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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리
기자의 눈 - 나는 지금 여수밤바다
제 847 호    발행일 : 2012.04.28 

요즘 음원 순위와 음반 순위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는 가수가 있다. 팬들을 우르르 몰고 다니는 아이돌 그룹도, 춤과 노래로 무장한 가수도 아니다. 그들이 바로 ‘버스커버스커’. 다른 가수들은 간절히 바라는 공중파 방송. 하지만 그들은 공중파 활동은커녕 음악 프로그램엔 거의 출연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노래는 연일 상위권이다.

<벚꽃엔딩>, <여수밤바다> 등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벚꽃나무 아래를 거닐기도 하고 여수밤바다는 어떤 곳일지 상상하곤 한다. 기타, 베이스, 드럼 세 명으로 단촐하게 꾸려진 이들이 현재 우리나라 음악의 중심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을 받고 ‘2등’이라는 자리까지 올라갔기 때문인걸까?

최근까지 음악 프로그램 순위의 대부분은 아이돌 그룹들이었다. 강한 퍼포먼스와 안무가 노래보다 우선시되면서 노래는 ‘듣는 것’이 아닌 ‘보는 것’이 됐다. 뿐만 아니라 아이돌의 홍수 속에서 연일 컴백하는 가수들로 인해 과거 인기 있는 노래에 주어졌던 ‘5주 1위’ 등의 명예는 사라진 지 오래다. 직설적이기에 귀에 쏙 들어오고 외우기 쉬운, 하지만 의미 없는 가사들의 나열인 ‘후크송’들이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5주는커녕 1주 1위도 어려워졌다. 의미 없는 가사에 적응할 만하면 또 다른 노래와 퍼포먼스가 인기 순위에 오른다. 이런 상황에서 노래를 그저 ‘듣기만’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아이돌 위주의 최신 가요에 관심을 갖지 않기 시작했다.

라디오 혹은 음반을 통해 노래를 들었던 사람들이라면 진정성 있는 가사를 음미하며 받아 적거나 외우려고 노력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극적이고 반복적인 가사들로 인해 외울 만큼의 감동을 주는 가사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가사와 그에 맞는 멜로디가 어우러져 만드는 하나의 이야기.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버스커버스커의 노래에서 찾아낸 듯하다.

SNS, 휴대전화 등으로 서로의 일상을 예전보다 빨리, 그리고 많이 알게 됐지만 그만큼 일부로 만나서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일상을 공유하는 일은 적어졌다. 빠르고 쉬운 것만 좇으려고 했지, 느리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모두들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버스커버스커의 노래에는 우리가 그동안 지나치고 있었던 일상의 소소함과 솔직한 감정이 드러난다.

버스커버스커의 ‘여수밤바다’라는 노래의 가사는 이러하다. ‘나는 지금 여수밤바다’,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 가사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통화 내용을 엿듣는 느낌마저 든다. 여느 노래들보다 느리게 자신을 표현하고 있지만 결국 가장 자신을 잘 표현하고 있는 노래인 것이다.

이번 버스커버스커의 앨범에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너’와 ‘그대’라는 단어다. 그들의 노래는 너 혹은 그대에게 전하는 내 마음속 이야기인 것이다. ‘좋다 혹은 싫다’고 직설적으로 말해버리는 노래와 달리 그저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그들의 노래. 그들의 노래가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너도 그대도 모두 나의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우리의 마음속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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