭만을 누리면서도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
화사한 봄볕이 쏟아지는 강의실 창밖으로 꽃잎들이 날린다. 꽃보다 더 싱그러운 새 잎도 돋는다. 끓는 피를 가진 젊은이라면 참기 힘든 계절이다. 꽃을 즐길 준비가 되어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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