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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령
[기자의 눈] 분노가 병든 사회를 만든다.
제 853 호    발행일 : 2012.10.20 

얼마 전 취재를 하기 위해 청주여자교도소를 방문했다. 청주여자교도소 교도관과의 인터뷰를 위해서다. 교도관과 인터뷰를 꼭 하고 싶었기에 인터뷰를 해달라는 요청을 거듭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기사의 성격과 방향을 바꿔가면서까지 인터뷰를 요청했다. 예상보다 어렵게 인터뷰를 따냈다.
이렇게까지 인터뷰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 바로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요즈음 연이어 중범죄 사건들과 자살 사건들이 끊이질 않는다. 심상치가 않다. 병든 사회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사회는 병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교도소였기 때문이다.
나는 교도소 수감자들 개개인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교도관의 입을 통해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됐다. 물론 인터뷰의 취지는 취재원(교도관)이 하는 일과 직업관에 대한 인터뷰였지만 그와 대화를 하면서 스며 나오는 분위기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취재원의 말에 의하면 수감자 대부분이 가정환경이 좋지 않다고 한다. 어렸을 적 경제적 어려움과 부모와의 갈등, 부모의 이혼 혹은 가정폭력에 의해 시달려온 자녀들이 분노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사회적 일탈을 저지름으로써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잘못된 분노의 표출은 반사회적 범죄로 이어졌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이들은 내면의 병이 들어 우울증에 시달리고 이를 이겨내지 못해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학생들의 자살사유 1위가 ‘가정불화’라는 사실을 보면 안타까운 현실이다.
필자가 취재한 교도관의 경험에 의하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수감자들 일부가 가정폭력에 의한 심각한 스트레스와 분노 때문이었고, 그것이 폭발해서 생긴 일이라 했다. 살인을 저지른 그들은 사기죄로 수감된 사람보다 오히려 착한 사람들이고, 순수한 사람들이라 했다. 왜 그들은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을까.
심리학 수필 작가 데이비드 시버리의 말을 빌려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이기적이지 않은 것, 자신을 억제하는 것’을 오랜 세월 미덕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기적이지 않고, 자신을 억제하는 것이 심각한 스트레스와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자신의 분노와 욕구를 억제하는 것은 자신을 파괴하는 것임을 느꼈다. 아마 이들 또한 건설적인 방법으로 표출하지 못해 일어난 사단이지 않을까 싶다.
잘못된 분노의 표출이 범죄의 급증과 나날이 흉악해지는 범죄의 증가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이제는 법 형량만 강화시킨다고 될 일이 아니다. 사후약방문이 아닌 예방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더 많은 아동보호센터와 가정폭력상담소, 알코올중독치료센터, 정신건강센터, 우울증치료, 심리치료 등을 통해 그들 마음속에 지닌 상처와 분노를 어루만져줘야 한다. 그렇게 해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가슴 아픈 일 또한 생기지 않을 것이며,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가슴에 멍이 생기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 분노가 재생산 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끝으로 필자는 교도관들이 사회 안정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에 행복한 사회를 꿈꿀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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