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서는 우리학교 총학생회의 활동 중간 점검을 위해 1000장의 설문지를 교내에 돌렸다. 배포, 회수는 물론 통계 또한 당연히 기자의 몫. 조금은 늦은 시각이지만 학생들의 설문지를 한 장 한 장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자주 등장하는 답변이 하나 있었다. 총학생회에게 건의 사항을 적어달라는 질문에 학생들이 답변한 것들이었다. 꽤 많은 학생들이 ‘겉치레식의 일처리를 하지 말아주세요’, ‘보여주기 식으로 일하지 말아주세요’와 같은 내용들을 적어놓았다.
학생들의 답변에 따르면 그동안 총학생회가 상대평가에 대한 반대 시위, 등록금과 관련한 삭발 투쟁, 국립대학의 선진화방안에 대처할 때 분명한 입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견은 굳이 이번 설문 조사에서만 나타났던 것이 아니었다. 우리학교 커뮤니티나 주변 학생들의 반응은 늘 한결 같았었다. ‘밖으로 보여지는 모습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 말이다.
사실 이것은 단순히 총학생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들은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남용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다들 ‘내면이 중요하다. 보이는 것은 순간일 뿐이다’라고 하면서도 막상 겉모습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가.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적이 적어도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모습은 조금 모순적이다. 말과 행동이 다르고, 생각하는 바와 표현하는 바가 달라진다. 물론 외양을 아주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생활한다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너무 쉽게 겉과 속이 다르게 생활하지 않았나 싶다. 겉으로 나타나는 것은 우리의 감각과 남의 시선에 쉽게 잡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이번에 목욕문화와 관련한 취재를 하면서 수많은 욕탕업 종사자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욕탕업의 가장 대표적 직업인 목욕관리사. 그들에게서는 한 가지 공통점이 느껴졌다. 하찮은 일이라는 대외적인 인식과는 대조적으로 그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최소한의 간편한 옷에 자신보다 어린 사람의 등을 밀어주고 있는 그들은 내면의 자신감과 뚜렷한 소신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원효대사는 썩은 해골 바가지에 고인 물을 마신 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이 남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더 솔직해지자면,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도 있다. 그 말도 사실이다. 다만 그것에 본인이 휘둘리는 순간, 그 사람은 너무 많은 것들을 놓쳐버리게 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우리는 그 문제가 20대 청춘을 보내고 있는 자신들의 도전, 소신, 용기마저 빼앗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박혜인 기자 pie00k@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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