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학에 강풍이 불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국립대학의 법인화 문제, 연구비와 교수의 실적 문제, 유명 사립대학 입학에서의 공정성 문제 등으로 어수선하더니만, 연초부터는 경제적으로 고통 받는 대학생들에 대한 반값 등록금 문제, 최근에는 부실대학 지정문제 등으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학은 이들 어려운 과제들에 대하여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대학에 대하여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라고만 한다면 너무나 막연한 것은 아닌가?
위와 유사한 난제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기업에게 주어진 질문이었다. 이에 대하여 기업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와 그 방향성을 참고한다면, 어느 정도 대학의 갈 길이 보일 것이다. 기업은 본래 영리사단법인이기 때문에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본질이고 그 외의 자선적 행위나 사회적 책임의 이행은 선택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은 기업경영의 핵심이 되었고, 이를 소홀히 하는 기업은 소비자나 투자자로부터 외면 받거나 사업파트너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CSR의 이행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 된 것이다.
나아가 ISO와 같은 국제기구에서는 사회적 책임의 이행을 위한 국제표준(ISO 26000)을 만들어 사실상 강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표준은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 대하여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이라고 해서 적용상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대학의 윤리적 경영과 사회적 책임에도 가이드라인이 설정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표준에 비추어보면, 대학은 강의나 연구를 잘 하거나, 학생들에게 좋은 직장을 구해주는 것 이상의 책임을 갖고 있다. 위 기준을 유추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 책임에 관한 대원칙을 보면, 대학의 결정과 활동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 구성원에게 그 영향에 대하여 설명하고 투명하게 행동할 것, 정직·공평·성실이라는 가치관에 근거하여 윤리적으로 행동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관계를 존중할 것, 국제행동규범을 포함하여 법과 규칙을 준수하고 인권에 대하여 고려할 것 등이다.
둘째, 대학은 사회적 책임에 관하여 올바른 인식을 하여야 하고, 누가 대학의 이해관계자인지를 특정하여 이들을 참여시켜야 하는 두 가지 실천과제를 안고 있다.
셋째, 대학 운영상의 핵심주제와 이에 수반되는 구체적 과제들에 대하여 사회적 기대사항을 반영하여야 한다. 여기에는 사회적 책임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공식적·비공식적 지배구조를 설정함과 동시에 훌륭한 리더십과 이행노력을 강조하고 있고, 공정한 대학운영 및 지속가능한 발전과 커뮤니티의 참여가 강조되어 있다.
넷째, 대학은 사회적 책임을 대학 내에서 관행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지침을 준수하여야 한다. 대학 스스로 사회적 책임에 대하여 잘 이해하고 이를 완전히 도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소통을 행하는 한편, 이를 통하여 대학의 신뢰성을 향상시키고, 지속적으로 활동에 대한 평가와 개선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오늘날 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책임의 국제표준에 따라 이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과 제도의 틀에 머물지 않고, 자의적 해석을 배제하며 사회적 책임의 주체로서 과제를 풀어가야 한다. 자발적인 사회적 책임의 이행이야말로 우리 대학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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