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원효대사의 해골 바가지에 담긴 물에 대한 이야기를 3단계로 풀고 그 시사점을 살펴보자. ①단계 : 신라시대에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당나라로 가다가 길이 어두워져 동굴 속에서 하루밤을 묵게 되었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물소리가 질퍽거리자 목이 마른 원효대사는 갖고 다니는 주발로 물을 떠서 마셨더니 그 맛이 꿀맛이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햇빛이 동굴 속 깊숙이 비추어 들어왔다. ②단계 : 원효대사가 어젯밤에 물을 떠다 마신 곳에 가보았더니 물 웅덩이 속에 뼈만 남은 시신이 가라앉아 있었다. 그걸 본 순간 원효대사는 구역질이 났다. 그러자 원효대사는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물은 같은 물인데 왜 어젯밤에는 물맛이 달았는데, 오늘 아침에는 물웅덩이를 보고 구역질이 났을까?” 원효대사가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물맛이 천자만별이었던 이유는 자기가 해골을 본 순간 ‘더럽다’는 생각을 떠올렸기 때문임을 깨닫게 되었다. 즉 어젯밤에는 아무런 생각없이 물을 마셨기 때문에 물맛이 달았고, 오늘 아침에는 물 밑에 가라앉은 해골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더럽다는 생각을 일으켰기 때문에 물맛이 역겹게 느껴진 것이었다. ③단계 : (지금까지 이 세 번째 단계에 대해 아는 분을 거의 보지 못했다. 원효대사전을 제대로 읽은 분들은 빼고) 여기에서 원효대사는 마음을 가라앉히면 원래대로 물맛이 달콤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실험에 들어갔다. 명상을 통해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 후(생각을 잠잠하게 한 후) 물을 다시 마셨더니 어젯밤에 마셨던 것처럼 꿀맛이었다 .
원효대사는 ‘더럽구나’라는 생각(시비판단)을 일으켜서 구역질이 난 것이고, 이런 시비판단으로 고통이 초래되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온갖 고통과 기쁨도 마음에서 비롯된다. 모든 것이 마음에서 만들어진다(一切唯心造). 고통의 원인이 되는 시비판단은 자신의 마음 밑바닥에 깔린 과거의 학습경험에 그 뿌리가 있을 것이다. 또한 시비판단에서 비롯된 고통은 그 생각을 내려놓을 때 소멸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챙김 명상의 원리는 물끄러미 관찰하면 (고통도) 사라진다는 데 있다. 흔히 인간의 마음을 물에 비유한다. 물 표면에 바람이 불면 물결이 인다. 이 물결을 가라앉히려면,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기보다는 물끄러미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 물결을 가라앉히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물결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래서 마음을 가라앉히려면 애를 쓰지 말아야 한다. 물결은 곧 생각을 비유한 것이다.
명상을 통해 가라앉은 마음으로 사물을 보면 구분하고 따지는 시비판단을 할 경우에 비해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고, 그 차이보다는 공통점을 보다 잘 볼 수 있다. 이는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관점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판단할 때는 통상적으로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지 “나는 당신이 틀렸다고 믿는다”라고 말하게 된다. 코끼리의 일부분만 보고 말한 내용은 서로 틀리겠지만, 코끼리 전체를 보면 모두 부분적으로 맞는 것과 같이 서로 반대 입장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던 견해들이 모두 동시에 옳을 수 있으며 보완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서로 얽히지 않을 것 같던 것들도 좀더 높은 단계에서 보면, 서로 연결되고 통합되며 융합되어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런 관점은 현대에서 요구되는 융합적 사고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명상수행이 이러한 융합적 사고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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