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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세평-표절과 자존감
제 847 호    발행일 : 2012.04.28 

강단세평
 
표절과 자존감
 

국어국문학과 박진숙 교수
 
요즘 한국 사회의 화두 중 하나는 ‘표절’이다. 정치에 입문하고자 하는 교수들의 논문 표절, 가요계의 노래 표절, 대학생들의 리포트 표절 등. 가수 이효리가 <힐링 캠프>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표절 사건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눈물 흘리는 내용에 대한 보도기사를 보며, 문득 표절 문제의 본질은 자존감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절(剽竊, plagiarism)은 ‘어린아이 납치범’을 의미하는 라틴어 ‘plagiarius’에서 유래된 것으로, 출처를 밝히지 않고 남의 견해를 무단 인용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모진 산고 끝에 낳은 ‘정신적인 아이디어’를 훔치는 비도덕적 행위라는 것을 뜻한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표절이라는 비도덕적 행위를 하는 자신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는 데 있다.  
성균관대에서 5년 반 정도 글쓰기 전담교수로 있는 동안, 표절에 대한 학생들의 여러 가지 반응을 볼 수 있었다. 하나는 서평 과제 첨삭할 때 일어난 일이다. 대면첨삭을 주로 했는데, 첨삭을 준비해놓고 학생을 기다리던 중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 알라딘 리뷰 검색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제외하고는 검색된 리뷰의 첫 번째 글과 그 글이 똑같지 않은가? 내가 무슨 비도덕적인 행위라도 한 듯 가슴이 쿵쾅거렸다. 학생이 연구실로 들어왔을 때 모르는 척, 이 글 직접 쓴 거 맞느냐고 물어보았다. 그 학생은 그렇다고 했다. 다시 한번 물어보겠다, 정말 네가 쓴 거냐고 두 번을 묻자 사태를 파악했는지 학생은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 학생에게 교수인 내게 죄송할 일이 아니라, ‘네 자신에 대해 죄송’해야 할 일임을 강조했다.
또 하나는 소논문형 리포트에 대한 첨삭 과정 중에 발생했다. 그 리포트에는 온통 짜깁기만 되어 있을 뿐, 학생의 견해를 써놓은 부분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그래 놓고는, 도대체 왜 인터넷에 있는 이런 내용을 짜깁기만 하면 되는 리포트를 써오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불평을 늘어놓았다. 나는 리포트를 쓰기 위해 문제를 발견하여 구체적인 주제를 만들고, 주제에 필요한 자료를 조사하여 선택·배제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이를 요약 정리한 후 다른 사람의 견해를 인용하고 내 생각을 덧붙이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력이 형성된다는 것까지 설명해주었다.
학생들의 표절 사례를 접하며 느끼게 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자존감을 갖지 못하도록 구조화되어 있어 학생들의 탓만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고등학교의 수행평가에서 베껴 작성한 과제를 제출해도 문제없이 A를 받고, 숱한 표절 사례가 엄중하게 다뤄지지 않는 사회에 노출된 채, 자신의 노력으로 이룬 것은 보잘것없는 점수와 한번도 주목받지 못하는 결과를 경험하며 살아왔으니….
대학가에 불고 있는 표절검색프로그램의 시행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지만,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늦게나마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니 학생들도 주체로서의 지위를 되돌려받는 일임을 상기하고 베끼지 않고 직접 글 쓰는 고통을 통해 즐거움과 함께 자존의 기쁨을 누리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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