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상한 고객들’ 주인공 보험회사 직원 배병우는 ‘수상한’ 고객들을 찾아다닌다.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고객들이 혹시라도 자살을 할까봐 걱정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선 직원들의 실적을 회사 중앙에 게시하고, 실적이 더 나은 사람을 승진시킨다. 배병우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그들의 자살을 막고자 안간힘이다. 실적, 성과 그리고 결과. 배병우만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가 좇고 있는 것들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달 20일 ‘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에 따라 우리학교를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으로 선정했다. 이번 발표의 평가 기준에는 취업률, 재학생 충원률 등이 포함됐다. ‘큰 학문’을 꿈꾸는 대학에서 일부 결과를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진 것이다.
평가 기준으로 사람을 줄 세우고, 회사를 줄 세우더니 이번엔 대학이다. 대학을 평가하려 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행동도 의심스럽지만, 이에 대한 타 대학의 행동도 문제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졸업생들을 교내로 취업시키고, 재학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휴학시기를 수업일수 1/2선으로 조정해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평가 순위를 높였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좋은 결과만 나오면 된다는 생각에서 이런 행동을 한 것이다.
비단 대학 간의 결과 경쟁만이 문제는 아니다. 토익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영어학원에서는 영어 지식을 알려주기보다는 단기간 내에 빨리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소위 ‘잘 찍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해, 취업에 유리다는 이유로 우리는 과정은 생략된 채 결과만을 좇고 있다.
결과 중심. 결과를 좇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결과에 목을 맨다. 하지만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 아닐까?
과정이 없다면 결과도 없다. 과정이 아닌 결과를 좇게 되면 수많은 과정들을 겪으며 느끼는 경험도 모두 지나치게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스피드’나 ‘결과물’이 아니라 몸소 체험하며 느끼는 ‘경험’이다.
‘수상한 고객들’은 영화 시작과는 다르게 배병우가 수상한 고객들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그들의 슬픔과 아픔을 드러낸다. 실적과 출세를 위해 고객을 유치하던 배병우는 이전과 달리 그들의 삶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성장한다. 자신의 인생도 잊어가며 결과를 좇던 그가 결과보다는 그 과정 속에서 만나는 경험으로 인해 생각이 달라지는 것이다.
정말 ‘이러시면 안 되는’ 사람은 주인공 배병우였다. 자신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한 고객들로 인해 그는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결과를 위해 달려왔는지 반성한다. 우리 역시 배병우가 실적에 목매는 것처럼 학점과 스펙에 목매고 있지는 않을까. 좀 더 나은 점수로 나를 단장하기 위해 뜻깊은 경험이나 내 속마음은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김혜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