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전라북도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국내 유일 마필관리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론보다는 실기 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졸업 후 취업을 목표로 했지만 대학 입학을 포기할 수 없어 우리 학교에 ‘실업계 특별 전형’으로 입학했다.
실업계 특별전형은 소수의 실업계 학생을 뽑는 제도로 실업계 학생들 간의 ‘경쟁’이다. 입학 전부터 과연 대학교에 입학해서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실업계 출신이라고 친구들에게 무시당하지는 않을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런 생각은 너무나 당연히도 현실이 됐다. 1학년 일반화학 수업시간의 일이었다. 수업 중 화학방정식 내용이 나왔고, 교수님께서는 맨 앞자리에 앉은 필자에게 고등학생 때 배운 것이냐고 질문했다. 필자의 대답은 ‘아니요’였다. 의아하게 여긴 교수님께서는 다른 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고 다른 학생들의 대답은 ‘예’였다. 결국 교수님은 필자의 ‘아니요’ 대답에 이유를 물어 실업계 출신이라 배우지 않았다고 답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일은 다른 수업에서도 일어났다. 수업 도중 교수님들은 고등학생 때 배운 내용이라며 범위를 지나치기 일쑤였다. 배우지 않았다고 말할까 고민하는 사이 수업은 그대로 끝이 났다.
현재 우리 학교 실업계 특별전형의 수학능력시험 최저등급은 경영대학 2개 과목 5등급 이내, 공과대학.전자정보대학 6등급 이내, 농업생명과학대학은 7등급 이내다. 소위 말하는 ‘찍어도 맞는 등급’이다. 다른 학생들은 훨씬 더 높은 수학능력시험 성적으로 입학했으니 다른 학생들에게 뒤처지는 것은 물론,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도 많이 나타났다.
필자 학과의 실업계 특별전형 입학정원은 4명이었다. 하지만 학업에 대한 부적응으로 인한 휴학과 입학 포기로 결국 현재 필자만이 재학 중이다. 이렇듯 실업계 특별전형 입학자들은 대학 정규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하고 있으며, 성적 또한 타 학생과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동의대학교는 실업계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의 평점 평균이 타 학생보다 0.6점이나 떨어진다고 밝혔다.
현재도 많은 수험생들은 ‘실업계 특별전형’으로 입학 원서를 내고 있고, 이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많이 재학 중이다. 실업계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대부분 학생은 고등학생 때 공부하지 않은 내용을 공부한다는 이유로 수업에 소극적이기 마련이다. 필자도 이런 학생 중 한 명에 포함됐다. 항상 ‘나는 고등학생 때 안 배웠으니까’, ‘다른 친구들보다 뒤처지니까’라는 생각으로 1학년을 보냈다. 하지만 2학년인 지금은 무엇보다 중요한 ‘생각’을 바꿨다. 모두 같은 대학생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 다른 학생보다 곱절로 노력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누구보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학교의 대책 역시 필요하지 않을까? 단순히 실업계 특별전형 입학 정원을 정해놓고 학업 능력과 무관하게 머릿수를 채우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학교에게도, 학생에게도 모두 독이 된다. 단순히 정원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걸맞은 학업 능력에 비중을 둬야 학생은 물론 학교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박소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