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캠퍼스 한 쪽에 걸린 노란 현수막에는 ‘학교가 자유롭게 폐지하는 전공’이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박혀있다. 필자는 이 문구에서 일절 상의없이 자율적으로 학부를 폐지한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와 서러움이 느껴졌다.
이번 취재를 통해 필자는 속수무책으로 학부가 폐지되는 것을 막지 못하는 타 대학 학생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2009년, 법대가 로스쿨로 바뀌며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자유.자율전공학부를 신설한 대학들은 화려한 커리큘럼과 비전을 제시하며 학생들을 유치했다. 하지만 도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들은 하나 둘 학부 폐지를 발표하며 학생들을 외면했다. 대학에 들어온 지 3개월 만에 학부폐지 소식을 접한 한 학생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후회를 느낄 만큼 절망적이었다고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모든 상황이 학교 측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부를 신설하고 폐지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권 중 하나로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경우는 대학의 자율권을 넘어 학생의 믿음에 배반하고 무책임한 면모를 보인 점에서 결코 옹호받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떠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행을 좇듯 자유.자율전공학부를 설치하고 뜻대로 되지 않자 일괄적으로 폐지를 통보하는 대학의 무책임한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한 것이다.
학부를 새로 신설하기로 결정할 때엔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육과정을 준비한 후 학생들을 이끌 수 있는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수년에 걸쳐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도입한 지 4년도 채 안 돼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자유.자율전공학부를 폐지한 대학의 처사는 해당 대학의 부족함을 증명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대학이 제시한 커리큘럼과 비전만 믿고 지원했던 애꿎은 학생들만 날벼락을 맞았다.
대학들이 연달아 자유.자율전공학부를 폐지하면서 해당 대학들은 학부생들의 거센 반발과 마찰로 홍역을 치뤘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유.자율전공학부를 폐지하는 대학들은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대학은 더 이상 인기학과 쏠림현상과 고시 준비반으로의 변질을 핑계로 무책임한 모습만 보여서는 안된다. 문제점이 발견됐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거나 학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서울대학교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직시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았어야 했다.
대학은 취업을 위한 입시학원이나 고시반이 아닌 학문 연구의 장이다. 학생들의 학문 탐구를 위해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하는 것은 대학의 책임 중 하나다. 임시방편으로 유행 따라 학과를 만들었다 없앴다 하는 대학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학생들이 더 이상 피해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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